이 기사는 2019년 09월 30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법무부는 지난 24일 상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 했다. 여기에는 상장회사 사외이사의 결격 사유로 6년 이상 한 회사에 재직하는 것이 포함되었다. 계열회사를 포함하면 9년이다. 현행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상 금융회사 사외이사에 대한 것과 동일한 규정이다.주식회사가 사업상의 결정을 최고경영자 1인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모인 이사회에서 내리기 시작한 역사는 상당히 오래되었다. 실질적으로는 1인이 결정을 내리더라도 다수의 지식과 지혜, 의견을 모으는 장치가 이사회였다. 회사뿐 아니라 다양한 조직체들이 이 형식을 사용한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하랄드 바움 교수에 따르면 회의체인 이사회는 16세기 중세 유럽의 길드조직에서 최초로 등장했다. 근대적인 이사회 모델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1602~1799)에서 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사외이사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실 회사의 기밀이 포함된 사업상의 논의에 외부인들이 참여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기도 했다.
현대의 사외이사제도는 1934년에 하버드 로 리뷰에 발표되었던 ‘Directors Who Do Not Direct'라는 논문에서 처음 논의되었다. 필자인 당시 예일대 윌리엄 더글러스 교수(후일 연방 대법관)는 1920년대와 1930년대에 발생한 기업 스캔들에서 이사회 구성원들의 역할이 부재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원시적 형태의 사외이사제도를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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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제도는 1970년대에 펜센트럴 도산 사건과 워터게이트사건의 여파로 기업의 정치헌금이 문제시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결국 1976년에 버클리대 아이젠버그 교수가 감독형이사회제도를 제안하기에 이르렀고 1970년대 말 정치권의 호응을 얻어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감독형 이사회제도가 정착된다. 이에 따라 사외이사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영국에서도 1980년대에 사외이사제도가 도입되었다.
독일은 1861년에 감독이사회와 경영이사회 양자로 구성되는 2원적 이사회제도를 채택하면서 사외이사제도가 일찌감치 도입된 셈인 나라인데 사외이사가 당연히 독립적인 이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공동결정법 때문에 대기업 감독이사회의 절반은 종업원대표로 채워졌고 그 외 전직 임원들이 주로 감독이사가 되어 이사회의 독립성은 희박했다. 독일에서는 감독이사회가 2002년에야 비로소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되었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2년에 대주주로부터 독립되었다.
이런 역사를 보면 이사회가 1인의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데서 벗어나 그 1인의 의사결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데 이른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 발전과정에서 중요한 전기가 된 것이 사외이사제도의 탄생이다. 1인의 의사결정에 대한 견제는 그 1인과 위계질서 관계가 없는 독립적인 인사여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외이사가 최고경영자와 독립적인 관계에 있었어도 회의체에서 같이 오래 일하다 보면 사실상의 독립성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법률적 독립성이 사회적 독립성과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외이사 결격 사유로 ‘회장과 친한 인사'를 둘 수는 없다. 이 때문에 같이 오래 일하는 것을 아예 차단해버리는 장치가 도입되는 것이다.
지난 3월 주주총회 시즌에는 24년 재직기록을 작성할 사외이사가 선임된 바 있고 21년간 재직했던 사외이사가 퇴임한 사례도 있었다. 삼성전자에서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방침에 따라 재선되면 10년을 넘기게 된다는 이유로 교체된 사외이사가 있었다.
이번에 입법예고 된 대로 상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장기 재직 사례들은 점차 없어질 것이고 상장회사들은 새 사외이사후보를 찾기 위해 분주해질 것이다. 물론 개정 규정은 규정 시행 후 최초로 선임하는 사외이사부터 적용되므로 시간이 걸릴 수는 있으나 지배구조 실무가 규정을 바로 적용하는 방향으로 발달 될 가능성도 있다.
1997년 국내에 사외이사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래 사외이사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이 부단히 이루어져 왔다.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새 제도는 국내 사외이사제도의 역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변곡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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