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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주인 세아상역 고밸류 베팅 '설왕설래' 경쟁자와 가격차 커…차입증가시 재무훼손 우려

조세훈 기자공개 2019-10-16 12:34:13

이 기사는 2019년 10월 15일 16: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의류 제조사 세아상역은 국내 1위 골판지 업체 태림포장을 온전히 인수할 수 있을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경쟁 후보들에 비해 높은 가격을 써낸 세아상역이 인수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지 시장의 관심이 모아진다.

세아상역이 태림포장 인수를 위해 본입찰에서 적어낸 가격은 약 7000억원 중반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는 막판까지 경쟁을 펼쳤던 중국 샨잉이나 글로벌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제시한 가격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 IB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차순위 경쟁자와의 가격차를 최대한 좁혀 승기를 잡아야 한다는 점에서 세아상역이 태림포장 인수를 위해 비교적 높은 금액을 써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의 관심은 과감한 베팅에 나선 세아상역이 인수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쏠린다. 세아상역은 전체 인수금액 중 절반 가량을 금융회사들로부터 대출로 조달할 예정이다. 한국산업은행이 세아상역의 태림포장 인수금융을 제공하기로 했다. 통상적으로 M&A 인수금융의 경우 투자대상 자산의 담보인정비율(LTV)이 50% 선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아상역은 전체 거래 금액 가운데 3000억원 중반 가량을 산업은행으로부터 제공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자체 여력이 부족해 대규모 차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단기 금융상품을 포함한 세아상역의 현금성자산은 670억 수준에 그친다. 모회사인 글로벌세아의 지급 여력도 제한적이다. 수년간 현금성 자산의 변화는 미미한 가운데 총 차입금 증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순차입금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6년까지 5000억원 중반 수준에 머물렀던 글로벌세아의 순차입금은 꾸준히 증가하면서 2017년에 6200억원, 2018년에는 6800억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그룹 차원에서의 대규모 투자도 예정돼 있다. 세아상역은 인도네시아 생산공장을 신설하고 미얀마 산업공단을 조성한다. 중남미 지역에서 합섬원단·방사공장을 조성하고 베트남 스마트 공정 설치도 진행된다. 이를 위해 3년 내 2500억원 가량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세아상역은 차입을 통한 인수자금 조달이 불가피 해 보인다. 세아상역이 일정 부분 자체 자금을 활용하더라도 3000억원을 차입으로 조달할 경우 부채비율은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이는 신용등급 하향 압박으로 이어져 향후 조달 비용 가중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자칫 무리한 인수로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태림포장의 가격 적정성도 제기된다. 인수 대상인 태림포장은 온라인 쇼핑 증가로 택배 박스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알짜' 회사로 거듭났지만, 현금 창출력은 아직 200억~300억원 수준이다. 더욱이 제지업체는 현재 판매가격과 원재료 비용의 차이가 커 유래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향후 판매가격이 자연스럽게 내려가 벌어졌던 스프레드가 제자리를 찾을 경우 이익 성장세는 둔화할 수밖에 없다. 다른 원매자에 비해 많게는 1000억원 이상 써낸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당장 시장의 우려는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23일 세아상역의 기업어음 등급(A2-)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재했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세아상역의 재무안정성이 현재 신용도에 충족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IB업계 관계자는 "레버리지를 일으켜 차입 조달을 하면 인수금액을 마련할 수는 있겠지만 차입금 증가로 인해 재무안정성이 떨어지면 향후 그룹 차원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세아상역은 지난달 유력한 인수 후보를 제치고 태림포장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당초 유력한 후보로는 중국 3위 제지업체 샨잉과 TPG 등이 거론됐다. 세아상역은 약 8500억원대의 인수가를 새롭게 제시하며 태림포장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이번 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샨잉-베인캐피탈 컨소시엄의 LOC 발급 작업이 지연되자 IMM PE는 TPG와 세아상역에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라고 제안했다"며 "TPG는 보수적으로 접근한 반면 세아상역은 샨잉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딜을 단숨에 클로징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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