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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벨로퍼 열전]류영찬 서울디앤씨 대표 "어려운 시장 피하지마라"농어촌공사서 '땅 보는 눈' 키워, 도심재생 선두주자 노려

김경태 기자공개 2019-10-16 09:25:16

[편집자주]

국내 부동산 디벨로퍼(Developer)의 역사는 길지 않다. 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건설사들이 분양위험을 분리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태동했다. 당시만 해도 다수의 업체가 명멸을 지속했고 두각을 드러내는 시행사가 적었다. 그러다 최근 실력과 규모를 갖춘 전통의 강호와 신진 디벨로퍼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업계 성장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면서 그들 앞에는 쉽지 않은 길이 놓여 있는 상황이다. 더벨이 부동산 개발의 ‘설계자’로 불리는 디벨로퍼의 현 주소와 향후 전망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15일 16: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개발업은 시장 상황에 따라 성과가 크게 좌우되는 사업이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 경기가 위축되면 어김없이 여러 업체들이 쓰러졌다. 역사를 알고 있는 디벨로퍼들은 최근 몸을 사리고 있다. 새로운 사업을 펼치는데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이고, 되도록이면 일을 벌이지 않고 있다.

반면 류영찬 대표(사진)가 이끄는 1세대 디벨로퍼 '서울디앤씨(SEOUL D&C)'는 다르다. 수도권에 있는 백화점을 인수해 개발을 추진하는 등 다수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공격적인 행보는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위기를 내밀하게 진단한 결과 충분히 사업성이 있는 프로젝트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깨달았고, 사업 성공을 노리고 있다.

서울디앤씨 본사에서 만난 류 대표는 20년 넘는 경험을 보유한 부동산개발업계의 베테랑답게 '관록'이 묻어났다. 업계의 성공과 좌절, 실패를 모두 지켜본 그는 어려운 상황일수록 피하지 말고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위기가 얘기되고, 시장 전망이 엇갈리는 시점에 제2의 도약을 노리는 서울디앤씨의 내밀한 얘기를 들어봤다.

류영찬 서울디앤씨 대표

◇"농어촌공사 근무 경험 소중, 땅 보는 눈 키워"

류 대표는 처음부터 디벨로퍼를 꿈꾸지는 않았다. 군대를 다녀온 후 졸업 전에 취업전선에 뛰어들 정도로 청년 시절에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러다 농어촌진흥공사(현 한국농어촌공사)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으로 부동산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그는 농어촌진흥공사에서 사업자가 제안서를 제출하면 부지의 가치를 평가해 대출을 결정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토지와 건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하게 됐고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게 됐다. 결국 3년반 정도 근무한 후 퇴직해 서울디앤씨를 창업했다.

그는 "농어촌진흥공사는 의왕에 있었는데 파견이 많아서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도 출장을 많이 갔다"며 "그 시기에 남의 땅을 실컷 보고 다녔다"며 웃었다.

농어촌진흥공사에서 근무하면서 모은 자금은 서울디앤씨를 창업할 때 자본금이 됐다. 또 3년반 동안 일했던 경험은 부동산개발업을 하는데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 당시 부동산의 가치를 산정하는 일을 한 덕분에 자연스럽게 남다른 안목을 갖게 됐다.

IMF 외환위기 이후 다수의 부실채권(NPL)사업장이 있었다. 경쟁사들은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해 선뜻 손을 대지 못했지만, 서울디앤씨는 과감하게 사업을 추진했고 성공적으로 회생시키면서 점차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부동산 위기 정면돌파 의지, 다수 사업 추진…도심재생 선두주자 노려

류 대표는 현재의 부동산 시장 상황이 이전의 위기들과는 다르다고 진단했다. IMF외환위기나 글로벌금융위기와 같은 외부적 요인이 아니라 정부정책에 따른 시장의 수급 및 수요자의 심리에서 비롯된다고 판단한다. 그는 사업을 펼치는 데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사업을 아예 하지 않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는 "강한 시장이 왔을 때 싸움을 피하면 다시 강한 시장이 올 때 싸울 수 없다"며 "싸운 경험이 있으면 다시 싸울 수 있는데, 한 번 피하면 용기가 안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이 어렵지만 도심에 포커스를 맞추면 기회를 발굴할 수 있다"며 "다만 단점은 도심에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사업장이 적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디앤씨는 앞으로 도심재생이 유망하다고 판단하고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이마트 부평점이 있던 자리에 공동주택 151가구를 선보였다. 성공적으로 분양을 완료해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철산역 대신증권빌딩의 경우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디앤씨의 자체 상업시설 브랜드인 '트라이앵글'을 적용해 100% 임대로 운영할 계획이다. 애초 신축 후 분양도 검토했었지만, 주변의 상권이 발달해 있고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점에 주목했다. 인근과 조화를 이루면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 개발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 개발 역시 도심재생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서울디앤씨는 올해 5월 한화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지난달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2월에 잔금을 내고 본격적인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한화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은 수원 구도심을 대표하는 입지에 있는 부동산이지만, 광교신도시로 인해 크게 위축됐다. 수원점의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주변의 상권까지 나빠지게 됐다. 서울디앤씨는 주거·오피스·상업이 포함된 복합시설로 탈바꿈 시켜 수원 구도심을 살리겠다는 포부다.

서울디앤씨는 고급 주거시설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 11월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서 오피스텔을 분양할 계획이다. 이 사업을 위해 류 대표는 직접 이탈리아로 가 유명 디자이너인 파비오 노벰브레(Fabio Novembre)를 만났고 협업하기로 했다. 파비오 노벰브레의 철학과 감성을 디자인과 인테리어에 적용할 예정이다.

류 대표는 "역사가 오래된 도시의 구도심은 생활 인프라가 노후화돼 있거나 불편한 점이 많은데, 최근 들어 이런 낙후된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서울디앤씨가 진행해 온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입지는 뛰어나지만 낙후된 지역을 활성화 시키고 환경을 개선 시킬 수 있는 사업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서울디앤씨는 서울과 수도권 위주의 도시재생사업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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