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국내 VC는 왜 유니콘기업 투자가 없을까

안경주 벤처중기부 차장공개 2019-10-24 08:12:40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2일 07:5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벤처캐피탈(VC)이 한국 유니콘기업에 일부러 투자를 안하는 게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투자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를 하고 싶습니다."

한 벤처캐피탈 임원이 최근 식사자리에서 꺼내놓은 얘기다. 저간의 상황을 들어보니 이달 초 한 언론사에서 쓴 기사가 발단이었다. 주요 내용은 한국에서 탄생한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이 일본과 프랑스와 비교해 많지만 주요 투자자 면면을 들여다보면 상당수가 외국계 벤처캐피탈이라는 것이다. 반면 국내 벤처캐피탈은 수십억원을 투자하는데 그쳐 이들과 비교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사실관계만 따져보면 맞는 얘기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쿠팡, 크래프톤, 위메이크프라이스, 우아한형제들, 비바리퍼블리카, L&P코스메틱, GP클럽 등 9개 스타트업이 유니콘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가 수천억원대로 넘어가면서 대부분 외국계 벤처캐피탈이 독식하고 있다.

예컨대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초기에 IMM인베스트먼트, 스본프릿지벤처스 등 국내 벤처캐피탈에서 투자를 받았지만 이후 세쿼이아캐피탈(미국), 힐하우스캐피탈그룹(중국) 등에서 거액을 투자받으면서 외국계 투자자들이 주요 주주에 올랐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3조원 넘게 투자한 쿠팡과 중국 텐센트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은 크래프톤 역시 마찬가지다. 반면 국내 벤처캐피탈은 이들 유니콘기업에 수십억원을 투자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얘기를 꺼낸 벤처캐피탈 임원은 국내 벤처캐피탈업계의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최소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유니콘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벤처캐피탈이 결성하는 대다수 펀드의 규모는 수백억원 수준이다. 1000억원은 손에 꼽을 정도다. 출자를 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많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펀드 규모를 키우기도 어려웠다.

문제는 수백억원 수준에 불과한 펀드를 운용하는 벤처캐피탈 입장에선 유니콘기업에 투자를 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펀드 자금의 대부분을 유니콘기업 한 곳에 쏟아 부을 수 없어서다. 수익률 등을 감안하면 포트폴리오 분산만이 답이다. 결국 수십억원 규모의 투자에 그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물론 쿠팡에 투자한 소프트뱅크그룹도 포트폴리오 분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3조원 등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것은 펀드의 규모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의 비전펀드 규모는 약 1000억 달러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120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그렇다면 국내 벤처캐피탈도 대형 펀드를 결성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수백억원을 출자해줄 곳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동안 1000억원 이상의 대형 펀드를 결성한 대다수 벤처캐피탈이 한국투자파트너스, KTB네트워크, LB인베스트먼트, 아주IB투자, IMM인베스트먼트 등 내로라 하는 대형사들에 그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여기에 대형 펀드를 운용해본 심사역도 손에 꼽는다. 이 때문에 벤처캐피탈에 몸담고 있는 심사역 상당수가 1000억원 이상 펀드를 운용하는데 부담을 느낀다는 후문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풍부한 유동성 공급에 힘입어 벤처캐피탈의 펀드 대형화가 확산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출자를 하겠다는 기업과 기관이 늘어났고 기업의 밸류에이션 역시 높아지면서 기존의 펀드 규모만으론 투자 한계에 직면한 탓이다. 이 같은 변화된 분위기에 힘입어 한국 뿐 아니라 해외의 유니콘기업의 주요 주주 명단에 국내 벤처캐피탈사 이름으로 채워지길 꿈꿔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27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특별시 중구 무교로 6 (을지로 1가) 금세기빌딩 5층대표/발행인성화용 대표/발행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이현중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3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