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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 아산 정주영 레거시]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9-12-06 10:00:00

이 기사는 2019년 12월 06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산의 회고록 제3부는 그 제목이 ‘나는 건설인’이다. 아산은 “...‘현대건설’ 외에도 많은 업종의 회사를 갖게 돼 그룹 회장, 명예 회장으로 불리고 ‘경제인’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혼자 내심으로 나는 어디까지나 건설업을 하는 ‘건설인’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잃어본 적이 없다”고 쓴다(이 땅에 태어나서, 129). 그 바로 다음 제4부의 제목이 ‘현대자동차와 현대조선’이다. 현대의 뿌리가 현대건설에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2001년 산업은행에 넘어갔던 현대건설을 다시 찾아오기 위해 2010년 말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치열하게 경쟁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여곡절 끝에 현대건설은 2011년 4월 현대자동차그룹에 편입되었다. 현재 현대자동차의 현대건설 지분율은 20.9%이고 현대모비스 8.7%, 기아자동차 5.2%다. 국민연금이 10.6%를 가지고 있다.

현대건설 홈페이지에는 회사의 70년 역사를 3권으로 정리한 사사가 게시되어 있다. 그에 따르면 1947년 5월 25일 서울시 중구 초동 106번지에서 현대건설이 출범했다. 상호는 ‘현대토건사’였다. 이 장소는 광복 직후인 1946년에 설립되어서 자동차수리업을 하던 ‘현대자동차공업사’의 사업장이다. 일종의 더부살이로 출발한 것이다. 얼마 되지 않아 현대토건은 광화문의 평화신문사 사옥으로 옮겨 들어갔다. 착실하고 급속히 성장한 현대토건은 1950년 1월 10일에 현대자동차공업사를 합병해 ‘현대건설주식회사’로 재탄생했다. 현대건설의 사사는 창립 70주년을 맞아 2017년에 발간된 자료다.

현대건설의 사업부문들 중 하나는 힐스테이트 브랜드로 대표되는 주택사업이다. 국내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도 현대건설이 1975년 4월에 착공했던 것인데 그 후 무수한 브랜드가 나왔지만 압구정 현대는 아직도 아파트계 지존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의 부흥을 이끌었고 민영 아파트 대중화로 새로운 한국 주거문화를 탄생시킨 공(?)을 세웠다. 처음에는 서민용 아파트로 계획되었으나 분양에 어려움을 겪은 후 고급 아파트로 전환했다.

압구정 현대가 서 있는 지역은 원래 공유수면이었다. 현대건설이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사용할 장비를 보관하기 위해 매립한 땅이다. 현대건설은 공사대금의 일부로 이 땅을 받았는데 이 땅은 1968~1970년에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고 1969년에 오늘날의 한남대교인 제3한강교가 놓이면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물론 바로 요즘 같은 인기 지역, 인기 아파트가 된 것은 아니다. 당시의 사진을 보면 어느 지방 도시의 변두리에 세워진 아파트 단지 같이 보인다. 서울 도심의 인구집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부단히 강남지역을 띄우고 개발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된 것이다.

압구정 현대가 착공된 다음 해인 1976년에 현대건설에서 주택사업부가 분리되어 나왔다. 그 이유는 기록에서 잘 찾아지지 않는다. 당시의 인식 때문에 아산이 현대건설이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업으로 여겼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도시개발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압구정 현대 총 14차 6150여 세대 중 제3~14차 사업을 수행한 회사다.

이 회사는 1986년에 한라건설(한라그룹의 ㈜한라와는 다른 회사)에 흡수되었고 한라건설은 오늘날의 HDC현대산업개발인 현대산업개발이 된다. 즉, 압구정 현대는 족보상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이 같이 지은 것으로 볼 수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홈페이지도 회사연혁을 1976년 3월 한국도시개발 설립에서 시작하고 있다.

당시 현대자동차써비스와 현대정공을 맡고 있던 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산업개발의 대표이사 사장과 회장을 지냈다. 아산은 1999년에 현대자동차를 사실상의 장남인 정몽구에게 맡기면서 셋째 동생 정세영(1928~2005) 당시 현대자동차 회장에게 현대산업개발을 맡겨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시켰다. 아산은 시대적 상황도 있었겠지만 독일의 크루프 패밀리와 같이 형제지간에는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는다든지 프랑스의 푸조 패밀리와 같이 딸에게는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는다든지 하는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고 정세영 회장은 별명이 ‘포니정’이다. 강남 영동대로에 있는 현대아이파크타워에는 복합문화공간 포니정홀도 있다. 국내 최초의 독자 모델 승용차인 현대 포니를 개발한 인물이다. 아산과 처음부터 자동차 사업의 모든 고난을 같이 한 동지이기도 했다. 1987년부터 1996년까지 거의 10년간 현대그룹 회장 겸 현대자동차 회장을 지냈다. 정세영 회장의 아들 현 정몽규 HDC그룹 회장도 3년간 현대자동차 회장을 지냈었다. 회사에 애착이 크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형 아산의 뜻에 그대로 따랐던 것으로 유명하다.

아이파크 브랜드로 대변되는 현대산업개발은 아이파크를 론칭한 2001년에 아직까지도 국내 최대의 빌딩인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구 I-타워)를 지은 회사다. 2018년에 HDC로 사명을 바꾸었다. 현대산업개발은 HDC그룹의 지주회사로 재편되었는데 원래의 현대산업개발 건설 부문과 파크하얏트 호텔사업 부문이 떨어져나와 HDC현대산업개발이 되었다. 2015년에 호텔신라와 함께 면세점 사업에 진출한 HDC는 최근에는 한솔그룹으로부터 원주에 있는 골프·스키 리조트 오크밸리도 인수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도 선정되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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