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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를 움직이는 사람들]'JP'라 불리는 박정호 사장, '대변혁' 예고①탈통신·초협력 선언…5G 안착·지배구조 개편 등 과제

성상우 기자공개 2020-01-28 08:16:56

[편집자주]

지난 30여년간 이동통신 1위 사업자로 군림해온 SK텔레콤이 '탈통신'을 선언했다. 커머스·보안·미디어·모빌리티 등 비통신 ICT 사업 비중을 과반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전통사업만으론 급변하는 ICT 생태계에서 더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더벨은 대변혁을 준비하는 SK텔레콤의 주요 인물들을 집중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7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텔레콤에서 박정호 사장은 '소통 전도사'로 통한다. 직원들이 그를 설명하는 단어는 '합리성·소탈함·유머감각·친화력·수평적 리더십' 등으로 모아진다. 실제로 직원들이 박 사장에게 사용하는 호칭은 '사장님'이 아닌 그의 영어 이름 이니셜 'JP'다. CEO가 참석하는 회의를 할 때나 임직원들과의 대화에서 박 사장을 가리키는 호칭으로 'JP'를 일반적으로 사용한다. 박 사장에게 직접 발송하는 메일을 쓸 때 직원들이 가장 많이 쓰는 문구는 "사장님께"가 아닌 "Dear JP"다.

박 사장은 직원들과의 정례 미팅 등에서 "소통의 양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매번 강조한다. "1분만 얘기해도 될 일로 미팅 시간을 잡는다거나, 구두로 간단히 해결될 일을 복잡하게 처리하는 경우가 있다"며 "직급·부서·연령대와 상관 없이 사장 및 임원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 간 1대1 소통 공간을 마련해야한다"는 게 박 사장의 소통 스타일이다.

박정호 SKT 사장
박 사장 취임 이후 VIP 및 임원 전용으로 운영되던 엘리베이터를 전 직원에게 개방한 것과 구성원 간 호칭을 직급 대신 '님'으로 통일한 것도 그 일환이다.

사내 소통 공간 '아임히어(IM HERE)'도 박 사장의 소통 스타일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을지로 본사 사옥(T타워) 옆 '미래에셋 센터원빌딩' 36층 식당 전체를 직원 소통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 공간을 직원들이 멋진 경관과 음악, 음식을 함께 즐기며 자유롭고 생산적인 소통을 나눌 수 있도록 꾸몄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11번가, SK플래닛, ADT캡스 등 ICT 관계사 구성원 모두가 이용할 수 있다.

◇ 친화력·커뮤니케이션 능력 강점…최태원 회장 신임 바탕 '딜 전문가' 성장

박 사장의 친화력은 국내 업계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이동통신 3사 CEO들이 모이게 되는 공식 행사 자리에선 언제나 박 사장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맡는다. 자칫 딱딱하게 진행될 수도 있는 자리는 특유의 유머감각과 아이스브레이킹 능력으로 이내 웃음이 오가는 자리로 만들어버리는 게 타사 CEO들과 대비되는 박 사장 강점이다.

언론 대응 및 외부 커뮤니케이션 역량 역시 경쟁사 CEO들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기자들과 맞닥뜨리면 입을 닫고 서둘러 차량으로 숨어버리는 경쟁사 CEO들과 달리, 박 사장은 자신감 넘치고 능수능란하게 발언을 이어간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질문을 받든 산업과 기업에 대한 본인의 통찰력을 가감없이 쏟아낸다. 업계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박 사장이 이통3사 중 가장 인기있는 CEO로 꼽히는 이유다.

박 사장의 소통 능력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했다. 글로벌 굴지의 ICT 기업 CEO들과의 네트워크 구축에도 박 사장의 인간적 매력과 친화력이 크게 작용했다. 국내 ICT 업계 CEO 중 글로벌 네트워크 역량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CES, MWC 등 굵직한 해외 행사가 있을때 마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 CEO들과 현지에서 전격 회동하면서 화제를 몰고다녔다.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을 비롯해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인도 '바르티 에어텔'의 바르티 회장 등과는 국내외에서 수차례 만나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박 사장의 이같은 자신감의 배경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두터운 신임이 자리하고 있다. 1989년 선경에 입사한 박 사장은 30여년 근속한 정통 'SK맨'이다. 특히, SK텔레콤, SK커뮤니케이션즈, SK C&C 등 그룹 내 ICT 계열사를 두루 경험하며 ICT 전문 경영인으로서의 역량을 키워왔다.

박 사장은 그룹 내에서 손꼽히는 M&A 전문가이기도 하다. 최 회장의 신임을 기반으로 박 사장은 이후 핵심 계열사로 성장한 SK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하며 그룹 내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이후 도시바 인수전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SK텔레콤에선 보안업체 ADT캡스를 인수하며 보안사업을 신사업으로 정착시켰고, 카카오와는 기술 협업을 위해 전격적인 지분 교환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 두번째 임기 시작…5G 안착·지배구조 개편 등 과제 산적

"AI 분야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초협력'을 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역량을 합치지 않으면 글로벌 기업들에 시장을 내주고 우리는 그 '유저'가 될 판이다. 삼성전자 등 국내 ICT 기업들과 광범위하게 협업할 것이다"

지난 10일 폐막한 국제 가전 전시회 ‘CES 2020’에 참석한 박 사장은 현지에서 연일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돌아왔다. 발언을 종합하면 "글로벌 ICT 환경에 대응하게 위해 기업 단위를 넘어 산업계 전체가 협업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협력을 의미하는 '초협력'은 이번 CES 기간동안 박 사장의 키워드가 됐다.

국내 통신업계 1위 사업자의 수장으로서 작심하고 산업 전체를 대변한 위기의식을 표출한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국내 ICT 산업을 두루 경험한 CEO로서의 통찰력에서 비롯된 자신감도 담겼다. 더이상 통신사업만으로 회사를 성장시키기 어렵게 된 시점에서 그룹의 중심격인 SK텔레콤에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하겠다는 비장한 의지이기도 하다.

두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박 사장 앞에 놓인 과제는 3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탈통신 △5G 콘텐츠 발굴 및 수익성 개선 △지배구조 개편 등이다. '탈통신'은 현재 60% 수준인 MNO(무선) 부문 매출 비중을 50% 이하로 낮추는 것이다. 미디어·커머스·모빌리티·AI 등 비통신 부문 사업 매출을 그만큼 끌어올려야한다. 11번가를 비롯해 주요 사업부문 계열사를 독립 경영이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고 상장시키는 것이 장기 플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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