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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단절' 롯데 사장단 회의, 위기의식 짙었다 회장과의 만찬도 없어, 무거운 분위기…게임체인저 강조·DT 관련 토크콘서트 진행

최은진 기자공개 2020-01-16 08:56:09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6일 07:1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외부와의 단절 속 장장 5시간 마라톤 회의였다. 롯데그룹의 2020년 첫 사장단 회의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회의에 참석한 약 100여명의 임원들은 휴대폰도 압수된 채 회의에 집중해야 했다. 통상 있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의 저녁 만찬도 없었다.

신 회장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작년 말부터 강조한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되라는 주문이었다. 일하는 방식부터 소비자와 만나는 방식까지 전부 디지털 전환(DT)을 해야 한다는 당부도 강조했다.

롯데그룹은 15일 롯데월드타워 31층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주요임원 100여명이 참석하는 사장단 회의인 'VCM(Value Creation Meeting)'을 개최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물론 롯데지주 대표이사인 황각규 부회장과 송용덕 부회장 등 계열사 CEO들이 모두 참석했다. 또 전략기획 임원들과 DT와 관련된 임원들도 자리했다. DT 분야 임원들은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두번째 참석이라는 점에 주목된다.

이번 회의는 오후 2시에 시작해 7시에 끝났다. 롯데중앙연구소의 2020년 경제전망 , DT 추진 임원들의 토크콘서트가 진행됐다. 뒤이어 황 부회장이 2019년 그룹사 성과 리뷰와 중기 계획을 발표했고, 송 부회장이 그룹 주요 이슈와 전략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신 회장이 당부사항을 전달하고 회의는 끝났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100여명의 임원들은 전원 핸드폰을 압수당한 채 5시간 동안 회의에 집중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틈틈히 문자 정도는 할 수 있었던 분위기였지만, 올해는 외부와의 소통이 엄격하게 통제됐다. 누가 발제자로 나서 어떤 내용을 전달했는지도 회의가 끝날 때까지 철저한 보안 속에 가려졌다. 회의에 집중하라는 엄숙한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전언이다. 그만큼 무겁고도 민감했다는 얘기다.

회의가 끝나고 나누던 저녁 만찬도 올해는 없었다. 통상 회의가 끝나면 신 회장과 계열사 CEO들은 롯데 시그니엘 호텔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일종의 뒷풀이를 갖는다. 회의의 긴장감을 풀고 회장과 임원들이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갖는 차원이다. 그러나 올해는 회의 시작 이전부터 '만찬은 없다'는 공지가 내려왔다고 전해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의 연속이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한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그룹은 현재 비상경영 상태다. 지난해 10월 개최한 롯데그룹 경영 간담회에서 황 부회장이 전 계열사의 비상경영체제 전환을 선포했다. 어두운 경제전망에 대비하라는 당부였다. 이날 회의에서 롯데중앙연구소가 발표한 경제전망 역시 비관적이었다. 경기악화는 물론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녹록치 않은 환경이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유통과 화학이 주축인 롯데그룹 입장에선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돌파구는 '게임체인저'였다. 이 말은 지난해 연말 롯데그룹 주요 임원의 세대교체를 꾀하는 배경으로 신 회장의 의중이라며 소개됐던 말이다. 그리고 올해 신년사에서도 신 회장의 멘트로 소개됐다. 스스로 시장의 틀을 바꾸는 혁신을 뜻하는 말로, 롯데그룹이 유통 및 화학업계 최강자이지만 자신을 뛰어 넘을 정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롯데그룹 전 계열사의 매출액 합계는 72조원으로 전년도 73조원과 비교해 소폭 줄었지만, 당기순이익은 5520억원으로 전년도 3조2000억원보다 크게 축소됐다. 롯데그룹의 중심축인 유통과 식음료 사업이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데다 경기악화 및 대외불확실성 등으로 큰 타격을 입은 결과다.

따라서 신 회장이 강조한 게임체인저란 말은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꿔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고 해석된다. 외부에 보이는 이미지, 일하는 방식, 소비자와 직원에 대한 공감, 소통 및 판매방식 등 다방면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셈이다.

게임체인저가 되기 위한 대안으로 꼽힌 게 디지털 혁신 DT다. 롯데그룹이 3조원의 자금을 투자해 사활을 걸고 있는 온라인몰 통합 사업도 이의 일환으로도 보인다. DT 실무 임원들이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사장단 행사에 공식 참여하고 이례적인 토크콘서트까지 진행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DT 실무 임원들은 외부출신 인력들이 대부분이다. 외부에서 보는 시각으로 롯데그룹에 대한 이미지, 현재 시스템에 대한 평가, 개선할 점 등을 냉철하게 진단받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기존 임원들의 선입견이나 타성을 깨기 위한 조치로도 평가된다.

한편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사안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호텔롯데 상장 등 특정 계열사의 현안 역시 다뤄지지 않았다. 황 부회장과 송 부회장이 그린 올해 전략 및 이슈에도 해당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다.

이번 VCM에 참석한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무겁고 엄숙한 분위기였고, 민감한 얘기들이 많이 나왔던 터라 철저하게 외부와의 단절이 있었다"며 "게임체인저를 강조했고,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회의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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