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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를 움직이는 사람들]‘현장 중심형' 석창현 대표, '장애불문'의 성과⑤중국에서 일군 신화 재현 기대…'도심형 아울렛+PB상품' 시너지 극대화

김선호 기자공개 2020-01-22 08:57:48

[편집자주]

이랜드그룹은 1980년 설립돼 의류업계 최초로 프랜차이즈 매장을 통해 성장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중국에 가장 먼저 진출해 성공한 케이스로 손꼽히기도 한다. 패션 사업에서 유통, 레저, 외식까지 사업을 확장해 온 이랜드그룹은 2010년대 중반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힘든 시기를 겪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현재 재도약을 바라보고 있다. 더벨은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은 이랜드그룹을 있게 한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7일 07: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목발을 짚고 현장을 누비는 유통 전문가’, 석창현 이랜드리테일 상무 대표이사(사진)를 수식하는 말은 많지만 그 중 ‘목발’과 ‘현장’이라는 단어가 눈길을 끈다. 장애라는 틀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고 외치는 석 대표는 그룹 내 누구보다 자주 점포를 방문해 현장을 챙기는 인물이다. 유통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석 대표가 이랜드리테일 수장을 맡은 배경이다.

1964년생인 석 대표는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이랜드에 입사했다. 대학시절 사법 고시를 준비했으나 소아마비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으며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다. 사법 고시를 포기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으나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잇따른 낙방을 경험했다. 그러다 ‘나이·장애 불문’이라고 적혀 있는 채용공고를 보고 이랜드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이렇게 살 줄 몰랐다”

석 대표는 대학 시절 판검사가 되면 장애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아 법학과 전공을 택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와 거리가 있는 유통업에 몸을 담고 있다. 외부 활동이 잦은 유통업의 특성상 장애인이 고위직에 오르는 일은 흔치 않다. 이를 깨고 이랜드리테일 수장까지 오른 석 대표는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 때마다 “이렇게 살 줄 몰랐다”고 말한다.

이랜드 관계자는 “석 대표는 NC백화점 강서점을 매주 두 세번씩 방문할 정도로 현장을 챙긴다”며 “이를 통해 소비자 트렌드를 빨리 파악하고 상품 기획에 바로 반영하고 지역 특성과 니즈에 맞는 매장을 구현해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1989년 이랜드에 입사한 석 대표는 본사 기획조정실에서 일을 하다가 1997년 ‘2001아울렛 중계점’으로 발령을 받았다. 입사 후 처음으로 현장 근무가 시작된 셈이다. 이 당시 석 대표는 점포를 방문한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에게 “나 같은 장애인이 매장에 나가도 되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 회장은 “안 되는 이유를 말해보라”며 오히려 반문을 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석 대표는 인사에 이어 영업, 마케팅, 상품 개발 등 유통업 전반을 경험한 인물로 꼽힌다. 매장 현장에서 근무하던 대표는 2005년 이랜드그룹 CHO(인사 총괄)를 맡아 다시 본사로 복귀했다. 그러다 다시 2008년 이천일아울렛 영업부로 발령을 받아 현장을 누볐다. 이랜드 측은 그의 활동적인 성향상 현장 근무를 자원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2009년에는 임원 배지를 달고 ㈜이랜드월드 캐주얼사업부와 아동사업부 본부장을 맡았다. 직전 PB사업부를 맡아 매출과 순이익을 두 배량 늘린 성과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2016년에는 중국으로 건너가 이랜드그룹의 ‘중국 신화’를 써내려가는 데 일조했다. 당시 석 대표는 중국 대도시를 하루에 2곳씩 도는 강행군을 이어나갔다고 한다. 중국에서 성과를 일군 석 대표는 지난해 박 회장의 부름을 받았다. 석 대표가 이랜드리테일 수장을 맡은 시기다.

◇‘아울렛사업’으로 IPO 재도전?

이랜드리테일은 NC백화점과 킴스클럽 등 45개 점포를 총괄하고 있다. 이외에 패션 자체브랜드(PB) 40여개를 거느리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은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오프라인 유통채널 ‘한파’ 속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이랜드리테일은 실적이 부진한 점포를 확보해 ‘도심형 아울렛’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도심형 아울렛은 백화점보다 규모는 작지만 지역 상권에 특화된 브랜드를 유동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다만 직매입이 40~60%까지 차지하는 만큼 재고 부담의 위험성도 상존한다.

별도 기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석 대표는 패션 PB 상품과 오프라인 유통채널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고객 관계 관리) 2.0’ 프로젝트다.

CRM은 수집된 소비자 정보를 바탕으로 타깃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랜드리테일은 소비자의 니즈를 제품 기획·생산에까지 반영해 마케팅을 진행하겠다고 나섰다. '팔리는 제품을 만들어서 재고부담을 덜겠다'는 전략이다. 이랜드리테일이 판매만이 아니라 패션 브랜드 상품을 기획·제조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석 대표는 이랜드리테일을 상장시켜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은 2017년 상장을 추진했으나 이랜드파크의 급여 미지급 논란으로 상장을 연기, 작년에도 주식 시장 변동성이 커지며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랜드리테일 측은 상장 계획은 있으나 현재까지도 정해진 추진 일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기업가치 상승 여부에 따라 상장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온라인 성장으로 오프라인 유통채널이 한파를 겪었음에도 이랜드리테일은 완만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며 “다방면의 업무를 경험한 석 대표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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