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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쿼티헤지 시대 부활...집 팔아 주식 해야” [thebell interview]김탁 유진자산운용 헤지펀드운용팀장

김수정 기자공개 2020-01-22 13:07:07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0일 07: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탁 유진자산운용 헤지펀드운용팀장(이사·사진)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주식 고수다. 기업은행 프롭데스크(Proprietary trading desk·고유자금운용부서)에서 연평균 30%대 수익을 내면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교보악사자산운용에선 헤지펀드 비즈니스를 성장궤도로 올려놓은 공로로 최연소 이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런 그가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에 첫발을 내디디는 유진자산운용에서 주식인생 제2막을 선언했다. 모처럼만에 시장 분위기가 상승세로 전환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오랜 기간 준비해온 에쿼티 롱숏 펀드를 시장에 공개한다. 올해부터 롱숏펀드에 최적화된 시장이 다시 형성될 것이란 관측이다. 그가 집을 팔아서라도 주식을 해야 한다고 강조할 수 있는 이유다.

◇유진운용 헤지펀드 키맨으로 주식인생 제2막 선언


2003년 기업은행에 입사한 김 이사는 영업점 근무 기간을 제외하고 총 9년간 프롭데스크에서 주식을 운용했다. 김 이사는 사실 기업은행에서 말단 행원으로서 프롭 트레이더가 된 유일한 케이스다. 보통 과장급은 돼야 운용자금을 배정 받는다. 그러나 대학 시절부터 주식 경험을 쌓아온 김 이사를 눈여겨 본 당시 자금운용부장이 지점 근무를 마치고 막 발령 난 그에게 운용 기회를 부여했다.

기업은행 프롭 데스크에서 그가 쌓은 누적 수익률은 244%에 달한다. 특히 2012년 삼성전자 단일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40% 수익을 냈다. 그 덕분에 은행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김 이사는 “삼성전자 포트폴리오 만들 때 엄청난 저항이 있었다”며 “그러나 확신이 있었기에 한 달에 걸쳐 3차례 프레젠테이션을 해가며 상사들을 설득했고 결과적으로 성공한 투자였다”고 회상했다.

독보적인 수익률로 업계에서 이름을 알리던 그는 2014년 돌연 교보악사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 딱히 이직 생각이 없었지만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인 안효준 당시 교보악사자산운용 대표를 만난 후 결심을 굳혔다. 안 CIO의 주식에 대한 애정과 철학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안 CIO는 여태 함께 일한 상사 중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고 존경한다”며 “결과만 논하는 보통의 상사들과 달리 과정과 문제를 같이 고민해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가 유진자산운용으로 적을 옮기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주식을 마음껏 하고 싶어서다. 유진 모데라토 펀드는 사실 교보악사자산운용에 있던 2017년 기획한 것이다. 그러나 안 CIO가 교보악사자산운용을 떠난 이후 회사 운용 기조가 안정성으로 기울었다. 변동성 큰 에쿼티 헤지 펀드를 내놓는데도 당연히 무리가 따랐다. 김 이사는 “액티브 중의 액티브인 에쿼티 헤지 펀드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이직을 결심한 큰 이유”라고 언급했다.

이번에 나오는 ‘유진 모데라토 Large cap Equity Hedge’ ‘유진 아다지오 멀티스트레티지’는 14년 주식운용 노하우의 집대성이다. 유진 모데라토는 김 이사가 프롭 트레이딩을 하던 시절 활용하던 전략을 녹여낸 펀드다. 아다지오는 교보악사자산운용에서 운용하던 '교보악사매그넘1전문사모투자신탁'과 동일한 전략을 구사한다. 김 이사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여러 수익자와 커뮤니케이션 했는데 반응이 좋다”며 “많은 고객들이 가입할 수 있도록 잘 성장시켜 달라는 주문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장 분위기 변화 시작...에쿼티롱숏에 최적화된 시장 온다”

김 이사가 자산운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철학은 확신과 유연함 사이의 균형이다. 펀드를 일관성 있게 운용하기 위해선 매니저가 핵심 아이디어를 고수해야 한다. 자신의 투자 결정에 확신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시황과 트렌드에 따라 스스로의 결정을 유연하게 변경할 줄도 알아야 비로소 잃지 않는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그가 투자 결정에 대해 하루에도 수십 번 고민을 거듭하는 이유다.

포트폴리오 종목 선정에 있어선 탐방과 소통을 통해 기업 펀더멘털 방향성과 실적의 질을 파악하는 것을 가장 우선시 한다. 김 이사는 “매니저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본인 고집이 옳다고 우기는 것”이라며 “절대수익 창출의 핵심은 잃지 않는 것인데 그러려면 매니저가 확신과 유연함 사이의 줄다리기를 항상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 살아 있는 생물체라서 데이터를 넘어 스킨십을 하고 삶의 경험을 토대로 느껴야 한다”며 “그래서 매니저는 책, 영화, 여행 등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 이사는 시기적으로 올해 에쿼티 롱숏 펀드가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시장 상황이 조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약 2년 간 시장을 언더퍼폼했던 액티브 펀드들이 패시브 펀드를 이기는 장세가 올 것이란 관측이다. 시가총액 1조원 이상 대형주 중에서 30% 이상 오르는 종목이 상당수 나올 수 있다고 김 이사는 판단하고 있다. 그는 “최근 3년 정도 주식 하란 얘기 안 했는데 지금은 다시 주식을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다”며 “집 팔아서라도 주식 해야 되는 때”라고 확신했다.

특히 그는 IT와 서비스 업종에서 주목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되는 테크 섹터의 경우 지난해 나타났던 실적-주가 간 극심한 디커플링 현상이 해소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네이버, 카카오 등으로 대변되는 서비스 업종에 대해선 작년부터 본격화된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진 모데라토, 아다지오 펀드의 포트폴리오도 이 같은 종목들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김 이사는 “최근 롱숏 펀드가 시장에서 외면 받아온 건 당연하다”며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했고 롱숏펀드보다 조금 못 미치는 기대수익률을 사실상 확정적으로 제시하는 대안 투자처도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 말부터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고 한국 증시 전반적으로 다운사이드 여지가 크게 없다”며 “테크업종은 주가 궤적과 실적이 함께 좋아질 것이고 서비스 업종은 리레이팅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이사는 올해를 14년 주식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았다. 그만큼 새 펀드 운용에 최대한의 노력을 쏟겠다는 포부를 불태우고 있다. 그는 “주식운용 일을 평생 하고 싶을 정도로 좋아한다”며 “총 30년 간 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지금 딱 절반 온 것인데 절반의 시점에서 새출발을 하는 만큼 혼신의 힘을 다 해 열심히 운용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두 펀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이후 해외 주식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김 이사는 “글로벌 주식 펀드를 하려고 2년 전부터 꾸준히 자료 수집, 업데이트, 시뮬레이션 등을 해 왔다”며 “아다지오 펀드에 해외주식 전략을 추가하거나 새로 해외주식 롱숏 펀드를 낼 건데 지금으로선 우선 이 두 펀드를 잘 운용하는 게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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