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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건자재·도료 '위축 일로'…모멘티브 부담 가세 [Earnings & Credit]전방 산업 침체, 포트폴리오 무색…순차입금 껑충, 커버리지지표 '적색등'

양정우 기자공개 2020-02-25 14:05:00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1일 16:3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대 건축자재기업 KCC(AA0, 부정적)가 지난해도 건자재와 도료 등 본업의 위축을 막아내지 못했다. 근래 들어 건설과 자동차, 조선 등 전방 산업이 총체적 부진에 빠지면서 수익성이 꺾인 건 물론 매출 외형까지 줄어들고 있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모멘티브 인수합병(M&A)' 효과가 연결기준 실적에 반영되는 원년이다. 실적 부진의 타개책으로 내세운 딜이지만 조 단위 M&A의 초기 부담을 고스란히 짊어져야 한다. 물론 모멘티브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추가로 잡히겠지만 M&A로 늘어난 차입의 무게가 더욱 무겁다. 한동안 커버리지 지표에 적색등이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아직 건자재와 도료의 전방 산업은 본격적으로 회복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결국 KCC가 현재 신용등급을 유지하려면 모멘티브의 깜짝 실적에 기댈 수밖에 없다. 버팀목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등급 하향 압박이 거세게 가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신용평가사는 KCC의 신용등급에 모두 '부정적' 꼬리표(아웃룩)를 붙여놓고 있다.

◇매출액·영업익, 수년 째 위축 일로…건설·자동차·조선 등 전방산업 동반 부진

KCC는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으로 2조7195억원, 1336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각각 11.7%, 33.5% 감소한 수치다. 당기순손실의 경우 일회성 이벤트(지분법평가손실, 파생상품평가손실) 탓에 2299억원에 달했다.

실적 부진은 수년 째 지속되고 있다. 전체 매출의 80% 정도를 차지한 건자재와 도료 사업이 전방 산업의 위축에 고전하고 있다. 도료 부문의 핵심 매출처인 자동차와 조선 산업은 업황 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건자재 부문을 좌우하는 주택 경기는 지난해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넓게 분산돼 있으나 핵심 사업의 전방 산업이 모두 침체된 시기를 지나가고 있다.


2010년 이후 영업이익이 저조할 때도 매출 규모는 늘상 3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지난해엔 매출액 3조원 대를 반납했다. 과거 수년 간 3000억원 대를 고수했던 영업이익은 2018년 2000억원 대로 축소됐고 지난해엔 1000억원 대로 주저앉았다. 7~9% 수준의 영업이익률도 4.9%까지 낮아졌다. 건설과 자동차, 조선 산업이 비우호적 여건에 처하면서 매출이 감소했고 수익성엔 고정비 부담까지 더해진 것으로 관측된다.

본업의 위축 일로에 KCC가 꺼내든 카드는 M&A였다. 지난해 5월 원익큐엔씨, SJ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총 30억달러(약 3조6000억원)에 모멘티브를 사들였다. 컨소시엄의 출자와 대여금으로 약 1조6000억원을 마련했고 인수금융으로 2조원 가량을 충당했다. KCC가 컨소시엄에 직접 출자한 규모는 6358억원이다.

◇모멘티브, 연결 실적 반영 '원년'…차입 부담 심화, 커버리지지표 '적색등'

올해 1분기부터 KCC의 연결 재무제표에 모멘티브의 실적이 반영된다. 그간 연간 매출액이 2조5000억~3조원, 에비타(EBITDA)가 3000억~4500억원 수준을 꾸준히 유지해 왔다. 올해 KCC의 매출액과 영업이익(EBIT)이 그만큼 늘어나는 셈이다. 증권업계는 올해 KCC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5조5000억원, 45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M&A가 실적 볼륨을 크게 키울 예정이지만 크레딧업계는 그보다 차입 규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컨소시엄(설립 법인 MOM Holdings) 출자, M&A 인수금융 등을 감안할 때 순차입금 규모가 조 단위로 불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KCC가 MOM Holdings 지분을 6358억원에 인수한 대목은 이미 지난해 재무제표에 반영돼 있다. 지난해 상반기 말 순차입금은 2018년 말보다 7146억원 늘어난 1조4518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모멘티브를 인수하고자 일으킨 인수금융 2조원 가량도 이제 연결기준 실적에 가산될 예정이다. 단순 계산시 순차입금 규모가 3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전체 EBITDA 역시 7000억~9000억원 늘겠지만 커버리지 지표 측면에서 차입 부담이 더 버겁다. 국내 신용평가사는 KCC의 등급하향 트리거로 '순차입금/EBITDA 3배 이상'을 제시하고 있다. 그간 순차입금/EBITDA 지표가 1~2배 수준에서 관리돼 왔지만 M&A 여파로 단숨에 4배 안팎으로 치솟을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이 붙은 상황에서 등급 하향을 더욱 부채질할 요인이다.


◇'KCC-글라스' 인적분할 불리…조 단위 투자주식, 신용도 변수

지난해 중순 단행한 인적 분할도 신용도 차원에선 불리한 행보다. 'KCC(존속법인)-KCC글라스(신설법인)'로 나눠지는 과정에서 KCC는 펀더멘털 측면에서 손해를 봤다.

KCC엔 유리 부문을 제외한 건자재와 도료, 실리콘 등 주요 사업이 남겨졌고 KCC글라스는 유리 부문을 비롯해 PVC 상재, 홈씨씨인테리어 사업을 가져왔다. 실적 볼륨이 큰 주축 사업은 KCC에 남았지만 KCC글라스 쪽으로 넘어간 건 알짜 사업이다. 현재 수익성과 미래 성장 여력 모두 우월하다는 평가다.

부채 분할에선 '존속-신설' 법인의 재무 부담 차이가 극명했다. KCC와 KCC글라스는 각각 2조9900억원, 1500억원 규모의 부채를 떠안기로 했다. 물론 모멘티브가 향후 KCC의 계열사로 편입되는 수순까지 고려한 판단으로 보인다. 하지만 KCC는 건자재와 도료의 실적 둔화가 뚜렷한 데다 M&A의 빚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처지다. 분할기일은 올해 1월 1일이었다.


아직 신용평가사는 'KCC-KCC글라스' 분할 이슈까지 신용등급 평정에 반영하고 있지 않다. 상법상 기존 회사채는 분할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이 모두 연대해 변제하기 때문이다. KCC가 발행한 채권의 등급 평정에 KCC글라스의 신용도까지 감안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기발행 회사채가 모두 상환되면 분할 후 약화된 KCC의 신용도가 드러날 전망이다.

다만 KCC는 아직 비장의 카드를 하나 들고 있다. 2조원 이상의 매도가능증권(삼성물산, 현대중공업 등)을 보유하고 있다. 조 단위 상장주식이 재무완충력을 높이고 있다. 만일 이 투자주식을 매각해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할 경우 신용도가 강화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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