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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LG그룹 합작 'HL그린파워', 매해 새역사 쓴다 [자동차산업 리포트]작년 사상 첫 매출 1조 넘어, 전기차 판매량 급증 덕

김경태 기자공개 2020-03-09 08:14:08

[편집자주]

최근 가장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는 산업군이 자동차산업이다. 내연기관 차량의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고 있고 친환경차 시대 진입 전 과도기 상황에서 로컬 뿐 아니라 글로벌 수요가 동시에 둔화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각종 환경 규제 등 다른 변수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카마게돈'이라는 말도 나온다. ‘격변기’라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서 완성차업체들의 판매량과 실적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철강업체 등 유관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기로에 놓인 자동차업계의 현주소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6일 14:5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친환경차의 입지가 갈수록 확대되고 모빌리티 혁명이 진행되면서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는 합종연횡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전통적인 완성차업체들이 서로 협력하기도 하고 스타트업과 부품사 등에 대한 지분 투자, 합작사 설립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내 완성차의 대표 주자인 현대차그룹 역시 오랜 시간 미래 대비를 해왔다. 국내외에서 다수의 기업에 투자를 단행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우군 확보에 속도를 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외부 협력 중 눈에 띄었던 것은 10년전 국내 재벌인 LG그룹과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각자의 장점을 활용해 전기차(EV) 분야를 공략하기로 한 결정은 조금씩 성과로 나타났고, 매해 새 역사를 쓰고 있다. 국내 재벌그룹이 서로의 강점을 활용해 뭉친다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정몽구·구본무 회장의 의기투합, 사상 첫 매출 '1조' 돌파

국내를 대표하는 재벌그룹인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은 과거부터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었다. 고 아산 정주영 회장과 고 구자경 명예회장은 긴밀한 친분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그다음 세대로도 이어졌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2007년대 북한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참석하면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자동차 시대에 관한 얘기를 나눈 뒤 협력하기로 했다.

합작사는 2010년 1월에 자본금은 290억원으로 설립됐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모비스가, LG그룹에서는 LG화학이 주주로 참여했다. 지분율은 '51대49'로 현대차그룹이 약간의 우위를 나타냈고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사명은 현대와 LG의 영문 이니셜 알파벳을 합친 '에이치엘(HL)그린파워'로 정했다.

초기 경영진과 이사회도 양사의 임원들이 참여했다. 당시 박상규 현대모비스 전무가 대표이사를 맡았고 권중록 현대모비스 이사, 권영하 부장도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LG화학에서는 함재경 전무, 이지승 상무, 곽석한 수석부장, 정태균 부장이 이사와 감사가 됐다.

양사의 임원들이 참여하는 구조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 대표이사는 현대모비스에서 생산개발센터장을 지낸 김정철 대표로 작년 12월11일 선임됐다. 기타비상무이사로는 안병기 현대모비스 전동화사업부장, 정용욱 LG화학 CWA법인장, 은기 LG화학 전지본부 CELL구매담당, 김형식 LG화학 전지본부 경영전략담당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감사는 이재수 LG화학 연결회계팀장이 맡고 있다.

출처: 공시

현대모비스와 LG화학이 균형 있는 경영진 구조를 안정적으로 이어오는 동안 사업도 순항했다. HL그린파워의 사업은 LG화학으로부터 배터리셀을 공급받으면, 배터리팩을 생산해 현대모비스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2010년 4월 LG화학으로부터 자동차용 배터리 팩의 제조 판매 등과 관련한 비독점적 통상실시권, 자동차용 배터리 팩의 생산 등에 필요한 기술정보제공을 받기로 했다. 이듬해 1월에는 의왕공장의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배터리팩 제조 설비를 매입하기로 했다.

LG화학과의 매입 거래와 현대모비스와의 매출 거래를 기반으로 HL그린파워는 점차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2012년에 매출 1000억원을 넘었고 2014년까지 증가했다. 2015년에 잠시 주춤했지만, 2016년에 매출 2000억원을 웃돌았다. 2017년에는 4000억원, 2018년에는 7000억원을 상회한 데 이어 작년에는 1조2164억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고무적인 점은 이익 규모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영업이익은 84억원, 당기순이익은 54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35.9%, 27.0% 늘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설립 후 최대다. 정 회장과 고 구 회장이 자신들이 경영하는 시대보다는 미래를 내다보고 후계를 위해 내린 용단이 결실을 맺고 있는 셈이다.

HL그린파워 관계자는 "LG화학한테 배터리셀을 받아 모듈화를 해서 현대모비스에 공급하고 있다"며 "설립 후 거의 매년 매출이 늘었고 전동화 시장의 성장에 따라 당사도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공시, 단위: 백만원, %

◇현대차·기아차 EV 판매량 급증, 코로나19 변수…추가 협력 여부 주목

최근 현대차와 기아차의 전기차(EV) 판매량은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양사의 국내 생산, 도매기준 전기차 판매량은 2016년에 1만3810대 수준이었다. 이듬해 2만대를 돌파했다. 2018년에는 전년보다 2배가량 성장한 4만9784대다. 올해 1월 3일 밝힌 작년 판매량은 8만6740대로 2018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작년 판매량은 2015년과 비교하면 8배 이상이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전기차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 HL그린파워도 덩달아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던 셈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초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수출이 올해에도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목표가 현실화될 경우 HL그린파워 역시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1월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6083대를 판매해 전년보다 71.3% 신장하면서 선전하고 있다.

다만 예측 불가능했던 위험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국내에서 급격하게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코로나19의 문제가 이른 시일 내에 해결돼야 소비 심리의 회복과 전기차 판매량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또 현재 코로나19의 펜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우려가 있는데, 국내의 상황이 호전되더라도 해외 국가들의 소비심리에 타격을 주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량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편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과 LG화학이 합작사를 만든 뒤 성공을 이뤄낸 경험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협업을 가시화할지도 주목하고 있다. 자동차 및 배터리업계에서는 올해 1월 중순 현대차와 LG화학이 국내에 합작 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투자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조원대 투자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출처: 현대차그룹, 기준: 국내 생산, 도매 기준, 단위: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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