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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에 '불안한' 엔지니어링업계…대형건설사와 대비 [코로나19 파장]국제유가 배럴당 20달러대…장기화시 중동발 플랜트 수주 감소 우려

이정완 기자공개 2020-03-20 08:29:30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9일 15: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첫 문장은 건설업계에도 해당될 분위기다. 유가가 불행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유가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전일 대비 24.4% 하락한 배럴당 20.37달러로 장을 마쳤다. 2002년 2월 이후 18년 만에 최저치다. 배럴당 30달러 선에 접어든 이후로도 끝 모를 하락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배럴당 10달러대 진입이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이번 국제 유가 하락세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원유 수요가 감소하며 발생했다. 전세계에 수요 충격이 일어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원유 증산을 두고 파워 게임을 펼치고 있어 단기적으로 유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가 하락의 불똥은 건설업계에도 튀고 있다. 증권사에서는 연일 유가 하락이 건설사 실적에 미칠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산유국들의 재정 악화, 발주처의 경영상황 악화, 프로젝트의 수익성 하락 등으로 신규 프로젝트 발주가 취소 또는 지연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사 진행이나 공사비 수령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유가 하락이 끼칠 악영향을 설명했다.

유가 하락 여파는 지난 사례를 통해서도 살펴 볼 수 있다. 2014년 6월 배럴당 100달러가 넘던 국제유가는 2016년 1월 26달러까지 낮아졌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15년 연간으로 유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실제 중동 지역 발주 규모가 10~15%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후반 국내 건설사의 해외 출혈 경쟁으로 인해 2013년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이미 건설업 주가가 낮아져 있었음에도 당시 40% 가량 주가가 하락했다.

다만 국내 대형건설사는 해외수주에서 지난 3년간 보수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에 타격이 덜할 것이란 분석이다. 채 연구원은 "대형 건설사에서 해외 사업은 전체 매출 비중의 30% 미만"이라며 "과거와 같은 저가 수주도 없었던 것이 주된 원인이다"고 말했다.

위험성이 거론되는 기업은 플랜트 사업을 전문으로 맡는 삼성엔지니어링과 현대엔지니어링 등이다. 중동의 발주처가 정유 시설투자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면 과거 사례처럼 신규 발주가 급감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단기적인 영향은 적다고 강조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플랜트 발주는 롱텀(Long-term)으로 전망한다"며 "지금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계약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유가 하락세가 장기화되면 발주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연초 1조9000억원 규모의 알제리 하시 메사우드 정유플랜트 수주를 시작으로 지난달 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와 약 2조1000억원 규모의 하위야 우나이자 가스 저장 프로젝트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며 수주 기대감이 커졌었다. 그런데 유가 하락이 찬물을 끼얹었다.

아람코는 이번 원유 증산 경쟁을 주도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다만 아람코가 비전통 가스 개발에서 진행하는 투자는 유가와 무관하게 진행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우리 건설 기업의 올해 수주 파이프라인이 가스전에 집중돼있어 올해 수주 성과는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도 비슷한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다른 회사와 달리 수주 현황과 매출처가 다각화 돼있다"며 "사업군 자체도 포트폴리오 뿐만 아니라 플랜트 수주 국가도 폴란드, 인도네시아, 쿠웨이트 등으로 다양해 위험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플랜트 외 건축·주택 사업에서도 전체 매출의 40%를 기록할 정도로 사업 다각화를 달성했다.

유가 하락기였던 2014년과 비교해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탄탄하다는 것도 안정적인 요소다.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 실적 발표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249%로 2018년 대비 100%포인트 가량 낮아졌다.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순현금 체제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마찬가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아직 지난해 연간 실적발표를 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75%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신용도는 'AA-'로 국내 건설업계에서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기업과 달리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19일 장중 706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올해 계획된 수주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내년 상황은 예측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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