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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대한항공 하은용 부사장, '환리스크' 관리 시험대코로나19발 환율 급등 '헤지 무용지물', 재무구조개선 변수

박상희 기자공개 2020-03-23 08:17:40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0일 13: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대한항공에 환율 충격까지 덮쳤다.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공포로 달러 수요가 급증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올해 평균 환율 1200원을 예상하고 사업계획을 짰던 대한항공은 대규모 외환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재무·자금 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 하은용 부사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주사 CFO도 겸직하고 있는 하 부사장은 이번 한진칼 주총에서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됐다. 대한항공 실적과 재무 상황이 한진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배구조를 감안하면 하 부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환율 관련 기타영업외손익은 마이너스(-) 3756억원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외환차익 2251억원, 외화환산이익 1028억원을 각각 기록했지만 외화차손(3337억원)과 외화환산손실(3698억원) 규모가 더 컸다.

올해는 환율 관련 기타영업외손실 규모가 더 불어날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 공포로 세계적으로 안전 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달러당 원화가치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원·달러 환율은 1285.7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원화가치가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최근 원달러 환율은 계속 상승추세에 있다. 환율 상승은 원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대한항공은 통상적으로 헤지 등을 통해 환율 관리를 하고 있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악재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0일 "원론적으로 통화별 수입과 지출 균형화를 꾀하고 시장상황을 감안해 환율 및 금리를 고정시키는 통화·이자율 스왑 등 헤지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다만 지금은 외화 수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지출만 유지되고 있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환율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통화이자율스왑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달러 변동금리부채를 엔화 고정 또는 변동금리부채로 변경하기 위한 통화이자율스왑 계약 잔액은 753억엔이다. 달러 변동금리부채를 원화 고정금리부채로 변경하기 위한 계약 잔액은 1조3946억원이다. 달러 고정금리부채를 유로 고정금리부채로 변경하기 위한 잔액은 약 2억6690만유로이다.

항공사는 외화결제 비중이 높아 환율 변화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높은 편이다. 외화지출이 수입보다 많고, 외화차입금 비중도 높아 환율상승(원하가치 하락)은 수익성 저하로 이어진다.

대한항공의 국제선 항공운송수입 비중은 통상 80~90% 수준에 달한다. 전체 매출의 약 40~50%가 달러·엔화 등 외화로 결제되고 있다. 영업비용 측면에서는 연료유류비,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보험비 등 항공기 운항에서 요구되는 비용 대부분이 외화로 결제된다. 공항조업비, 시설이용비, 착륙료 등 공항시설 사용과 관련된 비용 역시 외화로 지급되는 비중이 높다.


때문에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 환산 유류비 지급액이 증가하는 구조다. 외화차입금에 대한 외화환산손실 증가도 예상된다. 항공기 도입에 따른 투자금, 금융리스 미지급금 상환 등 항공기 관련 투자 및 재무활동상 현금유출도 달러로 결제되고 있어 현금흐름상 순외화지출 포지션에 노출돼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대한항공의 환율에 대한 위험노출 정도는 달러당 원화가치가 10원 떨어질 때마다 약 85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한다. 지난해 말 기준 대한항공의 외화표시 부채 장부금액은 11조4894억원이고, 이 가운데 달러표시 부채가 8조6844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대한항공의 일일 운항 국제선 수는 전년 동기대비 80% 이상 감소했다. 달러 등 외화로 결제되는 매출이 급감했다. 반면 연료유류비,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보험비 등 외화로 결제되는 지출은 계속되고 있다. 대규모 외화환산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1분기 환율 관련 기타영업외손익이 지난해 전체 손실(3756억원)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사태로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기타영업외손익이 수천억 단위 손실을 기록할 경우 대한항공의 재무 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대한항공 외화표시 부채 (지난해 말 기준)

CFO인 하 부사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하 부사장이 한진칼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된 것은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KCGI 등 한진그룹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는 세력은 줄기차게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부채비율 축소를 비롯한 재무구조 개선을 요구해왔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패닉 상태에 빠진 가운데 환율 충격마저 겹치면서 대한항공과 한진칼이 추진하려는 재무구조 개선에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한진칼은 안 그래도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압박감이 큰데 코로나19 사태로 경영 환경이 최악으로 치달은데다 환율 상승이라는 악재마저 겹쳤다"면서 "한진칼 사내이사 후보로 낙점된 하은용 부사장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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