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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한국조선해양 주총 '데뷔' 조영철 "컨틴전시 플랜 있다"노조 '대우조선 M&A' 집중 포화에 막힘없이 답변…전문성·소통능력 입증

구태우 기자공개 2020-03-25 08:13:43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4일 16: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조선해양(옛 현대중공업)은 국내 제조업 중 노사갈등이 극심한 기업 중 하나다. 조선산업이 호황기일 때 노사는 화합했지만, 2015년부터 '수주 절벽'으로 적자가 계속되면서 노사갈등이 격화됐다.

한국조선해양은 순환출자 해소와 지주사 전환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고, 노조는 강성 성향의 민주노총 가입으로 응수했다. 회사는 경쟁력 강화를, 노조는 '생존권'을 요구하며 맞섰다.

지난해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면서 노사갈등이 가열됐다. 한국조선해양 소속의 근로자들은 신설법인 현대중공업으로 옮겨지게 됐고 향후 조선산업의 불황이 시작될 때 불거질 고용불안을 걱정하게 됐다. 노사 간 현안이 켜켜이 쌓이면서 한국조선해양의 정기주주총회는 회사를 성토하는 장이 된 지 오래다.

주총 의장을 맡은 경영진은 노조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는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관례처럼 굳어졌다.

한국조선해양은 24일 현대빌딩 대강당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날 주총은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지배구조를 개편한 후 처음으로 치룬 주총이다. 본사를 울산에서 서울로 이전한 이후 처음으로 열린 주총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날 주주총회는 이사회 의장인 권오갑 회장을 대신해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조영철 재경본부장(부사장)이 진행했다.



◇조 부사장, 거버넌스 이슈는 '원칙'…주주가치는 '유감'

조 부사장이 주총 의장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상 첫 '데뷔전'이었음에도 주주의 질의응답을 막힘없이 소화했다. 올해 주총에서도 주주 자격으로 참가한 노조와 의장 사이에 신경전이 계속됐다.

노조는 이날 10여개를 질문했는데 질문 내용은 크게 5가지로 축약된다. △대우조선해양 인수구조의 합리성과 시기적 적절성 △우리사주 주가 하락으로 인한 사기 저하 △협력업체 하도급 구조 개선 여부 △한국조선해양과 카타르 바르잔가스 컴퍼니 간 분쟁과 충당금 △신규 이사진 선임의 적절성 등이다.

조 부사장은 이날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등 지배구조와 거버넌스 현안에 대해선 짧고 명쾌하게 답했다. 반면 노사 간 현안에 대해서는 주총에서 다룰 성격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날 한 조합원은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물동량 감소가 우려돼 대우조선해양 인수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질의했다. 오히려 이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이 우려된다고 물었다.

조 부사장은 "조선 부문 자회사들이 수주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코로나19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라며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2022년 수주 물량 확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조 부사장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단기간 주가하락이 있을 수 있지만 인수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해 조선 계열사 간 시너지를 배가하겠다"며 "코로나19 장기화에 대한 위기대응 계획을 마련했다"고 답했다.

한국조선해양의 물적분할이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적절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조 부사장은 짧고 간결하게 답했다. 조 부사장은 "독립 경영 체계를 확보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과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6년째 무배당 정책을 고수한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했다. 조 부사장은 "예측 가능한 배당정책을 하려고 하는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배당을 못해 죄송하다"며 "수년 간 위기극복을 위해 매진했는데 시황 회복이 늦어졌고, 배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IR서 다진 '소통 능력'…주총서 선봬

이날 한국조선해양 주총에 대해 안팎에서는 호평이 대부분이었다. 조 부사장은 주총을 처음으로 주재했음에도 강단있게 주주와 소통했다는 평이다. 임단협과 하도급 구조 개선을 묻는 질문에 조 부사장은 "주총 안건과 무관하다"면서도 "(노조가) 지적한 문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부사장은 "노조에서도 협력사를 돕는 일에 힘써달라"고 응수했다.

현대중공업노조는 완성차(기아자동차) 노조와 달리 아닌 하청업체 노조까지 가입이 허용돼 있다. 조 부사장의 말은 노조가 회사에 하청업체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것과 함께 정규직 노조의 양보 또한 필요하다고 에둘러 설명한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조 부사장이 평소 유연한 모습을 보였는데 강단있는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조 부사장은 그룹의 '재무통'으로서 위기 상황에서 소방수 역할을 했다. 2010년 현대오일뱅크 인수 후 재무구조 개선을 진두지휘했고, 2014년 현대중공업 등 조선 계열사의 경영 위기가 불거졌을 때도 '키맨' 역할을 맡았다. 2017년 현대중공업의 지주사 전환 때도 CFO로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198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그룹 내에서 줄곧 재무 및 경영관리 업무를 맡았다. 그의 이력을 보면 기관투자자 및 주주와 소통하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오늘 주총에서 대부분의 질의를 막힘없이 소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조 부사장이 한국조선해양의 지배구조 개편과 대우조선해양 M&A 등 굵직한 현안을 관장해, 이에 정통한 임원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부터 컨퍼런스콜(실적발표회)에서 기관투자자 및 애널리스트와 직접 소통했다. 다년간 외부와 소통하면서 쌓은 소통 능력을 주총에서 선보였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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