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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차 세종 세대교체 과제]강신섭 대표 체제 6년, 무엇이 부족했나②개혁에 불만 점증…주류 복귀로 내부 수습

조세훈 기자공개 2020-04-02 07:05:00

[편집자주]

서구식 로펌 모델이 국내 법조계에 뿌리내린 지 반세기가 지나고 있다. 대형 법무법인 대부분은 창업 1세대에 이어 2세대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확장을 거듭하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반면 국내 수위권 로펌인 세종은 설립자인 김두식 변호사가 지난해 대표로 다시 선임되면서 세대교체 문제를 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종의 현 상황과 법조계의 평가, 향후 전망을 세 편에 걸쳐 자세히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31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법무법인 세종은 한때 세대교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고·서울대 선후배들이 주축이 돼 대형 로펌으로 성장한 세종은 2013년을 기점으로 1세대가 물러나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판사 출신이자 비(非)서울고 인사인 강신섭 변호사의 대표 취임은 그 자체만으로 원만한 권력 이양이 이뤄진 것처럼 비춰졌다.

그러나 '강신섭 체제'는 공고하지 못했다. 경영 방식을 '효율'에 방점을 찍어 바꿔나가는 과정에서 내부 불만이 높아졌고, 수평주의적 문화속에 리더십마저 약해 각종 잡음이 새어 나왔다는 것이 세종 안팎의 평가다. 이러한 상황은 조직 로열티 하락과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고 법조계 관계자는 입을 모은다. 우수한 인력이 이탈하고, 경쟁 로펌에 계속 뒤쳐지는 상황이 지속되자 세종은 김두식 변호사를 다시 대표에 앉히는 고육지책을 쓴 셈이다.

◇사상누각 대표 교체에 리더십 의구심 "민심 잃었다"

직선제를 통해 대표를 선출하는 세종은 강신섭 변호사를 대표로 선출하며 변화된 민심을 표출했다. 세종 내부적으로 새로운 세대의 출현에 대한 갈증이 상당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시 세종은 국내 수위권의 대형 로펌으로 성장했지만 서울고를 중심으로 한 창립 그룹이 주요 의사결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세대교체에 대한 요구가 커져왔고, 자연스럽게 판사 출신인 강 변호사가 대표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세종 출신 변호사는 "서울고 중심에서 벗어나 법원 출신인 강신섭 변호사를 대표로 선출하며 새로운 리더십을 원했다"고 말했다. 남성고등학교를 나온 강 대표는 비주류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는 평가다.

강 대표는 취임 이후 보다 효율적인 조직을 꾸리기 위해 엄격한 '성과주의' 잣대를 도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움직임은 국내 대형 로펌 가운데 세종을 보다 확고한 위치로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국내 대형 로펌은 김앤장의 독주 속에 태평양과 광장의 2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 김앤장 출신들이 만든 2세대 로펌인 율촌도 매서운 기세로 자신만의 입지를 단단히 구축해 나가는 형국이다. 따라서 새 대표가 된 강 변호사 입장에서는 세종이 보다 강력한 입지를 다지고, 대형 로펌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성과를 강조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문제는 강 변호사가 대표를 맡으면서 내부적으로 그동안 누적된 불만 해소와 조직 장악력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음에도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특히 송무 전문인 강 변호사가 기업과 금융분야 M&A 자문업무 등의 이해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를 심각한 이슈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는 평가다.

세종 출신 한 변호사는 "2세대가 출범했지만 강력한 리더십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직 내부에 쌓인 불만을 해결하기 보다는 연공에 따른 대표 교체라는 인식이 내부적으로 팽배했었다"며 "로펌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자문업무 강화와 변호사 인력 확충, 애로사항 청취와 문제 해결 등에 대해서는 나아지는 것이 별로 없었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강 대표에 대한 불신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강요된 성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기 어려웠다고 세종 안팎에서는 입을 모은다. 특히 리더십이 확고하게 다져지기도 전에 성과를 강조한데 따른 불만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성과에 대한 부담이 상당한 가운데 평가의 잣대가 자의적이라 로펌 내 민심을 잃었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개혁의 명분이 약해지고, 실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강 대표 체제의 리더십은 급격히 약화됐던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세종 출신 변호사 역시 "강 대표는 농도(성과)가 떨어지는 사람은 내보냈다"며 "소통없는 일방주의적 경영이 이어지면서 파트너들의 신망을 잃었다"고 말했다.

◇짐싸는 변호사들…"추가 이탈 막자" 결국 과거로 회귀

가장 큰 문제는 로펌의 핵심 인력인 변호사 이탈이었다. 강 대표가 경영을 맡았던 2013년부터 2018년은 세종의 자문 변호사들의 이직이 가장 높았던 시기로 알려졌다. 금융이나 기업 M&A 자문 분야의 변호사들은 경쟁 로펌으로 또는 선후배들과 함께 의기투합 새로운 로펌을 만들기도 했다.

KL파트너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KL파트너스는 국제중재 분야 전문가였던 김범수 변호사와 M&A 자문에 스타 변호사였던 이성훈 변호사 등이 만든 신생 로펌이었지만 자문 분야에서 눈에띄는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세종 출신들이 약진하자 자연스럽게 우수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불만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리더십이 무너지자 세종은 포스트 강신섭 체제를 택하기로 결정했다.


강 대표 시기의 성과는 실적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임기 마지막 3년 동안 세종은 율촌보다 매출액이 적었다. 2010년대 들어 역전된 상황을 개선하지 못했다. 2016년 세종의 매출액은 1669억원으로 율촌(1819억)보다 14%가량 적었다. 이듬해에는 매출이 제자리 걸음에 그치면서 격차가 더 확대됐다. 2018년에는 세종의 매출이 늘어 1845억원을 기록했지만 율촌은 그해 처음으로 2000억원대를 돌파하며 격차가 유지됐다. 실적 개선이 뚜렷하지 않자 효율화란 개혁 명분마저 사라졌다.

M&A 리그테이블을 통해서도 이러한 상황이 감지된다. 세종은 2011년 더벨 리그테이블에서 김앤장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할 만큼 뛰어난 성과를 기록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태평양과 광장, 율촌 등과의 경쟁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이렇게 누적된 불만이 김두식 변호사를 다시 대표로 맞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6년 전 세대교체로 비서울고·법원 출신을 선택했지만 혼란만 가중되면서 다시 기존 주류 세력에 의존한 셈이다.

안정을 택한 세종의 판단은 일단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지난해 매출액이 처음으로 2000억원을 넘어섰고, M&A 법률자문 분야에서도 순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김두식 변호사가 대표로 다시 복귀한 작년 세종은 태평양, 광장과 치열한 2위권 싸움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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