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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vs 코로나 사태, '닮은 듯 다른' 위기 [WM라운지]

조성식 미래에셋생명 자산운용부문대표공개 2020-05-13 09:35:00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1일 11:2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2년 전 미국의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감지되기 시작했을 무렵, 한국의 코스피가 2007년 11월 2085포인트를 고점으로 이듬해 10월 892포인트 저점을 기록하기까지 약 1년이란 시간이 소요됐다. 2008년 1월 1570포인트에서 5월 1901포인트까지 반등 기간이 있었지만, 이후 저점을 기록한 10월까지 5개월 동안 약 1000포인트가 내리 하락하는 고통의 기간이었다.

코로나19는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올해 코스피 고점이 1월에 기록한 2277포인트였는데 1439포인트까지 하락하는데 걸린 시간은 두 달 정도였고 실질적으로 한달 동안 무려 800포인트가 하락했다. 이후 1900포인트 대까지 회복하는데 걸린 시간도 한 달 남짓이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박스피 구간에서 고점과 저점이 각각 2189포인트, 1758포인트 였음을 감안하면 코로나19 사태를 인식하는 시장의 함의는 상상 이상이었다.

깊은 계곡을 지나 향후 전개될 시장 상황에 대한 합리적 추론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금융위기와 코로나 사태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008년 금융위기의 기간은 연방준비제도(Fed)나 재무부 같은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의사결정의 연속이었다. 민주주의 시장경제의 원칙은 ‘파산할 기업과 생존할 기업이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함’이다. 그래서 이 원칙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위기를 극복한다는 것 자체에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했다.

실제로 리먼브라더스, 베어스턴스, 컨트리와이드 같은 굴지의 금융회사들이 긴 역사를 뒤로하고 파산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살아남은 금융기관과 경제주체들은 구조조정을 마치고 새롭게 수혈된 자본 구조를 바탕으로 회복의 길로 접어들었다. 말 그대로 금융위기였기 때문에 금융기관이 정상화된 이후 최종 경제주체들에게 자금이 흐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과정이었다.

2020년 코로나 사태에 대한 해법은 금융위기에 비해 미국의 정책당국자에겐 훨씬 쉬운 의사결정일 수 있다. 코로나 사태 이전 미국경제는 순항하고 있었고 코로나라는 자연재해를 만나 갑자기 멈춰버린 상황이다. 경제라는 자동차가 가던 길을 계속 가기 위해서는 코로나라는 씽크홀을 메워서 멈춰 선 자동차를 통과 시켜야 한다. 멈춰선 자동차의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므로 거의 무제한적인 지원을 통해 씽크홀을 메우면 된다는 해법이 그것이다.

정책입안자들의 의사결정은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쉬워 보이지만 멈춰버린 경제주체들에게 자금이 도달하는 과정은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어려울 수 있다.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금융기관이 자금지원의 기준을 세우는 작업은 워낙 다양한 케이스로 인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자금 납부 유예, 세금납부유예, 긴급생활자금 지원 등 굵직한 지출 목록을 만들어 정부가 직접 챙기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소상공인들의 다양한 케이스를 지원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그래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사태 장기화를 가정했을 때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업종과 피해가 작을 업종 및 기업을 분류해서 투자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여행, 항공, 에너지, 철강, 소재, 오프라인 리테일 등은 큰 폭의 수요감소라는 뉴 노멀을 맞이 할 수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해외는 출장의 대상이었지 여행의 대상은 아니었다. 해외여행이 아무리 좋아도 심각한 건강상의 위험을 감수하고 가기는 어렵다. 에너지 수요가 감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온라인으로 뺏긴 고객을 오프라인이 찾아오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서비스, 게임, OTT 컨텐츠 서비스 등은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성장을 지속하던 분야였다. 코로나 사태는 이처럼 언택트 라이프스타일을 가속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아마존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신고가를 경신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의 대부분을 커버하고 있는 사업모델 때문일 것이다.

최근 기업분석 못지 않게 중요한 일상이 트럼프 대통령이 매일 주재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태스크포스 브리핑을 듣는 것이다. 고령의 대통령이 매일 한시간 이상 직접 진행상황을 브리핑한다.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에 전세계인의 건강과 경제의 많은 부분이 달려있다.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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