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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Watch]제너셈 'R&D 중심+노마진' 전략 빛 봤다송도연구소 중심 개발집중, 시장진입 총력…지난해부터 대기업 공급계약 잇따라

조영갑 기자공개 2020-05-19 09:03:57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5일 0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후공정 장비 제조업체 제너셈이 올해 대량공급 계약을 잇따라 맺으면서 꾸준한 R&D(연구개발) 투자의 과실을 따고 있다. 후발주자로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2017년부터 '뼈를 깎는' 단가 인하에 나선 것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부터 후공정 장비인 레이저마킹(Laser Marking), 테스트핸들러(Test Handler), 레이저커팅(Laser cutting) 등을 국·내외 시장에 대량 공급하면서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제너셈은 SK하이닉스와 32억원 규모의 반도체 후공정 자동화 물류장비(Pick & Place)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019년 총매출액(370억원)의 8.52% 수준의 계약이다. 공급시기는 이달 12일부터 오는 11월20일까지다.

앞서 지난 3월엔 43억원 규모의 레이저커팅(Laser cutting) 장비를 아이티엠반도체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레이저커팅은 PCB(반도체 기판) 공정을 진행한 이후 개별적으로 반도체 유닛을 자르는 과정에서 필요한 장비다. 미세하게 절단할 수 있는 고사양일수록 커팅 과정에서 소모를 줄일 수 있다.

제너셈은 주요 대기업과의 거래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에만 80억원 가량의 공급계약 건을 기록했다. 계약금액이 타사와 비교해 크지는 않지만 2015년 코스닥 상장 이후 제너셈이 지속해서 진행한 R&D 사업구조 개편이 성과를 보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장비 납품 진입장벽이 높은 반도체업계의 경우 (제너셈과 같은) 벤처 기업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제너셈은 후공정 장비 기술을 바탕으로 꾸준히 연구개발에 나서 매해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너셈은 그동안 PCB 커팅 등에 사업의 무게추를 두고 있었으나 상장 과정에서 확보한 '종잣돈'을 바탕으로 후공정 장비 및 기술 부문에 지속해서 투자했다. 2015년 9월 코스닥에 상장한 제너셈은 공모 과정에서 137억원을 유치, 이중 82억원을 신사옥과 기술연구소 확장에 투입하면서 R&D의 중추로 삼았다.

업계에선 제너셈 기술연구소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제너셈은 2016년 인천 송도에 신사옥을 준공하면서 그동안 본사 외부에 산재해 있던 R&D센터(제너셈 기술연구소)를 본사로 통합해 확장했다. 그러면서 해마다 5~8%대 연구개발비를 꾸준히 투입해 특허기술을 확보했다.

연구개발비는 2018년 21억원에서 지난해 30억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제너셈이 매출액 370억원, 영업이익 30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구개발비로 영업이익에 준하는 비용을 투입한 셈이다.

2019년말 기준 기술연구소에서 출원해 등록된 특허 및 실용신안은 60건에 이른다. 특히 2014~2015년을 기점으로 반도체패키지 비전검사와 마킹시스템 등으로 기술개발 축을 옮기면서 관련 기술을 고도화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반도체에서 반도체 황금기를 경험한 한복우 제너셈 대표는 직접 연구소를 챙기면서 연구개발을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1986년부터 2000년까지 한미반도체에 몸담은 반도체 전문가다. 2000년 안영민, 이희동 이사와 함께 한미반도체를 나와 제너셈을 창업했다.

제너셈은 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매년 반도체 후공정 관련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테스트핸들러, 고속 패키지 검사 및 포장 장비, 반도체 패키지 마킹장비를 비롯해 반도체 후공정 중 전자파를 차단하는 장비인 EMI 실드(Shield)와 다이아몬드 블레이드로 반도체 고밀도 회로기판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분리하는 쏘잉 싱귤레이션(Sawing Singulation)을 출시해 납품하고 있다.


아울러 영업 전략도 업계에서 주목하는 포인트다. 이미 기존의 주요 중견사들이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후공정 장비 시장에 자체 개발장비를 진입시키기 위해 한동안 이른바 '노마진' 전략을 추구한 것도 주효했다. 2015년 이후 한동안 매출이 감소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제너셈 측은 "후발주자로서 후공정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기존 경쟁 장비보다 신규 개발장비 공급에 집중했다"면서 "장비의 공급가를 마진이 거의 없거나 소폭 손실을 보는 수준으로 책정해 일단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밝혔다. 장비 원가, 개발비, 판매관리비를 합한 액수가 매출가액에 근접하거나 상회했다는 의미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해외 물량이 늘어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매출액 370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100억원 가량 증가했다. 매출원가는 2018년 245억원에서 지난해 230억원으로 감소했다. 제너셈의 해외수출은 전체 매출액에서 50%가량 차지한다. 중국 시장이 주요 타깃이다.

제너셈 관계자는 "EMI 실드의 경우 2016~17년 진입장벽을 고려, 마진을 낮추는 전략을 택해 판로를 확보하면서 안정적인 납품을 할 수 있었다"면서 "여기에 더해 또 다른 신규 개발장비인 쏘잉 싱귤레이션이 지난해부터 주요 반도체 메이커에 공급되면서 실적을 견인하는 제품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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