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5월 20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해외 벤처캐피탈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눈 적 있다. 베트남에서도 투자 활동을 하고 있는 벤처캐피탈인데 현지에서 지켜본 한국 벤처캐피탈은 특징이 뚜렷하다고 했다. 특징이라고 말했지만 ‘생존법’처럼 들렸다.그에 따르면 현지에서 한국 벤처캐피탈은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인다. 자기들끼리 강력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좋은 딜을 활발하게 공유한다. 현지에 입성하려는 벤처캐피탈을 적극적으로 도와 새 동료의 안착을 지원한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 벤처캐피탈의 모습에서 ‘동물의 왕’ 사자의 생존법이 오버랩 됐다. 사자 무리의 우두머리는 새 수장을 정할 때 사냥능력 대신 다른 조직원에게 먹잇감을 줄 수 있는 이타심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자기 조직 뿐 아니라 다른 조직의 부하에게도 도움을 받아야 돌발 상황에 대비할 수 있고 사냥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험지에선 ‘스페셜 원’보다 ‘원 팀’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셈이다. 오랜 역사에서 사자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실제로 베트남에서 한국 벤처캐피탈의 ‘사자 생존법’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리드 투자자가 정보를 공유해 나눠준 딜이 결실을 맺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 벤처캐피탈이 집중 투자한 프롭테크 기업 '프롭지'의 경우 차기 유니콘 기대주로 급부상하고 있다.
후발주자로 현지에 진출한 벤처캐피탈도 딜을 적극적으로 공유한다. 상부상조를 통해 현지 생존력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다만 한국 벤처캐피탈의 ‘사자 생존법’에 우려도 상존한다. 유기체 내부 정보에만 의존하면 더 좋은 투자 기회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지 벤처캐피탈과의 접점도 늘려야 더욱 다양한 기업들을 살펴볼 수 있다.
해외 벤처캐피탈 관계자가 바라본 한국 벤처캐피탈의 아쉬운 점도 이와 같다. 현지 벤처캐피탈과의 빈약한 네트워크에서 비롯된 좁은 시야를 꼽는다. "한국 벤처캐피탈은 한국에서 성공한 산업군에 앵글을 맞춰 이와 관련한 현지 기업을 찾는다"는 그의 이야기가 더욱 뼈 있게 들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투자는 쉼표다. 투자 재개를 준비하는 벤처캐피탈이 현지 벤처캐피탈과 네트워크 확대 방안을 강구하는 알찬 시간으로 삼았으면 한다. 아쉬운 점을 보완한다면 해외에서 한국 벤처캐피탈이 '사자'로 군림할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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