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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대는 중소조선사 M&A]청산가치 주목…채권단은 '고민중'②자산 매각만으론 명분 부족…기업영속성 고려해야

최익환 기자공개 2020-06-11 11:31:45

[편집자주]

최근 대형 조선사의 대규모 수주 소식으로 장기 침체에 빠진 국내 조선업계가 모처럼 활짝 웃고 있다. 특히 일부 구조조정 중소조선사 매각이 성사되면서 국책은행 관리하에 있던 업체들도 M&A 매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다만 안정적인 여신 회수와 새 주인 물색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채권단의 딜레마, 그리고 조선업 통폐합 필요성 등은 숙제로 남아있다. 더벨은 중소조선사 M&A를 둘러싼 이슈와 향후 전망을 총 네 편에 걸쳐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0일 06: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관심은 채권과 출자전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국책은행들의 판단에 쏠린다. 여신회수에 중점을 둘 경우 상승한 부동산 가치를 반영, 자산매각이 우선시되어야 하지만 기업의 영속성을 감안한다면 온전히 새 주인을 찾아줘야 하는 책임감을 도외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국책은행들의 딜레마는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동남권 해안가에 주로 위치한 이들 조선소의 부동산 등 자산가치는 지속적으로 상승일로에 있다. 부산광역시의 엑스포 추진 등 각종 개발호재가 존재하는 만큼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이 늦어질수록 국책은행들은 여신 회수와 M&A 사이에서 더 큰 고민을 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더 팔 자산 없다” 조선업계 위기감 고조

물론 조선업계도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동안 중소조선사들은 비핵심자산 매각이라는 명목 하에 부동산 매각대금을 운전자금으로 이용해왔다.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위해서는 조선사가 일정 규모 이상의 현금을 보유해야 한다는 채권은행 규정 탓에 영업활동을 위해서는 반드시 자산의 현금화가 필연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채권은행인 국책은행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TX조선해양의 경우 자재 야적장으로 사용하던 진해 행암공장을 재작년 부산 기반의 건설사 동일에 35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당초 지역의 부동산개발회사와 계약을 맺고 부지개발을 추진했으나 잔금이 들어오지 않은 전례가 있던 터였다. 희망가격인 450억원보다는 낮게 팔았지만 행암공장의 매각 성공으로 계약 대기 중이던 5만톤급 석유화학제품 운반선(Tanker)의 수주에 성공할 수 있었다.

최근 새 최대주주로 큐리어스파트너스-LK투자파트너스-HSG중공업을 맞은 성동조선해양 역시 회생절차 상에서 부지 일부를 매각한 전례가 있다. 2018년 3야드 부지 대부분을 HDC현대산업개발에 매각해 회생채무 변제자금을 마련했다. 지난해 진행된 회생절차 상에서의 매각에서도 1야드와 2야드의 분리매각이 추진됐으나, 현 최대주주 등 원매자들이 1야드와 2야드 전체를 인수하며 분리매각은 없던 일이 됐다.

이처럼 꾸준히 조선소 부지 일부분을 떼어팔아 유동성을 확보해온 만큼 중소조선사 대다수는 추가로 부지를 매각할 경우 사업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 상황에서 국책은행 등 채권단이 자산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를 요구할 경우, 사실상 회사를 청산하는 수순이 되지 않겠냐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미 유휴자산과 일부 조선소 부지를 매각해 더 이상은 팔 수 있는 자산이 없는 상황”이라며 “추가적인 자산매각이 이뤄지면 사실상 조선소의 기능이 멈추게 되어 청산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부지가치 상승 두드러져…관심갖는 개발투자자 다수

실제 조선업체들이 밀집한 부산·울산·경남지역의 지가는 지속적으로 상승 추세다. 채권단이 여신을 제공한 2010년대 초반에 비해 최소 2배 이상 많게는 4~5배 정도 인근 공장부지의 가치가 오른 경우도 존재한다. 특히 바닷가를 끼고있다는 점에서 조선소들의 작업장인 ‘야드’는 공장부지로의 가치뿐만 아니라 상업·주거시설로의 가치도 뛰어난 편이다.

과거 조선소 부지 인근은 모두 공장지대였지만 점차 조선소가 위치한 항만 중심지를 벗어나 외곽의 신항 부지 인근으로 이동하는 상황도 지가 상승을 부추겼다. 대부분의 조선소가 넓은 부지를 가지고 있는 만큼 다소 외곽에 위치하더라도 신도시 급의 택지개발은 어렵지 않다.

한진중공업과 대선조선이 위치한 부산광역시 영도구의 경우도 도시재생과 신규분양 등이 이어지며 공장부지로 사용되던 준공업지역과 공업지역 일부에 상업시설이 들어서는 등 조선소를 둘러싼 인근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선소의 부지에 주목하는 원매자도 상당하다. 최근 매물로 나온 경상남도 고성의 한 조선업체는 부동산신탁사 한 곳이 관심을 가지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산업단지로의 개발 뿐만 아니라 향후 상업과 주거용지로의 개발 역시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 영도1공장
대선조선의 영도공장. 대선조선의 영도조선소 부지는 가치상승을 이유로 개발 가능성이 언급되어왔다.(출처=대선조선)
◇딜레마 속 국책은행 판단에 주목…“개발은 인수자 몫으로”

그러나 실제 국책은행이 여신 회수를 위해 부동산 매각을 위주로 중소조선사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추진할 경우 자칫 조선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소조선사 한 곳만 해도 수백 곳의 협력업체가 연결돼 있는 상황에서 지역경제의 붕괴 가능성까지 거론될 수 있다. 이는 국책은행들에게 더없는 부담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그동안 이뤄지던 대부분의 조선사 매각작업은 실제 사업을 영위할 원매자를 대상으로만 이뤄졌다. 부동산 개발만 원하는 원매자에게 매각했다가는 국책은행이 짊어져야할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부산 한복판에 위치한 대선조선과 한진중공업 역시 부지가치를 부각시키는 대신 회사의 영업실적 등을 마케팅 포인트로 강조하는 분위기다.

국책은행이 구조조정 국면에서 조선사 매각에 성공할 경우 부지 활용 등 모든 책임과 과실은 새 인수자에게 넘어가게 된다. 국책은행 입장에선 직접 조선소의 청산이나 이전 등 딜레마 요소가 다분한 작업을 피할 수 있다.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조선사 매물이 공개된 배경 역시 국책은행이 처한 여신회수와 매각 사이의 고민을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아진 상황에서 청산과 부지매각을 통한 여신 회수보다는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회사 자체를 매각해 손을 떼는 것이 국책은행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부지개발 가능성이 당장은 높지 않은 만큼 인수자의 몫으로 넘기는 것이 국책은행 입장에선 최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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