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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인수금융 치킨게임]생존 위한 몸부림…에쿼티 출자 카드도 동원③해외 대출 상품 국내 셀다운 통해 돌파구 마련

한희연 기자공개 2020-06-26 11:01:44

[편집자주]

M&A 시장의 한 축인 인수금융은 그 역할과 중요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사모투자펀드 운용사들이 늘어나면서 수익률 제고를 위한 뎃 파이낸싱(Debt Financing)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과거 은행의 전유물이었던 인수금융 시장은 증권사까지 가세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치킨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인수금융업계의 현실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움직임을 총 세편에 걸쳐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5일 14: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인수금융 시장에서 리캡과 리파이낸싱의 빈번한 시도가 일어난지 5년 가까이 지났다. 하나의 투자건을 통해 여러차례 딜을 우려먹는 방식도 이제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다는 인식이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금리도 지속적으로 낮아지면서 차입에 대한 이자 만으로는 기관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더욱 힘들어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7~8%의 금리를 보이던 인수금융 금리는 최근 4% 대로 떨어진지 오래다.

◇주선자격 얻으려 에쿼티 출자…아슬아슬한 영업 경쟁

사정이 이렇자 지난해부터는 인수금융 주선을 따내기 위해 직접 출자에까지 손을대는 사례도 빈번하게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직은 이런 방편이 다소 위험하지 않냐는 시각이 보편적이긴 하지만 에쿼티에 대한 베팅이 경쟁속에 내몰린 금융기관들에게 또 다른 트렌드가 될지 여부를 계속 주시하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웅진그룹의 코웨이 인수과정에서 발생했던 한국투자증권의 금융주선이다. 웅진그룹은 코웨이를 되찾기 위해 2조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짰고, 한국투자증권은 이중 1조6000억원을 대다수 책임졌다.

1조1000억원의 인수금융은 셀다운까지 끝나 큰 문제가 없었지만 이슈가 된 것은 5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투자였다. 당시 웅진그룹의 인수 파트너였던 스틱인베스트먼트는 5000억원의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해 CB 투자금을 조달할 계획을 세웠는데 한국투자증권은 이 펀드에 총액인수 확약을 맺었다. 인수금융에 더해 사실상 에쿼티에 투자에 대한 부담까지 자처하며 통 크게 베팅한 셈이었다.

하지만 프로젝트펀드 결성이 어려워지면서 한국투자증권이 총액인수한 5000억원의 발이 묶이게 됐다. 결국 넷마블로 코웨이가 재매각되기까지 몇달간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에쿼티 투자의 모험까지 시도한 사례로 인수금융시장에서는 오랫동안 회자됐다.

최근에는 한앤컴퍼니의 포트폴리오 회사인 에이치라인해운의 인수금융 리캡 과정에서 에 인수금융 대표주선 자격을 얻은 하나금융그룹이 에쿼티 투자를 전격 결정하며 이목을 끌었다. 한앤컴퍼니는 지난해부터 에이치라인해운의 기존 LP를 신규 LP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하나금융과 손을 잡고 새로운 구조를 짰다.

하나금융은 한앤컴퍼니와 1조7500억원 규모로 에이치라인해운 지분 100%를 공동 인수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1조원은 펀드의 에쿼티, 나머지 7500억원은 인수금융으로 구성됐다. 하나금융은 1조원의 에쿼티 투자금액 중 약 30%를 책임지기로 했다. 인수금융 주선사인 동시에 펀드의 공동GP로 나선 셈이다. 하나금융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대표 주선 자격을 꿰찬 경우다.

◇"해외에서 답 찾자" 딜 발굴에 안간힘

국내 인수금융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아예 해외로 눈을 돌리는 사례도 여럿 목격된다. 한정된 M&A 주체와 딜이 존재하는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인수금융 기회를 직접 타진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초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이런 시도는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더벨 리그테이블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국내 금융기관들이 주선한 인수금융 딜 22조3000억원 가운데 차주와 인수대상 매물이 모두 해외였던 규모는 1조4000억원 가량을 나타냈다. 전체의 6% 정도에 해당된다. 차주는 국내 기관이지만 투자 대상이 해외 매물인 딜도 3조4000억원 규모로, 전체의 약 15%를 차지했다.

해외 인수금융 딜은 최근 2~3년 사이에 부쩍 늘어난 모습이다. 올 상반기에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다소 줄었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사례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많다.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IB들은 해외로의 확장을 주도하는 하우스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2019년 5건의 해외 딜에 참여해 5000억원대의 실적을 쌓았다. NH투자증권도 1600억원대, 한국투자증권과 KB국민은행이 각각 1500억원대, 신한금융투자가 1200억원대의 주선실적을 지난해 해외에서 쌓아 올렸다.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 등은 몇 년 전부터 해외 인수금융 담당자를 따로 두고 딜을 발굴하고 있고, 한국투자증권도 최근 해외 딜을 주로 보는 인력을 확충했다. 시중은행의 경우 홍콩 데스크 등을 통해 해외 인수금융 기회를 끊임없이 타진하고 있다.

현재 국내 IB가 쌓고 있는 해외 인수금융실적은 주로 KKR, 칼라일, CVC캐피탈 등 대형 글로벌 펀드의 해외지역 바이아웃 딜에 참여한 경우다. 하지만 아직 현지 네트워크 등의 부족으로 좋은 딜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주도하기 보다는 대형 외국 IB가 주도하는 딜의 일부 물량을 받아오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해외 딜 주선 여부를 진정한 인수금융 능력으로 측정하기엔 아직 어렵다는 비판도 일부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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