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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금융 시장에서 살아남기

김일문 M&A부장공개 2020-07-08 08:48:28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7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A 인수금융 시장의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과거 대형 은행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인수금융 주선에 증권사들이 가세하면서 더욱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중소형사까지 앞다퉈 뛰어들어 완전경쟁시장으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사모투자펀드 운용사를 중심으로 M&A 딜이 뜨면 주선사는 서로 대출을 해주겠다며 러브콜을 보내는 것이 일상이다. 경쟁이 격화되다보니 특정 운용사와 금융사간 연결고리도 약해졌다.

과거에는 오랜 기간 대출 주선업무를 맡겨왔던 금융회사가 정해져 있다시피 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파트너십도 깨지고 있다. 무엇보다 기존 금융회사가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금리를 제시하는 산업은행의 출현은 공고히 맺어졌던 '그들만의 의리'를 무참히 무너뜨렸다.

대출 주선사가 딜을 따내는 가장 손쉬운 접근방법인 LP 출자도 더이상 먹히지 않는다. 과거에는 스폰서십을 통해 "우리가 남이가"를 외쳤다면 최근에는 이러한 전략도 시들해졌다. 대형 펀드에 너도나도 LP 참여가 이어지면서 생색내기 어려운 처지다.

특히 이러한 대출 주선사의 LP 참여는 다른 기관들에게 민폐라는 지적도 상당하다. LP로 참여하면서 인수금융 대출 주선 업무 뿐 아니라 펀드내 투자와 엑시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주관 자격까지 요구하는 선을 넘어선 갑질이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결국 염불에는 관심없고 잿밥만 노리다 보니 연기금과 공제회 등 대형 출자자들은 금융회사의 LP 참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주선 경쟁은 빈번한 자본 재조정과 리파이낸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출을 끌어쓰는 차주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다. 담보 자산의 가치를 높게 쳐줘 돈을 더 꿔주겠다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투자의 조기 회수 창구로 활용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심지어 응당 운용사가 맡아야 할 펀딩까지 주선사가 도맡아 총액인수 하는 과감한 전략도 서슴지 않는다.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한정된 딜을 다수의 주선기관이 나누다 보니 실적 경쟁으로 인한 꼼수가 등장하기도 한다. 소위 말해 실적을 나눠먹는 '바터(Barter)치기'다. 특정 주선사가 소량의 실적을 떼어주고 추후에 상대방에게 비슷한 식으로 물량을 받아내는 품앗이 형태다. 주선 실적이 없어 손가락을 빨아야 할 처지에 놓이는 상황을 대비해 "내가 힘들때 너도 도와달라"는 일종의 보험인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행태가 실적을 기만한다는 점이다. 소량의 물량만을 떼어와 건수를 올려 사실상 없는 실적을 억지로 만드는 꼴이다. 치열한 경쟁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하기엔 씁쓸하기 그지없다.

과거 대형 딜에만 활용됐던 뎃 파이낸싱(Debt Financing)이 이제는 1000억원 미만의 작은 딜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사모투자펀드 운용업의 확대와 별개로 재미를 볼만한 딜이 많지 않다보니 소형 딜에도 대출 주선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지긋지긋한 치킨게임의 끝은 어딜까. 서비스 차별화가 쉽지 않은 대출 주선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출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거나 경쟁력 없는 주선사가 스스로 영업을 포기해 플레이어를 줄이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 머니 게임의 한복판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승기를 거머쥘 곳은 누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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