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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기 조선업 점검]한국조선해양, 과당경쟁 대신 '구조조정 처방'반쪽 발주시장, 1.5조 투입 대우조선 인수, 조직 슬림화 추진

구태우 기자공개 2020-07-20 10: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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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간 산업인 조선업이 장기 불황에 들어섰다. 조선업은 국제유가와 환율, 환경규제 등 다양한 외생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앞으로 조선시장에는 '호황'이란 말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내 조선사는 규모와 주력 선종도 비슷하다. 국내 업체 간 경쟁이 결과적으로 한국 조선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이유다. 더벨은 장기 침체가 예상되는 한국 조선업의 생존 전략을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16일 14:3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조선해양(옛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절차가 시작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인수 초창기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으로 경영권 승계를 위한 M&A라는 의혹도 있었다. 이번 M&A가 과당경쟁 체제로 진입한 한국 조선업 발전을 위한 '통 큰 결단'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18개월이 지난 지금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후자를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 있다. 수주산업인 조선업은 10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된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악화와 신흥국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10년 주기론'이 걷히고, 조선업계는 장기 침체를 맞이하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하고 악수했다.

한국조선해양의 지난 10여년의 변화를 살펴보면 조선업계의 시장 변화에 대비해 다양한 전략적 대비들을 한 것을 알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도 연장선상에서 진행된 것으로 풀이된다. '빅3'를 '빅2'로 축소해 조선소 간 수주 경쟁을 줄이고 시장 규모 축소에 연착륙하려는 것이다.

한국조선해양의 지난 5월 기준 조선 부문 수주잔량은 인도기준 272억 달러(한화 32조773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의 선박 부문의 수주 잔량을 합한 수치다.

2008년 5월 수주잔량은 359억 달러(43조2559억원)이었는데, 이 기간 동안 24%(87억 달러) 축소됐다. 이는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을 뺀 수치로 이를 합산하면 수주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선박 척수 기준으로는 지난 5월 기준 279척의 일감이 남았다. 2008년 5월에는 372척이 남았는데, 산술적으로 비교하면 건조해야 할 선박이 25% 가량 줄어든 것이다. 2008년 기준 선종별로는 컨테이너선이 42%(158척)으로 가장 많았고, 탱커선(30%, 112척)과 LPG선(9%, 35척) 순이었다. 최근 조선업계에서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분류되는 LNG 운반선은 10척(3.2%)에 그쳤다.

한국조선해양의 조선부문 일감은 LNG 운반선 비중이 가장 높았다. 수주잔량 중 17.5%를 LNG선이 차지했고, 컨테이너선과 탱커선 비중은 각각 16.4%, 16.1%였다. 이전보다 수주 규모는 줄었지만, 수주 선종이 다변화됐다.

통상 LNG선의 수익성이 가장 높고, 컨테이너선과 탱커선 순이다. LNG의 수요가 늘면서 이를 운반할 LNG선은 국내 조선사가 경쟁국과 비교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 LNG선 외에도 컨테이너선과 탱커선 등을 종류별로 고루 수주해 한국조선해양의 매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조선소는 2013년부터 조선 부문의 발주 물량이 줄어들면서 경쟁적으로 선박을 수주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조선사는 앞다퉈 저가에 입찰했고, 그 결과 조선사의 경쟁력을 갉아먹게 됐다는 평이다. 현재 국내 조선소들은 수익성을 우선해 수주하고 있다. 이른바 '보릿고개'를 보내면서 업체간 과열 경쟁의 결과가 '제로섬 게임'으로 치닫았기 때문이다.


조선업은 침체기 불황 정도가 크고 장기화되는 경향성을 띈다. 그런데 국내 조선사들은 1970년대부터 2010년까지 호황기를 보냈다. 불황기를 처음 만나자 이를 대비하기보다 경쟁을 통해 업계를 위기로 몰고 갔다.

한국조선해양은 우량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조선업의 장기불황에 대비한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다. 조선사의 장기불황에 대비한 경영전략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첫번째는 선박관리 사업 등에 진출해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한국조선해양은 2016년 현대중공업에서 선박관리 사업을 분사해 현대글로벌서비스를 설립했다.

조선업은 호황기 직후부터 장기간 불황이 시작된다. 선박관리 사업은 호황기 대량 건조한 선박의 영향으로 불황기가 시작된 후 수요가 증가한다. 이 사업은 불황기 조선사의 재무적 위기를 약화시키는 주요한 수단이다. 연관 상품을 개발해 불황기 대비하는 방법도 있다. 호황기 수익을 R&D 등 투자해 불황기 시장에 내놓을 제품을 개발하는 전략이다. 5g 기술도입한 스마트 선박이 한 예다.

이외에도 구조조정도 불황기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다. 한국조선해양은 2016년 금융 계열사와 자산 매각 등을 통해 3조5000억원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구조조정이 '사후적' 성격이었다면, 대우조선해양 M&A 및 조직개편 등은 선제적 구조조정에 해당된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7월 "위기 극복과 경영 효율화를 위해 사업부와 부서 통폐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조선과 해양사업부를 통합하고, 전체 부서의 약 20%를 축소하고 임원수도 줄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조선해양의 해양 부문 물량은 수주건수로는 2건, 수주잔량은 약 7억달러 가량 남았다. 공정률이 상당부분 진행돼, 공사가 끝나면 해양 부문의 물량은 동난다. 앞으로 저유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해양 부문의 추가 수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해양 부문을 별도 사업부로 두는 것보다 통합해 운영하는 것이 경영 효율화에 적합하다.

대우조선해양 M&A도 민관이 조선업 구조조정을 위해 힘을 합친 결과다. 국내 조선3사는 주력 선종이 겹쳐 발주계약에 동시에 입찰하는 경우가 많다. 발주시장은 수요 부진으로 선가가 낮게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선사의 협상력이 높아 입찰가 또한 낮게 형성된다.

이번 M&A가 없었다면 발주시장이 절반으로 축소된 상황에서 다수의 조선사가 인수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조선업체들은 이전과 유사한 경쟁을 통해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한국조선해양은 발주시장의 플레이어를 3개사에서 2개사로 줄이기 위해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조선업계의 M&A는 외형을 키우려는 것보다 구조조정을 위해 추진되는 추세"라며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과 한국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은 침체된 조선시장에 대비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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