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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바이오 흥망사]창업자의 사위, 삼양에 ‘바이오’를 심다②故 김성완 유타대 교수, 고문 역할…DDS 중심 사업기틀 마련

민경문 기자공개 2020-08-25 0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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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산업은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이다. 막대한 비용과 오랜 연구기간이 불확실성을 높인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도 섣불리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그럼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팜처럼 성공사례가 하나 둘씩 등장하고 있다. 과거에 바이오 사업을 중단했거나 실패를 경험한 대기업으로선 시샘의 대상이다. 뒤늦게나마 사업을 재개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더벨은 국내 대기업 바이오의 현주소와 그들의 도전사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8월 14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양그룹은 1924년 창업한 국내 최장수 기업 중 하나다. 바이오사업을 영위한 지도 25년이 넘지만 아직까지 국내 바이오업계에서 낯설기만 하다. 2011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에도 식품이나 화학 등 나머지 사업군에 비해 바이오분야는 조명을 덜 받고 있다. 비슷한 시기 연구활동을 이어갔던 경쟁 대기업들이 잇따라 성과물을 내보이고 있는 것과 차이가 난다.

삼양바이오의 시작은 언제부터일까. LG그룹 바이오 역사에서 최남석 박사가 족적을 남겼다면 삼양그룹은 지난 2월 타계한 고(故) 김성완 박사를 빼놓고 얘기하기 어렵다.

김 박사는 삼양 오너가의 사위다. 김 박사는 '7남6녀'를 둔 김연수 삼양 창업주의 막내 딸인 김희경씨와 결혼했다. 삼양그룹은 창업주를 거쳐 장남 김상홍 명예회장과 3남 김상하 회장으로 경영권이 이양됐다. 이후 김상홍 명예회장의 아들 김윤 회장이 경영하고 있다.

창업주의 사위이지만 이미 그는 미국 유타대 교수로 생체고분자 및 약물전달시스템(DDS)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었다. 1940년 부산에서 태어난 김 박사는 1963년 서울대학교에서 화학 석사, 1969년 유타대에서 물리화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1년부터는 미국 유타대 약제학 및 생체공학 석좌교수로 재직했다. 생전 총 500여 편의 논문을 남기고 38개의 미국 내 특허를 보유할 정도로 화려한 연구 경력을 자랑했다. 삼양바이오팜USA는 지난달 미국 ‘약물전달학회(CRS)와 ‘김성완 박사 기념 삼양 CRS상’을 제정하기도 했다.

故 김성완 유타대학교 교수

김 박사는 당시 장남 김상홍 명예회장에게 “기업이 발전하려면 장래성이 유망한 의약계통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93년 충남 대덕 연구단지에 ‘삼양그룹연구소’가 세워진 배경이기도 하다. 특히 그의 주력 전공인 약물전달시스템은 훗날 삼양이 호르몬 패치와 제넥솔 등과 같은 항암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핵심 플랫폼 역할을 했다. 삼양 출신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오너들이 김성완 교수의 의약연구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부분도 삼양이 바이오사업을 키울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산업에 본격적으로 지원를 한 오너들은 사촌지간인 김윤 삼양그룹 회장과 김원 삼양홀딩스 부회장이다. 특히 김원 부회장은 연세대 화학과 졸업 후 김성완 박사와 같은 유타대에서 재료공학과 산업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삼양그룹이 의약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지난 1993년에 개발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의약사업 근간을 마련했다.

김 박사는 삼양에서 공식 직함을 받는 대신 '고문' 역할로서 외부 바이오 전문가들을 영입하는데 주력하기도 했다. 1994년부터 2002년까지 8년간 삼양사의 초대 의학사업본부장을 맡은 이병건 현 SCM생명과학 사장이 대표적이다. 미국 라이스대학에서 화학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럭키연구소에 근무하다 1993년 삼양사가 의약 사업을 본격화할 때 김 교수의 추천으로 스카우트됐다.

이병건 사장 후임으로 의학사업본부장 바통을 건네받은 인사는 문성환 전 삼양사 대표다. 1974년 삼양사에 입사해 의약BU장, 경영기획실장을 거쳤으며 2006년 휴비스 사장, 2011년 삼양제넥스 대표 등을 역임했다. 이동호 전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도 삼양에서 의약사업을 지휘했던 인물이다. 한양대학교 마취과 교수, 예일대 교환교수를 거쳐 한국 GSK 학술부 부사장을 역임했으며 2004년 삼양 의약부문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김성완 박사는 삼양그룹 외에도 국내 바이오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김 박사의 아들인 알렉스 킴의 경우 에이치엘비 전신이자 항암제인 리보세라닙 개발사인 LSK바이오팜을 김성철 박사와 공동 설립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신약개발 전문가인 김성철 박사 역시 삼양바이오팜 미국지사 부사장으로 재직하다가 퇴사 후 유타에 정착해 LSK바이오파마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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