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경영 리뷰]지배구조 원칙 세운 KT, 외풍 막을 수 있나①독립적 이사회와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 등 명문화…황창규 색깔 지우기도 한창
성상우 기자공개 2020-08-27 08:10:58
[편집자주]
국내 주요 기업들은 주기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해 자신들이 중요시하는 경제·사회적 가치를 제시하고 어떤 성과를 달성했는지를 공개한다. 한 꺼풀 벗겨보면 여기에는 그들이 처한 경영적 혹은 경영외적 상황과 고민이 담겨있다. 기업이 경제적 성장과 더불어 윤리·사회·환경문제에 기여하는 가치를 창출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요즘, 이들의 지속가능경영 현황이 어떤지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8월 26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는 외풍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KT는 대표이사 교체기마다 정권의 경영권 흔들기 작업이 있었다. 전임 황창규 회장 시절에도 어김없이 나타난 현상이다.KT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지배구조 건전성을 가장 중요한 핵심 과제로 꼽고 있다. 올해 보고서에 새로 등장한 가치 원칙 중 최우선순위에 있는 것은 '지배구조 건전성'이다. 12년만에 처음으로 내부 인사 출신 CEO 자리에 오른 구현모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구 대표는 취임 후 공식·비공식 자리에서 차기 CEO는 KT 스스로 주체적인 프로세스를 거쳐 선출할 수 있는 구조를 확립해야한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밝혀왔다.
다른 주요 주주 없이 국민연금공단이 최대 주주로 있는 지배구조상 KT는 매번 대표이사 선출시즌마다 정권 및 정치권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번 가치원칙 신설엔 정치권 외풍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CEO 선출 프로세스를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KT의 지배구조 모델은 '독립적 이사회(Independent Board of Director)'를 근간으로 삼고 있다. 이사회의 독립성은 주요 주주가 단 한 곳만 있는 KT로선 지배구조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할 가치다. 이는 KT의 지배구조상 경영진으로부터의 독립 뿐만 아니라 최고경영자 선출의 독립성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KT의 CEO 선출 과정은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지배구조위원회-이사회' 3단계를 거치도록 정관에 규정돼 있다.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와 지배구조위원회 구성원은 모두 이사회 멤버(사내이사 1인과 사외이사 4인 이상)들로 이뤄진다. 사실상 같은 구성원 집단이 대표이사를 선출하게 되는 셈이다. 즉 사외이사 선출 과정에서의 독립성과 이사회 활동의 독립성은 차기 대표이사 선출 과정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CEO 선출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사외이사진 선임 과정이 정치권 등 외부 영향을 받는다면 필연적으로 차기 CEO 역시 외풍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다.
KT는 지난 2006년부터 매년 지속가능경영 통합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연도의 주요 이슈를 추리고 우선 순위를 정해 이듬해 7~8월에 발간해왔다. 주요 이슈에 대한 성과 평가 및 경영 현황을 비롯해 경영의사결정의 근간이 되는 주요 가치판단 기준들을 보고서에 제시했다.
이번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엔 황창규 전 회장 시절엔 없었던 기준을 새로 추가했다. △지배구조 건전성 △윤리·컴플라이언스 강화 △전략적 리스크·기회 관리 △인권보호 및 증진으로 구성된 '4대 가치 원칙'이다.
업계에선 황창규 회장 색깔 지우기 일환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구 대표 임기 들어 처음 발간된 이번 보고서에선 경영 가치체계를 정립하는 형식적 틀부터 대폭 바뀌었다. KT는 황 회장 임기 6년동안 활용했던 '기가' 브랜드를 대신해 5G 브랜드를 채택했다. 황 전 회장 이전 이석채 회장 시절엔 '올레'란 브랜드를 쓴 바 있다.
전임자 색깔 지우기 및 차별화 작업은 구 대표 취임 직후부터 진행돼 왔다. 올해 초 CEO 내정자 시절 단행한 대규모 인사를 통해 이전보다 젊고 슬림화 된 구현모 체제 1기 조직을 갖췄다. 황 전 회장 시절 각 부문장(부사장~사장급)을 맡았던 오성목(전 사장), 김인회(전 사장), 이동면(전 사장) 등 주요 경영진들이 퇴임하거나 그룹사로 전출됐고 ,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부사장), 김형욱 미래가치TF장(전무), 윤동식 클라우드DX사업단장(전무) 등 새 인물이 본사로 수혈됐다. 황 회장 시절 KT를 떠나있었던 표현명 전 KT렌탈 사장도 구 대표 취임과 동시에 사외이사로 KT로 컴백했다. 그는 이번 이사회에서 지속가능경영위원장을 맡았다.
아울러 조직 전체에 걸친 대폭 물갈이를 통해 임원진 평균 연령을 낮추고, 각 부문 통폐합을 통해 조직도 슬림화했다. 임원 수는 4년만에 세자리수에서 두자리수로 줄였다. 업계는 구 대표가 취임 초 인사를 통해 젊고 슬림한 조직을 구성함으로써 실리주의자인 본인의 색깔을 KT에 본격 입히기 시작한 것으로 봤다. 지난 6년간 유지돼 온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의 가치체계 틀을 바꾼 것 역시 그 일환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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