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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갈등의 불씨 차등감자…불 붙은 비율 조정 논란"대주주 경영책임 물어야" vs "실패 책임 산은 쪽이 더 커"

고설봉 기자공개 2020-09-09 07:53:31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8일 17:2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결렬되면서 산업은행(산은)이 마련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상대가 HDC현대산업개발에서 금호산업으로 바뀌었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처리 문제를 놓고 다급히 테이블에 앉은 금호산업을 상대로 산은은 대주주 차등 감축자본(감자) 논의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산은 주도의 경영 정상화 계획인 플랜B에 따라 대주주 차등 감자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부분자본잠식에 빠진 상황이고 심각한 유동성 위기도 겪고 있다. 산은 등 채권단의 자금지원이 없으면 사실상 생존이 어렵다는 점에서 산은의 차등 감자 제안을 금호산업이 거절할 수는 없는 상태다.

하지만 감자 비율을 놓고 금호산업과 산은은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산은 안팎에서는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유동성 위기 때처럼 100대 1의 차등 감자가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금호산업 내부에서는 M&A 결렬에 대한 채권단의 책임도 있는 만큼 감자 비율을 낮춰야 한다는 뒷말이 들린다. 채권단 안팎에선 ‘이동걸 회장 책임론’까지 겹쳐 잡음이 커지고 있다.

◇테이블에 앉은 산은과 금호산업

8일 내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인수합병(M&A) 결렬 선언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산은 주도의 채권단 관리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일명 플랜B로 알려진 정상화 방안에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영구채 및 채권 출자전환, 대주주 및 일반 주주에 대한 무상감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대주주인 금호산업의 차등 감자를 두고 이견이 일고 있다. 특히 감자 비율과 관련해 산은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과 금호산업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다는 후문이다. 당장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M&A 계약 해지 통보와 경영 정상화 방안 발표 등 현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감자 비율 등이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계속 시간을 끌 수 없는 만큼 조만간 M&A 계약해지를 통보할 것”이라며 “채권단 안팎에서 이후 구조조정에 대한 방싱과 일정, 강도 등을 놓고 이견이 커지고 있고, 특히 대주주 차등 감자에 대해서는 산은과 채권은행, 금호산업 등 이견이 크다”고 말했다.

과거 사례에 비춰 이번에도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한 대주주인 금호산업에 대한 차등 감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큰 틀의 원칙에는 대다수 참여자가 동의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만 대주주의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경영 악화 및 유동성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한 지분을 상실했다. 2010년 4월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대주주 주식을 100대 1, 소액주주 주식은 3대 1의 비율로 차등감자를 진행했다. 이어 11월에는 금호산업의 감자도 진행했는데, 일반주주는 4.5대 1 감자를 적용했지만 대주주에게는 역시 100대 1 감자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번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과거처럼 대주주의 책임을 전적으로 물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일부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M&A를 강요한 주체가 바로 산은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M&A가 시작된 과정과 이후 딜(Deal)을 사실상 산은이 주도했다. 이로 인해 일방적인 대주주의 희생을 강요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M&A 실패 '산은 책임론' 고개

채권단 안팎에서는 지난해 1월부터 본격화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간 회동을 다시 들여다 봐야한다는 얘기도 있다. 2018년 6월 ‘기내식 대란’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위기가 시작됐고 그 해 말 아시아나항공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유동성 압박에 시달렸다. 지난해 1월 박 회장은 단기 유동성 공급을 산은에 요청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단순히 유동성 지원을 받아 회생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회장은 이후 몇 차례 더 진행된 박 회장과의 회동에서 아시아나항공 M&A를 조건으로 한 유동성 공급안을 제시했다.

장고를 거듭하던 박 회장은 지난해 4월 아시아나항공 M&A를 선언했다. 이를 계기로 산은은 영구채 8000억원을 포함한 자금 지원을 실행했다. 더불어 산은은 어려움을 겪고 있던 금호고속에도 약 150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 아시아나항공 M&A의 주도권을 산은이 넘겨 받았다.

이후 이뤄진 아시아나항공 M&A 절차는 사실상 산은이 주도했다. 주요 절차마다 산은이 나서 보도자료 및 기자회견 등을 열어 딜 현황 등을 외부에 알렸다. 지난해 12월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과 금호산업간 계약을 맺은 이후 산은의 보폭은 더 커졌다. HDC현산과의 협상도 전적으로 산은이 진행했다. 최근 진행된 ‘재실사 요구'와 ‘파격조건 제시' 등도 모두 산은을 중심으로 벌어진 이슈다.

채권단 관계자는 “과거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차등 감자 때 100대 1의 비율로 진행했었는데 이번에는 그렇게까지는 감자 비율을 높이는데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이동걸 회장이 박삼구 회장에게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라고 권유하면서 매각이 시작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매각 실패에 따른 책임을 일부 이 회장이 갖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박 회장에게 혹독하게 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채권단 내부에서도 감자비율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이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M&A를 권유했고 이후 딜을 산은에서 주도한 것은 맞지만 M&A 결렬에 대한 책임과 대주주 차등 감자는 전혀 별개'라는 주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4월 채권단이 영구채를 지원하지 않았다면 그 시점에 이미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체제에 돌입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채권단이 영구채를 지원해주면서 금호산업의 퇴로를 마련해 준 게 아니냐는 의구심 어린 해석도 있다.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시장에서 매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는 것이다.

더불어 차등 감자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영에 실패한 대주주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M&A 실패에 대한 책임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는 말도 있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차등 감자를 하는 이유는 직접 경영권을 행사했던 대주주에 대한 경영 실패의 책임을 묻는 것“이라 “경영권 가지고 있었던 대주주에 대해서는 더 가혹하게 감자를 하고, 일반 주주들에게도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구조조정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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