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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맨들의 사회책임투자에 '쏠린 눈' [thebell note]

김수정 기자공개 2020-09-21 12:41:01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7일 07:4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관투자자 사이에선 얼마 전 모습을 드러낸 한 채권 펀드가 은근히 화제가 되고 있다. 채권은 주식처럼 섹터가 다양하지 않고 전략 측면에서도 창의력을 발휘할 여지가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해당 펀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에 투자한다는 전에 없던 콘셉트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근 '그린뉴딜'과 '디지털뉴딜'을 중심으로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한 정부도 이 펀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다만 이 펀드는 일단 관심을 끄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그에 비례해 자금을 끌어 모으지는 못하고 있다. 운용사는 이 펀드를 우선 공모로 내놓은 뒤 기관 전용 사모형을 추가 설정하기 위해 물밑에서 태핑 중이다. 하지만 어느 기관도 선뜻 투자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는 수요와 공급이 어긋나고 있는 국내 ESG채권 시장 현황을 방증한다. 발행시장에서 ESG채권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6월까지 발행된 원화 ESG채권은 약 59조원에 달한다. 이는 작년 말 31조원의 2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2018년 말 9000억원에 비하면 60배 넘게 늘었다.

반면 '바이 사이드' 입장에서는 아직 ESG채권에 선뜻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 나오는 ESG채권을 받아주는 투자기관은 사회책임투자를 하면 가점을 받는 대형 연기금과 일부 보험사에 그친다. 대다수 국내 투자자는 ESG채권을 아직 생소한 자산으로 여긴다. 단순히 투자 관점에서 볼 때 일반채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해 외면하는 측면도 있다.

현주소는 이렇지만 국내 투자자가 ESG채권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유럽과 미국, 그리고 아시아 주요국에서는 이미 ESG 투자가 주식시장에서만 통용되는 개념이 아니다. 적지 않은 선진국 투자기관들이 ESG 채권 투자로 일반채권 대비 우수한 장기 성과를 내고 있다. ESG채권 투자 성과가 일반채권보다 우수할 수밖에 없는 건 ESG 이슈로 인한 크레딧 변동 리스크가 확실히 제한되기 때문이다.

영국 주요 투자은행과 헤지펀드 등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ESG 등급이 높은 기업, 특히 거버넌스 부문 점수가 높은 기업일수록 신용등급 하락 이슈가 터질 확률이 낮았다. ESG 점수가 낮은 기업일수록 CDS(Credit Default Swap) 스프레드가 높았다.

ESG채권 투자에 있어서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런 상황에 국내 첫 ESG채권 펀드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채권투자자들이 ESG채권을 한 번 더 들여다보게 했다는 점만으로도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해당 펀드가 점점 많은 투자자들을 실제 ESG채권 투자로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한다. 이 펀드가 '반짝' 화제의 펀드로 끝나지 않고 메이저 펀드로 성장할지 여부는 향후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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