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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신한금융의 악사 인수 포기가 보여준 답

김장환 금융부장공개 2020-09-23 08:03:21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1일 07:3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이 악사손해보험 인수를 포기했다. 수년 동안 적자를 냈다가 올 들어 간신히 6억원대 순이익을 낸 악사가 3000억원 가까운 가격을 부른 탓이다. 최근 진행한 데이터룸 실사 결과도 영향을 줬다. 2300억원대 순자산(청산) 가치 조차도 다 주고 살만한 회사가 아니라고 봤다는 후문이다.

신한금융이 악사손보 인수 검토를 위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는 사실이 확인된 순간부터 '팩트북'에 근거해 볼 때 의구심이 있었다. 최근 인수를 확정한 네오플럭스도 '고가'에 대한 우려가 많은 상황이었다. 악사를 3000억대 가격에 샀더라면 보다 더 큰 의문 부호가 따라 붙었을 것이다.

신한금융의 손보업 확보 필요성 자체에 이견은 별로 없다. 내부 관계자들 말을 들어보면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손보업체 인수는 메리트가 크다. 법적 규제를 벗어나면 손보가 보유한 고객의 데이터를 은행, 카드, 생보 등 업종에 적극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디지털 사업 전략, 헬스케어 부문 성장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지주사 덩치 키우기에도 알맞은 전략이다. 신한금융은 손보업만 확보하면 사업 포트폴리오가 완벽하게 구축된다. 특히 최대 경쟁사 KB금융이 LIG손보를 인수해 지금의 KB손보로 키워냈다는 점이 부러웠을 수도 있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손보업 포트폴리오를 이처럼 완벽하게 갖춘 곳은 KB금융이 유일하다.

다만 이를 이유로 악사손보 인수에 무리하게 나섰다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면들이 많이 있었다. 무엇보다 '기회의 상실'이 걱정됐다. 더 좋은 매물이 앞으로 M&A 시장에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업계에 많고, 실제 가능성도 높다.

손보업계는 향후 2~3년 안에 상위 4~5개사를 빼고는 대부분 매물화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2023년부터 부채를 시가가 아닌 원가로 계산해야 하는 IFRS17이 도입된다. 대규모 자본확충을 해야 하는 곳이 수두룩하고 톱티어 회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악사손보는 업계 열손가락 안에도 들지 않는다.

보험산업이 성숙기란 점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손해보험업은 '민생 경제'와 직결되는 분야로 여겨져서 정부의 간섭이 심하다. 운전자라면 강제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자동차보험이 다수 손보사의 핵심 사업이다. 사실상 정부 지침에 따라 '요율'이 결정되는 구조가 수년 동안 반복되고 있어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

손보업이 향후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규모의 경제' 외에 별로 답이 보이지 않는다. 대규모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언젠가 재편될 것이라고 여겨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한금융의 악사손보 인수 검토와 포기는 이와 맞물려 다양한 답을 내놓았다. 일단 '꼭 지금이 아니어도 살 수 있다'는 확실한 결론을 내린 것으로 봐야 한다. 또 '손보업 진출은 반드시 하겠다'는 답변도 된다. 여기에 KB금융과 '무리한 경쟁은 하지 않겠다'는 점도 이번 기회를 빌어 확실히 보여줬다. 수주 동안에 걸친 검토 결과 이 같은 답을 내리지 않았다면 악사를 무리해서라도 인수를 했을 것이다.

현 경영진이 3000억원 가까운 자금을 들여 악사를 사들였다면 그 빚은 미래의 신한인들이 짊어져야 할 몫이다. 라이선스 확보 외에는 큰 이점이 없어 보이는데 이만큼의 돈을 들여 인수했다는 문제가 훗날 발생할 수 있다는 내부 시선도 많았다. 악사 인수 포기는 여러 모로 볼 때 잘 한 결정이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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