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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그림자경영 명암]'서재환·박홍석·윤병철' 트리오, 산은 카운터파트 '중책'연말 기안기금 ·아시아나항공 향배 결정될듯, 박 전 회장 대신해 산은 소통 전면에

박상희 기자공개 2020-10-05 14:29:24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5일 16: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 관리 하에서 구조조정 당하는 기업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처럼 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산업은행이 '특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금호아시아나그룹에게는 관대했단 의미입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면서 최대주주인 금호고속도 특별약정 등을 통해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는 수순을 밟는다. 2015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기안기금 등 재정적 지원과 향후 그룹 재건을 위해 산업은행에 다시 기댈수밖에 없는 처지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산업은행은 겉으로는 갈등 관계에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오랜 기간 밀월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것이 재계와 금융권의 중론이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오래 전부터 산업은행 인맥을 관리하는데 공을 들여왔다. 서재환 금호산업 사장, 박홍석 부사장, 윤병철 상무 등 박 전 회장의 측근 대부분도 산업은행에 정통한 카운터파트들이다.

◇박삼구 전 회장, 오래 전부터 산은 네트워크 관리 돌입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산업은행 간의 밀월 관계 고리는 혼인에서 시작됐다. 고 이정환 12대 산업은행 총재가 박 전 회장의 장인이다. 고 이 총재는 1974년부터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와 명예회장을 두루 거쳤다.

박 전 회장이 산업은행 네트워크 필요성을 절감한 것은 2000년대 후반부터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가시화됐다.

박 전 회장은 이와 맞물려 형제의 난과 워크아웃 등으로 시련의 시기를 보냈다. 2010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도 했던 박 전 회장이 다시 경영에 복귀하고 2016년 금호산업을 비롯한 그룹 지배력을 되찾을 수 있었던 데는 산업은행의 묵인과 배려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
공(空)으로 얻은 것은 아니었다. 박 전 회장은 산업은행 출신을 금호아시아나그룹 요직에 앉히는 인사 정책을 펼쳤다. 박 전 회장이 영입한 이들은 그룹 자금 사정에 깊숙이 관여하며 산업은행과의 소통창구 역할을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에는 정건용 전 산업은행 총재,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 이성은 전 산업은행 기업금융본부장 등이 각각 사외이사와 고문을 맡았다. 한 때 아시아나항공 신규 사외이사 네 명 가운데 세 명이 산업은행 출신으로 채워질 정도였다.

금호산업도 과거 이윤우 전 산업은행 부총재와 곽이곤 전 산업은행 이사를 요직에 배치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을 총괄했던 최익종 전 산업은행 부행장은 퇴직 후 곧바로 금호생명(현 KDB생명)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근엔 이런 밀월 관계가 많이 희석됐다. 특히 2017년 9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취임 이후 산업은행 출신 인사가 민간기업 요직으로 자리를 옮기는 관행이 많이 사라졌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아시아나IDT 등에 산은 출신 인사가 많지는 않다.

◇산은과 약정 앞둔 금호그룹, 산은 네트워크 빛 볼까

과거와 비교해 산업은행과의 연결고리가 약해졌지만 외려 네트워크 필요성은 더 커졌다. 아시아나항공 M&A 불발로 금호고속까지 산업은행 관리 하에 놓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기안기금을 투입하려고 하는데 그 시기를 연말로 미룬 것 같다"면서 "아직 약정을 맺거나 계약을 맺은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도 산업은행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대주주 차등감자를 실시할 경우 금호산업이 보유한 지분은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수 있다. 금호산업 입장에선 최악의 경우를 피하기 위해 산업은행을 설득해야 한다.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산업은행의 카운터파트는 박 전 회장이 아니다. 이전에는 박 전 회장이 전면에 나섰지만 지난해 3월 그룹 회장직을 내놓으면서 공식적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박 전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서재환 사장과 박홍석 부사장, 윤병철 상무 등이 산업은행과의 대화 테이블에 나서야 한다.

서 사장은 박 전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기 이전 함께 금호산업 공동 대표이사를 맡았던 측근 중의 측근이다. 박 전 회장은 2016년 금호산업 경영권을 되찾아오면서 그룹 컨트롤타워인 전략경영실을 아시아나항공에서 금호산업 소속으로 바꿨다. 이와 맞물려 기옥 전 그룹 대외협력 담당 사장 등 일부 측근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했다. 서 사장은 서바이벌에 성공한 박 전 회장 측근들 가운데 좌장으로 손꼽힌다. 1954년생이다.

1965년생인 박 부사장은 박 전 회장의 외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과 함께 경영전략실을 책임졌던 인물이다. 박 사장은 아시아나IDT로 적을 옮기기 이전에 전략경영실 사장을 지냈는데, 이때 박 부사장이 보필했다. 박 부사장은 박 사장이 아시아나IDT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후 전략경영실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그밖에 이용욱 아시아나항공 법무실장, 윤병철 전략경영실 상무, 김현철 금호고속 사장 등이 박 전 부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정에 능통한 관계자는 "윤병철 상무는 박세창 사장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물이고, 이용욱 법무실장은 서재환 사장과 경쟁하다 밀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철 사장은 광주 쪽 비즈니스를 관리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재계는 박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선 물러난다고 밝혔지만 핵심 측근 인사를 통해 그림자 경영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전면에만 나서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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