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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기안기금 투입]'첫 타자'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 물꼬 틀까M&A 무산 당일 기금 투입 공식화, 재매각 기반 닦기 관측

유수진 기자공개 2020-10-12 14:27:43

이 기사는 2020년 10월 08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이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계기로 정상화 발판을 마련할지 관심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달 11일 아시아나항공 M&A가 무산되자 경영정상화를 목표로 금융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그 첫걸음이 2조4000억원 규모의 기안기금 투입이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수단으로 기안기금을 택한 까닭에 의아함을 품고 있다. 기금 조성 목적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기업을 돕는 데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시아나항공 사례가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다. 그런데도 산업은행이 기안기금을 낙점한 건 재매각 플랜을 염두에 두고 내린 결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7일 채권단 등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에는 연말쯤 기안기금이 본격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전체 2조4000억원 중 1조9200억원(80%)은 한도대출 형태로 4800억원(20%)은 영구 전환사채(CB)를 취득하는 형식으로 지원이 이뤄진다. 아시아나항공은 돈이 필요할 때마다 한도 범위 내에서 마이너스통장처럼 꺼내쓸 수 있다.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기안기금 지원 계획을 공식화 한 건 지난달 11일로 금호산업이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에 계약해지를 통보한 당일 오후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날 이사회를 열고 고용유지 노력 등을 전제로 자금 지원 관련 계약을 체결하기로 결의했다. 다만 양측이 아직 약정을 체결하지는 않은 단계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 등이 확정되면 약정을 체결하게 된다"며 "약정 체결은 자금 지원과 같이 가는 사안으로 약정 체결일부터 고용유지 의무 등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원래 기안기금은 코로나19로 재무가 부실해진 항공, 해운 등 기간산업 기업들을 돕기 위해 조성됐다. 절차 역시 기업이 신청하면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에 코로나19 피해 여부를 확인한 뒤 지원 여부와 방식을 검토하는 형태다. 이후 기금운용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자금이 집행된다. 때문에 M&A 진행 중이었던 아시아나항공은 기안기금 후보로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M&A가 무산되며 주채권은행이자 기안기금 운영주체인 산업은행이 투입을 결정했다.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의 빈자리를 기안기금으로 채우려는 의도다. 아시아나항공이 신청 절차를 밟긴 했지만 형식적인 성격이 강하다. 사실상 타의에 의한 것으로 일반적인 절차와는 차이가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전부터 재무가 부실했던 기업은 지원하지 않겠다던 정부 방침과 상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은 2015년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뒤 조직 개편, 기재 교체 등을 실시해오고 있으나 2018년 4분기부터 6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산업은행이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기안기금 투입을 밀어붙인 건 추후 재매각을 위한 기반을 닦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이다. 기안기금에 따라붙은 조건들이 채권단이 추구하는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방향과 어느정도 일치한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게 인력 구조조정과 자회사 매각이다.

아시아나항공 M&A가 무산됐을 당시 업계 안팎에서 가장 우려를 표한 건 고용 이슈였다. 채권단 관리 체제가 본격화되면 재매각을 위해 조직 슬림화를 가장 먼저 추진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통상 새주인을 찾으려면 인력 감축이나 조직 개편 등 과감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채권단이 고용유지 의무를 지는 기안기금을 택한 건 인력 조정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위해선 초반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지만 기안기금 투입으로 6개월 간 고용 총량 9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이미 무급·유급휴직 등 자구노력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될 거란 분석이다.

항공업은 업종 특성상 기재나 인력을 한 번 줄이면 원복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 코로나19 이후 항공수요가 되살아나게 될 때를 생각하면 무작정 구조조정에 나서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항공업계 내부에서는 입국 후 격리(2주) 조건이 사라지거나 완화되면 관광·출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동걸 회장 역시 '장기적인 관점'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최근 "비용분담과 고통분담이 필수지만 강요하면 기업의 핵심 인력이 빠지거나 산업이 붕괴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전속능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균형이 중요하다. 적절히 유지한 상태에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자회사 매각에는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기금 지원을 받는 내내 자회사 등 계열사를 지원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어서다. 에어부산이나 에어서울은 재무적·사업적 측면에서 아시아나항공 의존도가 높아 독자생존이 어렵다. 지원을 끊겠다는 건 사실상 팔겠다는 의미나 다름 없다.

실제로 채권단과 아시아나항공은 금호리조트를 시작으로 분리매각에 시동을 걸었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리조트 매각 검토를 위해 아시아나IDT, 금호티앤아이, 아시아나세이버, 아시아나에어포트와 NH투자증권간 자문용역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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