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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VC 세컨더리]'중간회수 물꼬' 프리코스닥서 출발 2조 몸집 성장①'구주 거래' 돈맥경화 해결사, 'LP지분유동화·테일엔드'로 발전

이종혜 기자공개 2020-10-26 08:07:21

[편집자주]

벤처 생태계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세컨더리펀드가 등판한 지 18년째다. 기업공개(IPO) 위주인 국내 투자금 회수시장에서 세컨더리 성장은 필수불가결한 과제다. 초창기만 해도 더디게 진행됐던 세컨더리펀드는 201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급속히 커지고 있다. 단순 구주매입에서 벗어나 LP지분유동화, 펀드 구조조정 등 거래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세컨더리펀드 현황을 점검하고 방향성을 고민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2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2년 국내에 첫 발을 내딛은 세컨더리펀드가 진화하고 있다. 정부 주도로 중간 회수 활성화를 돕기 위한 정책이 이어지면서 투자 지분(구주)을 매입하던 세컨더리 펀드는 LP의 지분을 사고파는 유동화를 거쳐 펀드 구조조정까지 가능한 형태로 변화하며 운신의 폭이 커졌다.

세컨더리펀드는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게 아니라 벤처캐피탈과 엔젤투자자가 보유한 주식(구주) 또는 지분을 매입하는 펀드를 말한다. 모태펀드 운용기관인 한국벤처투자, 한국성장금융 등 주요 정책기관들은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세컨더리 펀드를 도입했다. 벤처펀드의 운용기간은 7~8년인데 벤처기업의 상장은 보통 10년 이상 걸린다. 펀드 만기가 도래하면서 현물 자산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벤처캐피탈의 ‘돈맥경화’를 해소하자는 취지였다. 기업공개(IPO) 외에 별다른 투자회수 방법이 없는 벤처캐피탈 시장에 '중간 회수'라는 대안을 제시한 셈이다.

첫 세컨더리펀드는 네오플럭스가 운용했던 ‘프리코스닥 유동화펀드’다. 중소기업청이 200억원을 출자했고 민간 매칭을 통해 500억원으로 결성했다. 5년 동안 운용 후 순내부수익률(Net IRR) 약 19%를 달성하며 구주 유통 시장이 안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후 2003년 KTB네트워크의 KTB03-11(300억원), 한화기술금융의 한화세컨더리펀드(200억원), 코웰창투의 코웰르네상스(300억원) 등이 결성됐다.

2005년에는 당시 세컨더리펀드 중 가장 큰 규모인 1000억원대 펀드도 등장하며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스틱IT투자가 중소기업청 모태펀드로부터 300억원을 출자받아 스틱세컨더리펀드(1190억원)를 결성했다. 4개의 벤처캐피탈이 운용 중인 1300억원 규모의 기존 유동화펀드에 버금가는 사이즈였다. 스틱IT투자는 스킨케어· 및 의약품 개발업체 제닉, 고압가스용기 및 시스템 엔케이, 씨모텍 등에 투자해 2012년 NET IRR 26.03%를 기록하며 잭팟을 터뜨렸다.

2010년까지 총 5개가 운용되던 세컨더리펀드는 조정기를 겪었다. 트랙레코드가 쌓이면서 2012년에는 16개 펀드가 결성되고 시장이 진일보했다. 동양인베스트먼트, IMM인베스트먼트, 알바트로스인베스트먼트 등이 총 4502억원의 세컨더리펀드를 운용에 뛰어들었다. 운용기간이 일반 벤처 펀드보다 짧은 5~6년이고 투자 대상이 창업 초기를 지나 업력을 갖춘 기업들로 채워져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 실현 가능성을 높였다.

2014년에는 LP지분 유동화펀드가 첫 등장했다. 펀드 출자자 지분을 '블록세일(대량매매)' 방식으로 사고파는 출자자(LP) 지분 유동화펀드가 신호탄을 터뜨렸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세컨더리펀드 형태로 막힌 투자금 회수를 원활하게 만드는 채널이 추가된 셈이다. 마수걸이 펀드로 K2인베스트먼트가 ‘케이투 유동화 전문 투자조합’을 결성했다. GP선정 4개월 만에 830억원의 조합을 결성했다. 모태펀드(280억원)가 앵커 출자자로 참여했고 산업은행, 증권금융, 중소기업은행, 과학기술인공제회, KT캐피탈, 신한캐피탈 등이 주요 LP로 참여했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LP지분 유동화펀드인 '스마일게이트H-세컨더리1호조합'(750억원), 네오플럭스 마켓프론티어펀드(600억원) 등도 결성되며 LP지분 거래 방식이라는 새로운 세컨더리 펀드 시장을 이끌 마켓 메이커로 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컨더리펀드의 주요 투자대상이 일정 성장 궤도에 오른 기업들이다 보니 빠른 회수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며 "투자 위험이 낮아 LP들도 선호한다"고 말했다.

세컨더리펀드는 몸집이 본격적으로 커지며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다. 2016년 중소기업청과 금융위원회가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개정하면서 물꼬를 텄다. 기존에는 모태펀드의 출자를 받아야만 펀드 결성이 가능했지만 신규 조성하는 세컨더리펀드는 투자 비중이 60% 이상이면 모태펀드 출자없이 펀드 결성이 가능해졌다. 2020년 6월말 기준 74개 조합에 운용자산 1조8547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세컨더리펀드는 또 한 번 의미 있는 실험을 모색 중이다. 최근 잔여 포트폴리오를 전부 넘기는 펀드 구조조정 방식인 '테일엔드(tail-end)' 방식이 도입됐다. 모태펀드 운용기관인 한국벤처투자는 캡스톤파트너스의 '캡스톤 3호 벤처투자조합' 잔여 자산을 통매각했다. 이 펀드는 드라마앤컴퍼니(리멤버), 직방, 마이리얼트립, 샌드버드, 왓챠 등 현재 기업가치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다수의 예비 유니콘 기업을 발굴해 기대 수익률이 높다. 이는 다른 모펀드 운용기관인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출자자로 참여해 조성한 'LP지분 유동화펀드' 새로운 벤처펀드에 편입된다.

이어 초기기업 투자에 초점을 맞춘 '엔젤세컨더리 전용펀드’가 4년 간 2000억원 규모로 조성되는 등 투자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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