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1월 10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명은 사물이나 인격체에 정체성을 부여하는 작업이다. 주식회사 법인의 상호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한 간판을 넘어 창업주와 임직원, 주주의 여망을 담아내는 과정이다. 초창기 기업들이 상호에 업태를 담았다면 요즘은 정신을 담는다. 비운의 과학자. 하지만 누구보다 혁신적이고 도전적이었던 '테슬라(tesla)'가 대표적이다.최근 코스닥 시스템 반도체 섹터에서 가장 핫한 기업은 '네패스(nepes)'다. LG반도체 출신 이병구 회장이 1990년 설립했다. 지난해 물적분할한 테스트 사업 자회사 네패스아크(nepes ark)가 상장을 앞두고 있어 지명도가 상승하고 있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밴드 최상단(2만6000원)을 기록했다. 네패스아크에 이어 올해 FO-PLP(팬아웃패널레벨패키지) 공정 자회사 네패스 라웨(nepes laweh) 역시 모회사에서 물적분할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네패스의 어원은 '영원한 생명'을 뜻하는 히브리어 네페쉬다. 영속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이 회장은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이 회장 역시 사업 초기에는 네패스에 업태를 붙이는 방식으로 작명을 했다. 네패스디스플레이, 네패스신소재 식이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지고 물적분할이 이어지면서 작명의 양태가 바뀌었다. 비전과 항로를 담고 있다.
네패스아크는 노아의 방주(Noah's ark)에서 따왔다. 대홍수에 대비해 빈틈 없는 방주를 건설한 노아처럼 모든 테스트에서 완벽함을 기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실제 네패스아크는 시스템 반도체 테스트 분야에서 폭넓고 정확한 테스터로서의 지위를 구축하고 있다.
네패스라웨 역시 독특한 작명이다. '단단히 매일 것(결속)'이라는 뜻의 히브리어다. 네패스라웨의 특기는 복잡한 시스템 반도체의 단자를 바깥으로 빼 웨이퍼 단위면적 당 밀도를 높이는 혁신 공정(FO-PLP)이다. 파운드리 글로벌 1위 TSMC의 FO-WLP(팬아웃웨이퍼패키지)에 맞설 기술로 평가된다. 패키징 과정에서 단자의 결속력을 강화, 최고가 되겠다는 포부다. 반도체 투자 전문 벤처캐피탈의 한 임원은 "내년에 라웨에 재밌는 이벤트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톱티어 고객사의 공정 적용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국 시스템 반도체사(史)에 사건이 될 수 있다.
최근 이 회장은 또다른 자회사 네패스디스플레이의 이름을 '네패스야하드'로 바꿨다. 초기부터 함께 한 애증의 디스플레이 사업을 중단하고 2차전지 부품을 시작했다. 야하드(yahad)는 히브리어로 '함께, 모두'라는 의미다. 다양한 해석이 있다. '반도체 뿐만 아니라 2차전지도 모두 잘하는 기업, 구성원 함께 가는 네패스' 등이다. 의미야 어찌됐건 그의 작명과 도전에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아크, 라웨, 야하드의 항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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