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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액티브부터 퀀트까지 '멀티플레이어' 김성훈 이스트스프링 상무변신 거듭하는 '팔색조'...10조 규모 '메가펀드 플랫폼' 구축 목표

김수정 기자공개 2020-12-07 13:08:42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4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성훈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AI본부장(상무·사진)은 끊임 없이 도전하는 '멀티 플레이어'다. 주식 액티브 펀드부터 인덱스 펀드, 그리고 퀀트 전략 펀드까지 다양한 전략에 도전하며 하나 하나 섭렵했다.

김 상무는 정성적·퀀트 방법론을 아우르는 역량과 언제든 판단 실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겸손함, 그리고 1bp도 놓치지 않는 성실함을 바탕으로 장기 성과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 앞으로 다양한 전략을 연구, 개발해 단일 펀드로서 10조원 규모까지 운용이 가능한 '메가펀드'를 만드는 게 그의 목표다.

◇성장 스토리: 도전의 연속...텔레콤 업종 베스트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되다

학창시절 기자를 꿈꿨던 김 상무는 서울대에서 신문방송학으로 석사까지 받았다. 그러나 그가 대학을 졸업한 1998년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초기였다. 언론사 공채가 줄줄이 취소됐다. 김 상무는 다른 길을 찾던 중 1998년 말 당시 신설 회사로서 대규모 채용을 했던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에 공채 1기로 입사했다.

하나로텔레콤은 세계 최초로 초고속인터넷(ADSL)을 상용화한 회사다. 이곳에서 그는 전략 기획과 인터넷 사업 기획 등 업무를 맡아 하면서 정보기술(IT)이 불러올 세상의 변화를 남들보다 일찍 전망했다.

하나로텔레콤 근무 만 3년이 되던 2001년 말 김 상무는 동부증권(현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의 텔레콤 애널리스트 자리를 제안 받았다. 증권사 업무에 대해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였지만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특유의 기질에 따라 두려움 없이 입사를 결정했다.

김 상무는 증권사 입문 6개월이 채 안 돼 진행된 2002년 상반기 모 경제지 애널리스트 대회에서 텔레콤 섹터 베스트 애널리스트 2위에 오르며 신고식을 톡톡히 치렀다. 당시 텔레콤은 반도체보다 시가총액 비중이 큰 메이저 섹터였다. 신입 애널리스트가 상위권에 바로 진입했던 전례가 없었다. 2004년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으로 스카우트된 이후 그는 텔레콤 섹터 베스트 애널리스트 1위로 올라섰다.

김 상무는 2006년 막 대형사로 발돋움하고 있던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로 리서치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다시 큰 변화를 맞았다. 당시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0대 초반에 메이저 섹터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된 그에게 "향후 10년이 보장돼 있는데 그 좋은 자리를 왜 바로 버리느냐"며 만류했다. 하지만 김 상무는 자산운용사에서는 모든 산업을 커버할 수 있고 글로벌 메이저 운용사의 펀드매니저들과 진검승부를 할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됐다.

2007년 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주식형 공모펀드 규모만 70조원에 육박하는 아시아 최대 운용사였다. 월가의 유명 전략가와 애널리스트도 요청 만 하면 달려와 맞춤 세미나를 해줄 정도였다. 전세계 인재들과 교류하면서 김 상무는 괄목할 성장을 이뤘다. 이 때 같이 일했던 열정적인 선후배들은 그의 가장 든든한 자산이 됐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정성적·퀀트 방법론 병행...겸손함·성실함 '강조'

도전을 이어가던 김 상무는 2009년 현 직장인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에 몸담게 됐다. 그리고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다양한 유형의 펀드 운용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액티브 펀드부터 헤지펀드, 패시브 펀드까지 차례로 운용했다. 방법론적으로도 펀더멘털 방법론과 퀀트 방법론을 모두 시도할 기회가 주어졌다.

그가 운용에 손을 뻗은 건 성취감을 추구하기 위해서다. 애널리스트의 업무 성과는 명확히 수치화되기 어렵다. 또한 매니저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공허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김 상무는 본인 분석을 토대로 직접 펀드를 운용하는 게 더 실질적이고 큰 성취감을 줄 것으로 판단했다. 국내 운용업계가 급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자산운용사가 국부 창출의 핵심 엔진이라는 생각을 품게 된 것도 전직의 동기다.

다양한 펀드를 운용하면서 김 상무는 여러 운용 방법을 섭렵했다. 운용에 있어 정성적 방법론과 퀀트 방법론을 아우르는 역량은 그의 최대 강점이다. 축구에서 양발잡이 선수가 가장 골을 넣을 확률이 높은 것처럼 펀드 운용에서도 여러 전략을 아는 매니저가 수익을 잘 낼 수 있다고 그는 확신한다. 한 방법론으로 시장을 꾸준히 이기긴 어렵다. 모든 방법론을 알고 이를 상황에 맞춰 활용하는 능력이 장기 초과 수익 창출로 이어진다.

매니저로서 김 상무의 지침은 확률에 기반한 겸손한 운용이다. 아무리 우수한 펀드매니저라도 투자판단이 적중할 확률은 평균 60%를 넘지 않는다. 10번 투자 판단을 내리면 4번은 틀린 판단을 하게 된다. 따라서 항상 내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겸손함을 가지고 불필요한 고집을 부리지 않는 자세가 장기 성과에 필수적이다.

김 상무는 장기 성과를 위해 수익률 1bp도 허투루 보지 않고 꼼꼼하게 챙긴다. 보통 주식 액티브 펀드 매니저들은 10% 단위로 목표 수익률을 높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어 운용 과정에서 1bp를 중요치 않게 여기곤 한다. 하지만 1bp 수익률을 누적하는 것만으로 장기적으로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게 김 상무의 지론이다. 매일 1bp씩만 더 벌어도 연간 2.5%의 초과 성과를 낼 수 있다. 3년 동안에는 7% 이상 초과 성과가 난다.

◇트랙레코드: 맨땅에서 일군 '이스트스프링액티브퀀트', BM 2.5배 아웃퍼폼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는 2012년 부임 직후 김 상무에게 퀀트 헤지펀드라는 신규 비즈니스를 권유했다. 기존 전통적 액티브 펀드 매니저로 안착해 있던 김 상무로서 40대의 나이에 새로운 운용을 시도한다는 건 매우 도전적인 과제였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경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그를 다시 과감한 도전으로 이끌었다.

막막했지만 신입사원의 각오로 시장 내 유명 운용역들을 무작정 찾아 다니면서 인터뷰만 10여 차례 진행했다. 이처럼 다소 무모한 도움 요청이었지만 다행히도 당시 만났던 모든 매니저들이 경험에서 우러나온 실질적인 조언을 해줬다. 덕분에 새로운 유형의 펀드 운용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 김 상무는 운용에 대해 한층 강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 또한 기존 전통적 운용의 장단점과 개선점을 분명히 보게 됐다. 또한 김 상무는 퀀트 헤지펀드에 도전하는 동안 '자신을 완전히 비워야 새로운 것을 빠르게 많이 담을 수 있다'는 말을 실감했다. 박 대표는 김 상무가 퀀트 헤지펀드 운용에 막 도전할 때 이 말과 함께 '좋은 트랙레코드를 가진 기존 펀드들을 모두 내려놓고 가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는 힘들 때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유혹을 막아내기 위해 퇴로를 막고 비장한 각오로 도전하라는 뜻이었다. 김 상무는 이 같은 통찰력 있는 조언 덕분에 새 사업영역에서 최단시간에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다고 자평한다. 헤지펀드 비즈니스 개척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김 상무의 역량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건 인덱스 펀드와 퀀트 전략 공모펀드를 통해서다. 김 상무는 '이스트스프링액티브퀀트' 펀드를 설정 직후부터 직접 운용하면서 운용자산 3조원 이상 비즈니스로 키워냈다. 해당 펀드는 2013년 10월 설정돼 운용되다가 최근 청산됐다. 청산 직전인 지난 8월 말까지 누적 수익률은 37.8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벤치마크(BM)는 14.59% 수익을 냈다.

위험 대비 초과수익률로는 업계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BM 대비 추적오차(TE)를 인덱스 펀드 수준으로 유지하면서도 초과성과는 일반 액티브 펀드 수준으로 달성했다. 이와 함께 김 상무가 운용해온 코스피200 인덱스 펀드 '이스트스프링코리아인덱스'는 2008년 설정 이후 지난 10월 말까지 누적 155.55% 수익을 냈다. '2020 제로인 펀드어워드'에서 주식형 인덱스 펀드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물론 실패의 쓴맛도 봤다. 헤지펀드 운용에 나서면서다. 처음엔 성과도 반응도 좋았다. 그러나 운용 3년차에 진입하면서 운용 부담이 커지고 마케팅 관련 업무량이 급증하면서 체력과 집중력이 저하됐다. 이는 일부 펀드의 성과 부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헤지펀드 사업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김 상무는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되새겼다. 팀플레이를 실질적으로 강화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업계 평가 및 향후 계획: 도전의 연속…"10조 이상 '메가펀드' 플랫폼 구축"

업계 관계자들은 김 상무의 특유의 통찰력을 높게 평가한다. 동명이인인 김성훈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는 김 상무에 대해 '매우 재능 있는 금융인'이라고 평했다. 김 대표는 김 상무가 애널리스트로서 업계에 입문한 직후 함께 대형 기관 대상으로 세미나를 진행했던 경험을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다. 당시 김 상무는 세미나가 끝나고 기립박수를 받았을 정도로 산업에 대한 우수한 통찰력과 탁월한 프레젠테이션 능력을 선보였다.

정체를 거부하고 항상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모습도 시장 관계자들이 그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덕목이다. 도전에 그치는 게 아니라 도전하는 일에서 항상 의미 있는 성과를 내는 사람이라는 평가다. 증권사 베스트 애널리스트에서 바이 사이드 애널리스트로, 그리고 펀드매니저로 변신한 그는 다시 액티브 펀드 매니저, 헤지펀드 매니저, 퀀트 펀드 매니저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 주변인들이 그의 종착역이 어디일지 궁금해하는 이유다.

김 상무의 목표는 단일 펀드로서 10조원 이상 운용이 가능한 메가 펀드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펀드에 적용되는 전략의 가짓수를 현재의 2배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펀더멘털 전략과 퀀트 전략을 아우르는 더 많은 전략들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액티브 펀드와 패시브 펀드, 펀더멘털 방법론과 퀀트 방법론을 두루 경험하며 쌓은 노하우가 상당하기에 그는 스스로가 운용 전략들을 총망라한 대형 플랫폼을 만들 적임자라고 자신한다.

이에 더해 작년부터 운용에 적용하고 있는 딥러닝 전략도 그 가짓수를 대폭 늘릴 예정이다. 김 상무는 딥러닝을 비롯해 첨단 기법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AI본부는 카이스트(KAIST)와 협업해 선도적으로 딥러닝 운용 전략을 개발해 운용 실전에서 활용하고 있다. 김 상무는 또한 국내에서 아직은 '불모지'인 단기 트레이딩 전략도 보강하고자 한다. 이렇게 구축한 플랫폼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게 되면 이를 이스트스프링 해외 지사에도 적용해보는 것이 장기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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