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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구루(guru)' 꿈꾸는 이하경 브이아이운용 글로벌투자본부장'돈의 흐름' 찾는 개척자, 글로벌 선진 투자전략 국내 도입 목표

허인혜 기자공개 2020-12-16 13:35:52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4일 16: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하경 브이아이자산운용 글로벌사업본부장(사진)은 투자업계의 구루(guru)를 꿈꾼다. 구루는 우리말로 권위자나 전문가를 뜻하지만 원 뜻에 더 가까운 풀이는 '존경할 만한 스승'이다. 어둠(gu)을 몰아내는(ru) 개척자로서 존경할 만한 인물이라는 의미다. 국내 1세대 여성 투자전문가로 꼽히는 이 본부장은 개척자의 면모는 이미 달성했다.

'돈의 흐름을 좇는' 개척자다운 투자전략이 이 본부장의 특징이다. 졸업 전 굴지의 증권사에 입사하고도 다음 성장을 위해 미국 경영전문대학원(MBA) 유학길에 올랐다. 금융위기와 양적완화를 겪으며 한발 앞서 금리하락과 대체투자 부흥기를 전망하는 방식을 취한다.

국내 최정상 증권사와 보험사를 거치고도 자산운용사로 적을 옮겨 또 다른 목표를 세웠다. 해외 선진 투자전략을 국내에 뿌리내리는 것, 몸담은 브이아이자산운용을 선진투자 자산운용사로 각인시키는 일이다.


◇성장스토리: '넓은 세상' 강조한 아버지 영향…외환위기서 자본시장 배워

이 본부장의 초석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정직'과 '넓은 세상'의 교훈이었다.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을 졸업하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 부회장을 역임한 아버지는 늘 '도전하고 넓게 보면서도 의리를 지키라'고 강조했다. 경영인으로서 국제 정세를 앞서 본 아버지 덕분에 해외 유학길에 올랐다.

대학교 3학년 시절 외환위기가 터졌다. 유학생이던 이 본부장은 국내와 해외 안팎에서 외환위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다각도로 지켜봤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형 금융사도 줄도산에 처하는 일을 바라보며 자본시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화여대에서 정치외교학과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 본부장이 자본시장업계에 뛰어든 이유다.

대우증권 국제금융부에서 첫 발을 뗐다. 당시 국제증권부를 구축한 증권사는 대우증권을 비롯해 다섯 곳 밖에 없었다. 해외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다루며 국제 감각을 익혔다. 2001년 현대투자신탁이 분리되면서 각 증권사의 베테랑을 팀단위로 영입했다. 대우증권의 국제금융부, LG증권의 파생상품부문 등이 팀단위로 적을 옮겼다. 두각을 나타냈던 이 본부장도 함께 현투에 합류해 국내 기업의 해외자금 유치 등을 담당했다.

이 본부장이 주니어로 임했던 당시는 대졸 여성이 마음껏 투자 전문인력으로 일하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 타고난 성품이 호탕하고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는 이 본부장조차 유리천장을 느꼈다고 했다. 매사추세츠 공대(MIT) MBA 과정을 준비한 이유도 그때문이다.

셀 사이드(sell side)에 몸담아왔던 이 본부장은 MBA 졸업 후 투자 포지션인 바이 사이드(buy side)에 가고자 했다. 국내 1위의 생명보험사이자 가장 큰 기관투자자인 삼성생명을 목표로 삼았다. MBA 졸업 해인 2007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2014년까지는 삼성생명의 일원으로, 2017년까지 삼성자산운용 소속으로 삼성생명의 자금운용을 맡았다.

금융위기를 지나며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자 '바이앤홀드'보다 액티브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삼성생명에서 상사로 만난 이상희 롯데손해보험 CIO(자산운용총괄장)가 롯데손보행을 권했다. 2017년 이 본부장이 롯데손보행을 결정했을 당시 롯데손보는 이미 싱가포르 리츠 등에 뛰어들 만큼 액티브 투자가 진행되던 상황이었다. 일반·대체투자부문 부문장을 맡아 8조8000억원 규모의 주식·채권투자와 5조원 규모의 대체투자 자산운용을 담당했다.


◇투자스타일 및 철학: '돈의 흐름을 좇아라' 금과옥조…글로벌 네트워크 '강점'

이 본부장의 투자 철학은 "돈의 흐름을 좇아라"다. 돈을 쫓아다닌다는 뜻보다 돈의 길을 톺아보라는 의미다. 투자금이 어떤 경로로 투자자의 목표점에 도달하게 될 지를 예상한다면 투자대상이 궤도를 벗어났을 때 경로수정도 발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 만약 예상이 틀렸을 때 투자금을 모두 잃게 된다면 그 투자는 돈의 궤적을 보지 않고 수익률만 쫓은 도박이라는 해석이다.

돈의 흐름을 보기 위해서는 고전격언인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말을 떠올려야 한다고 이 본부장은 전했다. 이 본부장은 "이 격언을 투자에 적용한다면 사람 대신 사람의 행동을, 행동이 모여 만든 집단적인 흐름을 봐야 한다"고 짚었다.

돈의 흐름이라는 큰 철학 아래 미래 전망도 내놨다. 이 본부장은 시장에 풀린 자금이 부동산 가격을 밀어올리기에는 정책 규제가 강하다고 봤다. 결국 자금의 탈출구가 주식시장 뿐이라는 분석이다.

이 본부장은 "올해 주식시장의 활황은 2021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것으로 펀더멘털이 아닌 유동성 공급에 의한 확대"라며 "다만 자산가격의 지나친 상승(버블)에 대비해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을 감행하기에도 적기가 아닌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시장 자금은 역사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높였지만 코로나19로 대체투자가 어려워진 상황에서는 주식이 오히려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 취급된다"며 "최근 30년간의 세계 경제사를 바탕으로 흐름을 예측한다면 다음 수순은 구조조정"이라고 언급했다.

통찰력과 더불어 글로벌 네트워크가 이 본부장의 큰 자산이다. 대학시절 유학과 MBA과정은 해외 컨퍼런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발판이 됐다. 해외 컨퍼런스를 통해 세계 4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미국의 유명 대체투자 운용사(ARES), 블랙스톤 등 굴지의 운용사와 직접적인 대화 채널을 구축했다.

◇트랙레코드1: 기준금리 상승에 채권투자 발목…전략구축 발판 삼아

이 본부장은 2018년 한 해의 채권투자를 아쉬운 트랙레코드로 꼽았다. 세계 경제의 축인 미국 금리 전망을 이미 알고서도 어떤 자산에 투자해야 할지를 고민하다 결국 투자기회를 놓친 경험 때문이다. 2015년 말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해 왔던 연준은 2018년에만 기준금리를 네 차례 올렸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연거푸 올리며 채권에 투자하기에 좋지 못한 환경이 조성됐다.

이 본부장이 들고 있던 단기자금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본부장은 "쌓여있던 단기자금을 섣불리 투자하지 못해 1년여 동안 저금리로 자금을 운용하게 되며 기회비용이 발생했다"며 "실책을 인정하고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자산에 투자를 집행해야 기회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어떤 자산에 투자해야 하는가'가 고민의 핵심이었다. 2019년에도 미 연준이 금리를 재차 올리겠다는 사인을 보내던 와중이었다. 자연히 채권 투자도 움츠러들었다. 이 본부장은 시장의 판단과는 다른 결론을 내리고 채권투자에 무게를 실었다. 철저한 시장분석이 기반이 됐다. 미·중 무역분쟁의 원인과 글로벌 경제의 실제 체력을 가늠해보니 앞으로 시장에 돈이 풀릴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이 본부장은 말했다.

2019년 1분기에만 해외채권과 원화채권, CLO를 통틀어 1조3000억원의 채권을 사들였다. 당시 단기자금 운용금리가 2%, 채권투자금리가 4% 수준이었다. 두 금리 차이만큼의 기회비용이 수익률로 돌아왔다. 이때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 자산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다. 고민의 결실이 지난해 출간한 '달러 없는 세계'다. 글로벌 유동성과 투자에 미치는 영향, 향후 전망 등을 담았다.


◇트랙레코드2: 보험업계 최초 '위안화 예금' 도전, 3조·2년 수익률 5.3% 달성

이 본부장은 '투자대상이 익숙한가'보다 '어떤 투자 대상이 가장 적합한가'를 따져 행동한다. 삼성생명 시절 집행한 위안화 예금 투자는 적합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이 본부장이 발굴한 자산이다.

MBA를 마친 뒤 2007년 삼성생명에 입사한 이하경 본부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목도했다. 2009년과 2010년을 거치는 사이 삼성생명이 환매 대응을 하며 단기 투자자금이 급증했다. 5조원 분량이었다. 이 본부장에게도 과제가 주어졌다. 3조원을 가지고 2년간 4.4% 이상의 수익률을 내야했다. 당시 기준금리가 1.5%이던 때였다. 2년이라는 짧은 시간과 4.4%의 수익률은 쉽게 얻어질 수확이 아니었다.

과제가 어렵다면 도입되지 않은 투자상품을 찾는 것이 이 본부장의 성격이었다. 고군분투하던 와중 한국계 외화채권(KP)에 투자해 환 헤지를 하면 환 프리미엄으로 수익률이 높다는 점을 발견했다. 예상 수익률은 4.8%였다. 방법은 찾았지만 물량이 부족했다. 달러 물량 외에 엔화 물량을 찾던 중 위안화 예금까지 생각이 미쳤다.

이 본부장의 선봉 아래 삼성생명은 보험업계 최초로 위안화 예금에 투자했다. 파트너사는 뱅크오브차이나(BOC)로 2년간 거둔 수익률은 5.32%다. 목표 수익률 대비, 또 당시 시장 상황과 비교해 월등한 초과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투자를 시초로 국내 증권사와 보험사들이 위안화 예금을 펀딩 자금으로 활용하게 됐다고 이 본부장은 회고했다.

◇업계평가 및 향후계획: '스카우트 1순위' 선진 투자전략 도입 목표

이 본부장은 업계 스카우트 1순위로 꼽힌다. 굵직한 금융사로 적을 옮길 때마다 좋은 선배들의 부름이 있었다. 대륙투자자문으로 이동할 때에는 대우증권 국제금융부 부장으로 만난 고우석 전 KTB투자증권 PE본부장·그린손보 부사장이 이하경 상무를 합류시켰다.

우석 전 부사장은 국내에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를 처음으로 도입한 인물이다. 이상희 롯데손해보험 상무(자산운용총괄장) 역시 이 본부장과의 시너지를 잊지 않고 함께 일하기를 권했다.

박기웅 브이아이운용 전무도 이 본부장을 영입하는 데에 수개월간 상당한 공을 들였다. 박기웅 전무(전 미래에셋자산운용 헤지펀드1본부장)가 올해 브이아이운용으로 이직한 뒤 네 명의 주요 인물을 브이아이운용에 심었다. 이 본부장은 글로벌투자부문의 핵심 키였다. 이 본부장은 올해 브이아이운용에 둥지를 튼 박 전무와 김전욱 상무(전 미래에셋운용 리테일마케팅 본부장), 윤현종 본부장(전 V&S자산운용 부사장)과의 협력을 우선 가치로 뒀다.

브이아이운용에서의 목표는 브이아이운용만의 투자전략 구축이다. 글로벌 대형 운용사와의 협업을 시작점으로 선진 투자전략을 도입하고자 했다. 코로나19로 해외 실사 길이 막히며 대체투자가 축소됐지만 실사가 필요하지 않거나 언택트 실사가 가능한 자산을 노릴 예정이다. 글로벌 인수금융과 글로벌 운용사의 블라인드 펀드 투자를 염두에 뒀다. 해외 채권과 대체투자 등을 포함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신규 펀드를 설정할 계획이다. ESG투자도 눈여겨본 분야 중 하나다.

중장기적 과제로는 BDC 투자를 꼽았다. 이 본부장은 "국내에서는 이른 시점에 미국 BDC(중소기업대출 특수기업)를 발굴해 안정적인 고배당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처로 활용해 왔다"며 "국내에서도 향후 BDC 투자 활성화를 위해 안정적이고 우량한 중소기업을 발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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