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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CJ대한통운]지배구조 등급 'A'의 이면…'대표이사=의장' 등식 여전①사외이사 수 '턱걸이' 과반, 추천위 독립성 침해 '우려'

유수진 기자공개 2021-01-05 10:27:37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9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재계에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자리잡은 결과다. CJ대한통운 역시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춰 선진화된 이사회 시스템 마련에 힘써왔다. 그 결과 올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ESG평가에서 지배구조 부문 A등급을 받는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몇몇 '옥의 티'가 눈에 띈다. 이사회 구성 등이 각종 기준치를 충족하고 다수의 위원회도 존재하지만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 측면에서 일부 부족한 점들이 있다는 평가다. 내년 초 강신호 신임 대표이사가 합류하고 일부 사외이사가 교체되는 등 이사회가 재편되면 어떤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CJ대한통운은 KCGS가 지난 10월 발표한 '2020년 ESG 평가'에서 환경 A, 사회 B+, 지배구조 A로 통합 A등급을 받았다. 이번 등급은 작년 1년 간의 활동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부여된 것이다. CJ대한통운이 지배구조에서 A를 받은 건 올해가 처음이다. 환경과 지배구조 부문의 활약에 힘입어 통합등급도 2016년 이래 4년 만에 A로 복귀했다.


A는 총 일곱개의 평가등급 중 세번째에 해당하는 것으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적절히 갖추고 있으며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여지가 적은 단계다. 이사회 산하에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하고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확대하는 등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에 힘쓴 결과 등급이 상향 조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CJ대한통운 이사회는 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4인 등 총 7인으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 비중이 57%를 차지한다. 회사 측은 이사회가 경영진을 효과적으로 감독·견제하도록 하기 위해 사외이사 비율을 과반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는 법정 기준을 턱걸이로 충족하는 수준이다. 상법상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반드시 이사회의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


물론 사외이사 수는 경영진에 대한 견제·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무조건적인 지표가 아니다. 하지만 해당 기업이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순 있다. CJ대한통운의 경우 법정 요건은 충족하지만 적극적으로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특히 이사회 의장을 박근희 대표이사가 맡고 있다. 재계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관에는 이사회가 업무상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의장을 선출하도록 돼 있을 뿐 분리를 강제하는 조항은 없다. 변화를 위해선 이사회의 의지가 필요한 셈이다. 실제로 그동안 이사회가 대표이사가 아닌 인물을 의장으로 선출했던 적은 없다.

박 대표는 이사회 산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보상위원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 과정에 회사 측의 입김이 완전히 배제됐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심지어 보상위원회에선 위원장도 맡고 있다. 물론 보상위가 임원에 대한 보상정책 등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정확한 평가를 위해 사내이사가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엔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위원장까지 박 대표가 맡아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회사 정관과 규정에 의거해 이사회 결의에 따라 이사회 의장 등을 선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상위원회 위원장 역시 위원회 규정에 따른 결의로 결정됐다.

이사회 산하에는 이 밖에도 감사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가 있다. 두개의 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만 구성돼 있다. 감독과 견제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차원이다. 감사위는 회사의 회계와 업무에 대한 감사 역할을, 내부거래위는 공정거래법 및 상법에서 이사회 승인 사항으로 정한 계열사 및 특수관계인 거래를 심의하는 역할을 한다.

CJ대한통운 이사회 규정 발췌.

눈에 띄는 건 위원회가 결의한 사항을 이사회가 재결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사회 규정 제10조의2에는 '이사회는 위원회가 결의한 사항에 대해 다시 결의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자칫 위원회의 의결사항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위원회 독립성 보장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재계에서는 CJ대한통운이 내년 3월 이사회 재편을 계기로 사외이사 비중 확대 등 지배구조 개선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본다. 사내이사 3명의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강신호 대표가 이사회에 합류하게 되기 때문이다. 기존 사내이사 중 사임하는 인물이 없을 경우 추가적인 사외이사 선임이 불가피하다.

특히 사외이사진이 대폭 교체될 가능성도 있다. 이사 4명 모두의 임기가 내년 3월에 끝난다. 그 중 권도엽, 윤영선 이사는 상법상 임기 최장기간인 6년을 꽉 채워 연임이 불가능하다. 최소 2명 이상의 새로운 사외이사 물색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주총 관련 내용은 공시사항으로 아직 안건도 안 나온 단계"라며 "지금은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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