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산은 기업구조조정 리뷰]대우건설, 최고가 매각 덫에 잃어버린 22년⑧가격만 보고 추진한 매각 실패의 교훈, 중국자본 참여·분리매각 등 이슈 재점화

고설봉 기자공개 2020-12-31 08:08:01

이 기사는 2020년 12월 30일 11: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의 오랜 숙제 중 하나는 대우건설 매각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및 아시아나항공,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등 그동안 쌓였던 굵직한 현안을 처리해나가고 있지만 유독 대우건설 매각 작업은 한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대우건설 경영에 직접 참여하기로 하면서 매각작업에 다시 한번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산은 내 대표적 구조조정 전문가란 평가를 받는 이 대표가 전면에 나서면서 시장의 관심도 커진다.

다만 국내 건설업계 역학관계와 인수 후보군으로 꼽히는 대기업들의 기피현상과 맞물려 당분간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산은과 대우건설 안팎에선 중국자본의 대우건설 인수전 참여에 대한 경계심도 있다. 이 대표는 금호타이어를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이대현 대표, 대우건설 경영진 합류…재매각 불씨 살아났다

대우건설은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사진)를 대우건설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으로 회의에 참석해 이사회 제출 의안을 심의하는 등 회사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산은이 지난해 4월 출범시킨 구조조정 및 경영관리 전문 자회사다. 산은은 지난해 7월 대우건설 지분 50.75%를 KDB인베스트먼트에 넘겼다. 산은 구조조정본부는 대우건설에 대한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이 오래전 일단락된 만큼 직접 관리하는 것에 부담이 커지자 전문 관리회사를 설립해 대우건설 지분 전부를 이관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투자 기업의 경영혁신 활동 및 운영 효율성 개선을 지원해 기업 경쟁력과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하는 사모펀드(Private Equity) 운용사'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만큼 기업가치를 높여 재매각 하는데 전문성을 보유한 사모펀드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모펀드의 대표가 직접 대우건설 경영진에 직접 합류하면서 매각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대표는 산은 내에서도 구조조정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1985년 입행해 투자금융실, 국제금융실, 기업금융실, 기획관리부문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기업금융, 프로젝트파이낸스(PF), 국제금융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KDB인베스트먼트 대표로 2019년 초 오기 전까지는 산은에서 수석부행장을 맡았다.

그의 이력에 한 획을 그은 이슈는 금호타이어 매각이다. 이 대표는 금호타이어의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직접 지휘했다. 더불어 두산인프라코어, 한진중공업 등의 구조조정과 매각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 왔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KDB인베스트먼트 초대 사령탐으로 이 대표를 낙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 대표의 경영 참여를 두고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매각의 불씨가 살아나면서 기대가 있지만 동시에 중국 자본의 대우건설 인수가 현실화 하는 것 아니냐는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 대표가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금호타이어 매각 결과가 중국의 더블스타로의 인수로 이어졌다는 점이 이 같은 관측을 낳는 원인이다.

더불어 KDB인베스트먼트의 직접 관리가 시작되면서 대우건설의 경영활동은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대우건설은 최근 혹독한 경비절감을 시도하고 있다. 업무 출장으로 인한 법인카드 사용도 제한하는 등 최대한 비용을 줄이는 식으로 이익을 실현하는 이른바 '불황형 흑자' 시현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과거 영업활동을 위해 사용하던 비용을 이제는 거의 사용할 수 없게 됐다.

한 대우건설 직원은 “택시 등 교통수단 비용을 줄이겠다며 감사를 벌인 적도 있다”며 “영업활동 및 업무를 위한 필수경비 지출을 하지 말라는 얘기거나 개인 비용으로 쓰라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경쟁력은 점점 약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대우건설의 시공능력순위는 6위(8조4132억원)로 집계됐다. 2017년 3위(8조3013억원)에서 크게 하락했다. 산은의 구조조정과 KDB인베스트먼트의 경영 효율화 과정을 거치면서 오히려 대우건설의 기초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구조조정만 22년, 국가경제·채권단 손실 최소화 논리로 버텨

대우건설 구조조정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촉발된 옛 대우그룹 부실에서부터 시작된다. 1998년 12월 옛 대우그룹은 자동차, 중공업, 무역·건설, 금융·서비스 등 4대 핵심업종을 주축으로 계열사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산은 등 주채권은행과 맺었다.

그러나 구조조정 작업은 순탄치 않았다. 심각한 유동성위기를 겪으며 옛 대우그룹은 와해 수순을 밟았고 그 과정에서 대우건설이 떨어져 나왔다. 대우건설은 2000년 12월 ㈜대우에서 분할해 설립됐다.

이후 2006년 1월 산은 등 채권단은 대우건설 공개매각에 나섰다. 2005년 기준 자산 5조5000억원, 국내 시공능력 2위인 대우건설 인수전에 국내 여러 대기업이 참여하면서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여러 과정을 거쳐 그 해 6월 금호그룹이 인수자로 선정됐다. 매각가는 6조4000억원이었다.

금호그룹이 인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가격요인이었다. 당시 산은 등 채권단은 가격부분(인수희망가격)과 비가격부문(경영능력, 계획 및 인수 시너지 등)을 각각 평가하고 이를 종합평가했다.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금호그룹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금호그룹은 곧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되면서 건설업 불황이 이어졌다. 2009년 12월 금호그룹은 산은 주도 경영정상화에서 돌입하게 된다. 금호그룹이 부실에 빠진 결정적 원인인 대우건설 인수에 무리하게 뛰어들면서 천문학적인 빚을 졌기 때문이다.

산은의 조사 결과 2009년 12월 기준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차입한 자금은 5조6000억원에 달했다. 재무적투자자(FI)를 통해 3조5000억원, 외부차입으로 2조1000억원을 마련했다. 당시 금호그룹은 FI들에게 풋백옵션(PBO)을 부여했다.

당시 금융기관 및 연기금이 참여한 대우건설 PBO 관련 손실인식액만 약 2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외 4개 금호그룹 계열사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공모채가 1조1386억원에 달했고, CP는 5882억원이었다. 이와 관련한 손실이 발생하며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산은은 금호그룹의 경영정상화 방안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대우건설 관련 PBO의 해소를 꼽았다. 실제 산은은 직접 FI들을 만나 협상을 벌이며 PBO 해소 및 대우건설 지분 인수에 나섰다. 산은 100% 자회사인 KDB PEF가 나서 대우건설 주식 50%+1주를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출자전환도 이뤄졌다.

산은은 2015년 발간한 ‘기업구조조정과 KDB-외환위기 이후 15년을 중심으로’란 책(이하 백서)에 “국가경제 및 채권단 손실 최소화를 위해 KDB가 대우건설 인수를 포함 주력 4개사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했다”며 “국책은행이면서 금호그룹 주채권은행으로서 시장안정 역할을 수행해 줄 것을 금호그룹을 둘러싼 경제주체들이 기대한다고 판단했다”고 적었다.


◇매각 실패 반면교사, 새로운 방안 모색해야

산은 구조조정본부는 대우건설 구조조정을 일단락 한 뒤 2018년 재매각을 시도했다. 하지만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던 호반건설과의 협상이 중단되며 매각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호반건설은 2017년 4분기 결산 결과 해외사업 부실이 불거지면서 인수를 철회했다. 이후 주가와 경영실적 하락 등을 겪으며 매각작업은 정체돼 있다.

산은 안팎에선 매각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 국내외 사업장의 부실을 정리하고 수익성을 끌어올려 상품성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대우건설 관리 주체를 산은 구조조정본부에서 KDB인베스트먼트로 바꾼 것도 이러한 영향에서다.

최근 들어서는 재매각을 시도하려면 경영 효율화와 맞물린 분리매각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국내 건설업계의 정체된 성장세 등을 고려할 때 건설·토목·주택·플랜트 등 각 사업부문별로 쪼개는 방안이 매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단 분석이다. 또 산은이 대우조선해양과 아시아나항공 매각에서 보여준 지분참여 및 M&A 자금 우회지원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기업가치를 높여 재매각을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수익을 얻는 구조로 기업 효율화를 진행하는데 각 사업부문별 분리매각(혹은 인수)은 사모펀드가 회사를 인수할 때나, 인수 뒤 재매각 할 때 효율성과 매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선호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