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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바이오 옥토' 다지는 농부, 김정현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대표R&D 트렌드 포착 능력 탁월…'알테오젠·지노믹트리' 전폭지원

박동우 기자공개 2021-02-08 08:17:15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5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이오업계와 벤처캐피탈은 성장 궤적을 함께 그렸다. 기술이 탄탄한 스타트업이 신약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자금을 투입했다. 모험자본은 생명공학 산업의 팽창을 도약의 지렛대로 삼아 투자와 회수 규모를 나날이 불렸다.

김정현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대표(사진)는 농부처럼 묵묵하게 국내 바이오 섹터를 '옥토'로 다졌다. 연구원으로 일한 경험 덕분에 R&D 트렌드를 포착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알테오젠, 지노믹트리 등 될성부른 기업을 발굴해 전폭적으로 지원해왔다.

◇ 성장스토리 : 제일제당에서 연구 전념, 20년차 벤처캐피탈리스트

김 대표는 대학에서 생화학을 공부하면서 바이오 분야에 눈을 떴다. 1990년 제일제당에 입사하면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발효연구팀에 배치돼 단백질의약품 R&D에 전념했다. 복합소염제인 '킨도라제'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해 시판하는 프로젝트에 기여했다.

지적재산팀에 몸담으면서 원천 기술을 육성하고 보호하는 과제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미국 제약사와 빈혈 치료제인 '에리스로포이에틴(EPO)' 제조법의 특허 소송을 벌인 경험이 결정적이었다. 승소를 이끌어내면서 기술의 사업화를 촉진하는 영역이 조명받을 것이라고 직감했다.

2000년대 초반 '제1 벤처 붐'의 물결이 넘실거렸다. 때마침 미래에셋벤처투자에서 심사역을 뽑는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도전을 즐기는 성향과 들어맞다고 판단해 주저없이 옷을 갈아입었다.

지금의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맡은 시점은 2012년이다. 차병원그룹이 출자해 만든 벤처캐피탈인 만큼 바이오 투자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품고 합류했다.

그동안 조직의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 업체 70여곳에 1700억원 넘게 베팅했다. 약정총액 300억원의 '미래창조 IBKC-솔리더스 바이오세컨더리 투자조합', 1500억원의 'KB-솔리더스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 등을 조성했다. 김 대표의 노력에 힘입어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는 바이오 벤처 발굴에 능통한 투자사로 자리매김했다.


◇ 투자철학 : 사업목표 이해도 검증, '혁신적 아이디어' 방점

김 대표는 경영진이 사업 목표를 분명하게 이해하는지 여부에 주목한다. 경쟁사를 분석하고 시장 진입 전략을 세우는 데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는 "벤처 투자는 단기간에 결실을 맺는 게임이 아닌 만큼 회사가 사업 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하고 성장 시나리오를 짜는 게 관건"이라며 "경영진은 냉철한 판단력,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순발력을 겸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적 아이디어'는 김 대표의 투자 철학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남들이 도전하지 않는 분야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업체를 눈여겨본다.

포트폴리오 가운데 플랫바이오가 대표적인 사례다. 인체의 암 부위를 동물에 똑같이 재현해 실험하는 '동소이식모델'을 접목한 업체다. 다른 제약사와 치료제 공동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임상이행연구'를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플랫바이오는 대형 제약사들이 접근하지 않는 틈새 시장을 개척한 벤처"라며 "협업을 토대로 신약 파이프라인 확장이 용이한 만큼 성장성이 탄탄하다"고 분석했다.

◇ 트랙레코드1 : 창업자와 끈끈한 인연, 알테오젠 '멀티플 3.4배'

알테오젠은 김 대표의 활약이 진가를 드러낸 사례다. 창업자인 박순재 대표와 나란히 걸으면서 성장을 촉진하는 데 전력을 쏟았기 때문이다. 결실도 달콤하다. 세 차례에 걸쳐 124억원을 투입해 원금의 3.4배인 420억원을 회수했다.

처음에는 단백질의약품의 효능이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는 '넥스피(NexP) 융합 기술'의 범용성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최근에는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바꿔주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대학 동문'과 '바이오업계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연결고리로 삼아 박 대표와 친분을 두텁게 쌓았다. 김 대표는 알테오젠의 클럽딜에 동참할 투자사를 끌어들였다. 전략 기획 업무에 적합한 인물도 추천했다.

김 대표는 "알테오젠은 첫 투자를 단행한 지 7년 만에 시가총액 4조원을 바라보는 코스닥 대표 기업으로 발돋움했다"며 "최근 알테오젠이 설립한 자회사인 알토스바이오로직스에도 실탄을 공급하는 등 동행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 트랙레코드2 : '회수 기대주' 지노믹트리, '치료→진단' 패러다임 선도

탁월한 엑시트 성과를 점치는 업체도 눈에 띈다. 지노믹트리에 기대를 걸었다. 국내외 법인에 210억원을 투입했다. 보유 주식의 일부를 처분해 142억원을 확보했다.

지노믹트리는 체내 상태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DNA 바이오마커(생물학적 지표)'를 활용해 암 진단 키트를 만들었다. 치료 중심의 패러다임을 벗어나 질환 예방으로 뻗어가는 산업의 흐름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지노믹트리의 도약을 확신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지난해 대장암 진단 키트 기술을 오리온홀딩스에 이전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코로나19 분자진단 제품을 해외에 수출하는 성과도 이뤘다.

◇ 업계 평가 : 소탈한 성품 '친화력' 우수, 딜 구조화 역량 탁월

김 대표는 업계에서 '속이 꽉 찬 사람'으로 통한다. 친화력을 무기로 벤처캐피탈과 스타트업을 넘나들며 인적 네트워크를 다지기 때문이다. 기술의 원리를 이해하고 딜(Deal)의 구조를 짜는 능력도 남다르다.

전양우 마그나인베스트먼트 사장은 2011년부터 김 대표와 연을 맺었다. 전 사장은 "김 대표는 비전공자들이 알기 쉽게 바이오 벤처의 강점을 설명하는 역량이 탁월하다"며 "클럽딜을 이끌면서 피투자기업의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기획력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10년지기인 윤강훈 SJ투자파트너스 대표도 김 대표의 활약상을 유심히 살폈다. 윤 대표는 "김 대표는 소탈한 성품을 바탕으로 벤처업계에 광범위한 인맥을 구축했다"며 "새로운 트렌드에 호기심을 안고 접근하되 철저한 분석을 병행하는 자세도 갖췄다"고 밝혔다.

◇ 향후 계획 : 1000억 '스마트바이오펀드' 결성 임박, '솔리더스 2막' 구상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는 다음달 1000억원 규모의 '스마트바이오펀드' 결성총회를 연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세포 치료제 등 신약 개발 업체를 중심으로 투자처를 물색할 예정이다.

2021년을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의 2막을 여는 원년으로 잡았다. 미래창조 바이오세컨더리 투자조합의 청산에 힘을 쏟고 있다. 우수한 지식재산권(IP)을 지닌 기업을 육성하는 펀드 론칭도 검토 중이다.

김 대표는 "모회사의 산학연병 네트워크를 살려 역외 펀드를 결성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라며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가 2년 안에 운용자산(AUM) 5000억원의 벤처캐피탈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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