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신용대출로 상속세 마련 나선 까닭 개인신용으로 5000억 대출 문제 없어, 경영권 주식 담보 주담대 부담 해석도
고설봉 기자공개 2021-04-26 11:05:00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3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개인신용대출을 진행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재계와 금융권에선 이 부회장이 당초 주식담보대출을 시도할 것으로 봤는데 개인신용대출을 선택했기 때문이다.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최근 시중은행과 일부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개인신용대출을 추진 중이다. 오는 30일로 다가온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산 상속을 위한 상속세 신고·납부 목적이다.
이 부회장이 추진 중인 개인신용대출 총 규모는 약 5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국내 금융권 역사상 개인신용대출 단일 취급액 기준 최고 규모란 평가다. 오는 30일 이 부회장이 납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속세 규모와 맞아 떨어진다.
이 부회장의 선택은 그동안 다른 재벌가의 상속세 마련 양상과 결이 전혀 다르다. 비교적 최근 상속세를 낸 구광모 LG그룹 회장이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은 주식 등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주식담보대출로 세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당초 재계 및 금융권에선 이 부회장도 삼성전자 등 지분을 담보로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상속세를 납부할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그동안의 예상을 깨고 이례적으로 개인신용대출을 택했다.
은행권에선 이 부회장의 보유자산 대부분이 주식으로 구성된 상황에서 주담대를 택할 경우 경영권에 위협을 느껴 개인신용대출을 택한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이 부회장의 경우 이미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의 지분을 보유해 매년 1000억원대 배당을 받는 만큼 현금창출력에 무리가 없다. 굳이 주식을 담보로 내놓지 않아도 신용도 만으로도 수천억원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아울러 주식담보대출을 택할 경우 오히려 한도가 더 낮을 수 있어 개인신용대출을 시도하게 된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율을 좀 더 내더라도 더 많은 대출금을 받을 수 있는 쪽을 택한 것이란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경우 재벌그룹 오너가 중에서도 배당소득 등 현금 창출력 규모가 크기 때문에 개인신용대출을 받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주식담보대출의 경우 은행의 내규 등에 따른 담보인정비율 때문에 개인신용대출보다 한도가 더 적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회장이 2021년 3월 말 현재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등 6개 상장 계열사 주식의 총 가치는 9조2567억원이다. 2021년 4월 22일 기준 종가를 통해 산출한 결과다. 올해 이 주식을 통해 이 부회장이 수령한 배당금 총액은 1074억원이다.
더불어 대출금액의 2배 가량의 주식을 담보 설정하는 것 자체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대출을 받기 위해 무리하게 회사 경영권 주식을 담보로 맡기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뜻이다. 대출금 회수 전까지 담보권은 해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주식담보대출의 경우 통상 주가의 50% 정도만 대출을 진행한다. 이 부회장이 5000억원의 자금을 대출받기 위해선 시가 1조원 상당의 주식을 담보로 맡겨야 한다.
또 향후 연부연납으로 상속세를 납부할 경우 매번 추가로 주식을 맡겨 대출을 받아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이 부회장이 납부할 상속세 규모는 최소 2조9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이를 모두 주식담보대출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5조8000억원 가치의 주식이 필요하다.
다만 개인신용대출이라고 해도 이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아예 활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대출 규모가 워낙 천문학적인 만큼 은행의 심사체계 통과를 위해 보유 지분 일부를 담보로 제공할 계획이다. 각 은행들은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등 주식 일부에 견질담보를 설정해 대출 실행 및 이자율 산정의 근거를 남기기로 했다.
견질담보는 정식담보로서의 효과는 없지만 대출 진행시 보완적 의미에서 잡아놓는 물건이다. 주로 신용대출 과정에서 내부 심사체계 승인 등을 위해 담보에 설정을 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이 일반적으로 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높은데 견질을 설정할 경우 금리 등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며 “견질의 경우 은행입장에선 채권보전이 되니까 대출을 진행할 때 심사체계 통과 등에도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신용대출인데 그래도 담보 없이 개인에게 5000억원이란 큰 규모 대출을 해주는 것은 내부에서는 물론 외부에서도 문제제기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라도 견질을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한미 오너가 분쟁]새 경영진 임종윤·종훈 형제의 일성 "네버 어게인"
- JB금융, 얼라인에 판정승…이사회 2석만 내주며 선방
- [Company Watch]'TGV 첫 양산' 필옵틱스, 글라스 패키지 시장 선점
- 폴라리스오피스, 한국 AI PC 얼라이언스 참여
- 이에이트, 생성형 AI 접목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 공개
- 일반석서 주총 관람한 한채양 이마트 대표, ‘책임경영’ 의지 피력
- AI매틱스-한국교통안전공단, AI 기반 버스 사고 예방 MOU
- [한미 오너가 분쟁]'임종윤·종훈' 형제의 승리, OCI-한미 통합 결렬
- 휴온스 이사회 입성한 오너3세, 경영 참여는 'NO'
- 필옵틱스, 업계 첫 TGV 양산 장비 공급
고설봉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ELS 배상 후폭풍]NH농협, 은행권 최고 '배상비율' 나올까…부담감 높아져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삼성생명, 새 회계기준에도 펀더멘털 굳건히 지켰다
- 금융사 KPI '검사와 검열 사이'
- [금융사 KPI 점검/KB국민은행]잘 갖춰진 KB금융 포트폴리오 활용 계열사 협업 확대
- 산업은행, 태영건설 구조조정팀 업무 재조정
- [ELS 배상 후폭풍]하나은행, 자율배상 발표 임박… 발빠르게 리스크 최소화
- [ELS 배상 후폭풍]신한은행, 이사회 논의 시작…배상안 수용할까
- [ELS 배상 후폭풍]우리은행, 선언적 배상안 발표 '명분·실리' 모두 챙겼다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삼성생명, 매 분기 킥스비율 저하 원인은
- [금융사 KPI 점검/ KB국민은행]'홍콩 ELS' 부실 여파…'ELS·ELF' 사실상 판매중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