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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극복하는 조선업]유상증자 카드 빼든 삼성중공업, '비주류'의 설움⑤빅 2체제 재편에서도 소외...해양플랜트 부진 직격탄

조은아 기자공개 2021-05-24 10:18:01

[편집자주]

우리나라 산업 가운데 조선업만큼 극과 극을 오간 산업도 찾아보기 어렵다. 한때 세계 무대를 호령했지만 장기 불황에 접어들면서 힘을 못 쓴지 오래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2003년 슈퍼 사이클에 진입하던 시기와 비슷하다는 전망도 나오면서 오랜만에 볕이 들고 있다. 다시 호황을 맞는 국내 주요 조선사들의 현 상황과 재무구조, 미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0일 08:0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기간에 걸친 국내 조선업의 암흑기는 업계 판도를 완전히 바꿔놨다. 기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빅 3 체제는 조만간 빅 2 체제로 전환된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은 환골탈태에 가까운 변화를 보여줬다.

물론 삼성중공업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내놨고 두 차례의 유상증자도 실시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은 재무구조 악화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다시 유상증자 카드를 빼들었다.

결국 조선업을 향한 그룹 차원의 의지가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의 운명을 바꿨다는 해석도 나온다. 조선업에 '올인'할 수밖에 없었던 현대중공업그룹과 달리 삼성그룹은 삼성중공업이 아닌 선택지가 많았다는 얘기다.

◇현대중공업과 무엇이 달랐나

삼성중공업은 2016년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제출했다.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구조조정을 위해 채권단에 자구안을 제출한 건 외환위기 당시 삼성자동차 이후 17년 만이었다.

당시 자구안의 규모나 구체성 등을 놓고도 크고 작은 논란이 불거졌지만 더 큰 논란은 따로 있었다. 바로 삼성그룹 차원의 지원이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중공업을 어느 정도 지원할지가 업계 최대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직접 “삼성중공업의 문제는 이재용 부회장이 어떤 결정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다른 조선사들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는 15.98%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전자다. 다른 계열사와 특수 관계인의 지분까지 더하면 그룹의 삼성중공업 지분율은 21.87%까지 올라간다.

당시 삼성그룹이 적극적으로 삼성중공업을 지원하지 않는 이유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갔다. 재계는 그 이유로 삼성중공업이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가 아니라는 점을 꼽았다. 이 부회장은 당시 신사업으로 5G, 인공지능(AI), 바이오, 전장부품을 꼽고 속전속결로 사업 재편을 지휘했다. 반면 조선업은 정통 중후장대산업인 만큼 이 부회장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는 말이 계속 나왔다.

실제 삼성중공업은 매각설에 여러 차례 휘말렸다.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결정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삼성전자가 완전히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니다. 그동안 이뤄진 두 차례의 유상증자에 모두 참여했으며 이번에도 역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중공업은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그룹이 조선업 재편을 위해 손을 잡았을 때에도 철저하게 소외됐다. 산업은행은 2019년 1월 말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현대중공업그룹에 넘긴다고 발표했다.

산업은행은 2018년부터 실무진을 중심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고 조선산업도 재편해 전체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고민 끝에 두 가지 모두를 충족하는 인수후보로 현대중공업그룹을 선택했다. 산업은행은 당시 뒤늦게 삼성중공업에 투자제안서를 보내는 데 그쳤다. 사실상 미리 판을 다 짜놓고 혹시 불거질 특혜 시비를 의식한 모양새였다.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그룹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조선업 재편을 향한 의지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업이 주력이다. 현대오일뱅크 등도 거느리고 있지만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 계열3사가 그룹의 중심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업계 라이벌을 품고 단 번에 압도적 1위로 거듭날 수 있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삼성그룹의 수많은 계열사 가운데 하나다. 자금력 역시 차이가 난다. 조선업을 향한 이재용 부회장의 관심과 의지 없이 대규모 자금을 끌어오는 결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삼성중공업은 그룹은 물론 삼성중공업 차원에서도 변화에 다소 소극적이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몇 년 사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대우조선해양도 인수했다. 조선부문과 무관한 사업들을 함께 묶어뒀던 현대중공업을 분할해 개별 회사로 전환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의 변신은 사실상 오너일가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받은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의 결단과 오너일가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몇 년마다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는 삼성중공업의 경우 큰 변화를 시도하기가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효자’였던 해양플랜트의 배신

삼성중공업이 경쟁사보다 더욱 심각한 사태에 이르게 된 이유로 사업적 측면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중공업은 좀처럼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6년 연속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 역시 대규모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분기에만 영업손실 5068억원을 냈다. 지난해 1분기 478억원에서 무려 960% 확대됐다.

삼성중공업에서 적자가 계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해양플랜트 사업의 부진이다. 삼성중공업은 조선3사 가운데 해양플랜트 의존도가 가장 높다. 해양플랜트의 건조나 인도일정 지연과 관련한 비용이 늘어나면서 적자폭도 커졌다.

삼성중공업은 2000년대 후반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자 드릴십(심해용 원유 시추선) 수주에 적극 나섰고 한동안 드릴십 점유율 1위를 지키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발주처가 드릴십 인도를 거부하거나 파산했고 이때부터 삼성중공업도 적자의 늪에 빠졌다.

삼성중공업은 한동안 수주잔고에서 해양플랜트 비중을 낮추는 데 공을 들여왔다. 삼성중공업의 수주목표에서 해양부문 목표의 비중은 2016년 60%(125억 달러 가운데 75억 달러)에서 2020년 30%(84억 달러 가운데 25억 달러)로 꾸준히 낮아졌다.

올해 역시 이런 기조를 이어간다. 당초 올해 수주목표 78억 달러 가운데 해양부문 목표를 32억 달러로 제시했으나 최근 수주목표를 91억 달러,해양부문 목표는 20억 달러로 수정했다. 해양부문 비중을 41%로 높였다가22%로 다시 낮춰 잡은 것이다. 올들어 국제유가가 반등하는 등 해양플랜트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과거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신중한 태도를 이어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중공업 드릴십<출처=삼성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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