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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극복하는 조선업]'보릿고개’ 지나는 삼성중공업, '내부 출신' 중용 기조⑦조선소장 출신 대표이사만 3명째 ...재무구조 악화로 CFO 위상도 강화

조은아 기자공개 2021-05-26 10:42:13

[편집자주]

우리나라 산업 가운데 조선업만큼 극과 극을 오간 산업도 찾아보기 어렵다. 한때 세계 무대를 호령했지만 장기 불황에 접어들면서 힘을 못 쓴지 오래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2003년 슈퍼 사이클에 진입하던 시기와 비슷하다는 전망도 나오면서 오랜만에 볕이 들고 있다. 다시 호황을 맞는 국내 주요 조선사들의 현 상황과 재무구조, 미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4일 16: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총대를 누가 메느냐는 구조조정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내부 출신과 외부 출신의 장단점은 명확하다. 외부 출신이 투입되면 내부의 타성을 없애고 새로운 안목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그만큼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내부 출신은 그 반대다.

삼성그룹이 선택한 방법은 내부 출신이다. 내부 출신이 회사를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부 결속을 다지기도 쉽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실 기업은 정상화 과정에서 노조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이 과정에서 외부 출신은 조직 장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최근 몇 년 사이 삼성중공업에서 눈에 띄는 변화 가운데 하나는 내부 출신의 중용이다. 한 단계 더 들어가면 조선소장을 거친 현장 전문가라는 공통점도 있다.

◇박대영-남준우-정진택, 내부출신+조선소장 대표이사

삼성중공업 CEO(최고경영자)는 박대영 전 대표이사 사장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박 전 사장은 삼성중공업에서 나온 최초의 현장 출신 CEO다. 대표이사에 오르기 전 조선소장을 지냈다. 박 전 사장 이후 남준우 전 사장과 정진택 사장(사진) 모두 박 전 사장과 마찬가지로 조선소장 출신이다.


조선업계 전반에서 조선소장의 위상이 높지만 삼성중공업에서는 최근 대표이사들이 모두 조선소장을 거치면서 그 위상과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극심한 불황을 겪으면서 생산과정에서 공정 관리에 대한 이해도가 CEO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떠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진택 대표이사 사장은 1984년 삼성중공업 선장설계부에 입사했다. 영업팀장, 리스크관리팀장, 기술개발본부장을 거쳐 조선소장을 지냈다. 조선업황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2014년 리스크관리팀장을 맡아 경영구조 개선 작업을 진두지휘했던 만큼 삼성중공업의 흑자 전환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정 사장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인물로는 배진한 부사장과 윤종현 전무를 꼽을 수 있다. 세 명 모두 삼성중공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중간에 잠시 자리를 비운 배 부사장을 제외하면 나머지 2명은 30년 넘게 삼성중공업에만 몸담고 있다.

특히 삼성중공업에서 CEO 등용문으로 꼽히는 조선소장을 맡고 있는 윤종현 전무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윤 전무는 1988년 삼성중공업에 입사했다. 기본설계1팀장, 기술영업1팀장, 해양Proposal팀장을 거쳐 2017년 조선시추설계담당을 맡았고 지난해 12월부터 정진택 사장의 후임으로 조선소장을 맡고 있다. 1966년생으로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를 나와 부산대 조선해양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삼성중공업이 조선소장을 중용하는 이유는 2014년 이후부터 이어지고 있는 극심한 불황과 무관치 않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와 내년 역시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수익성 개선이 매우 시급하다.

손익 개선을 위해서는 철저한 공정 관리가 전제돼야 한다. 설계 변경, 납기 지연 등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용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중공업 전체 수주 잔고에서 해양설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조선사보다 높다는 점은 공정 관리의 중요성을 한층 부각시키는 요인이다.

박대영 전 사장 이전에는 주로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에서 내려온 관리형 중역들이 대표이사를 맡았다. 1990년부터 2001년까지 삼성중공업 대표를 지낸 이해규 전 부회장은 기획, 관리에 능통했으며 대외 활동을 중시했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를 거쳐 2001년 대표에 오른 김장완 전 부회장은 수주 확대에 힘을 쏟고 생산 공정은 철저하게 현장 담당자에게 맡겼다.

◇삼성중공업 흑자 전환의 출발, 유상증자 임무 맡은 배진한 부사장

경영 위기를 겪으면서 삼성중공업이 겪은 또 다른 변화는 바로 CFO(최고재무책임자)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는 점이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재무구조가 심각하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무상감자와 1조원대 유상증자라는 칼을 빼들었다. 유상증자는 2018년 이후 3년 만이며 2016년 이후 세 번째다.
배진한 삼성중공업 CFO(최고재무채임자) 부사장

심기일전하고 있는 삼성중공업에서 CFO를 맡고 있는 배진한 부사장의 어깨도 한층 무거울 수밖에 없다. 배 부사장은 최근 사내방송을 통해 직원들에게 직접 자본잠식 가능성을 밝히는 등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서 총대를 메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말까지 부채비율을 현재의 262%에서 198%까지 낮춰 경영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재무구조 개선의 목적은 자본잠식 해소 및 재무비율 개선에 따른 금융활동 정상화, 경쟁사의 대규모 투자에 대응하기 위한 신사업·신기술 투자재원 마련이다.

올들어 조선업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삼성중공업은 자칫 업황 회복에 따른 수혜를 누리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해있다. 잇달아 전해지는 수주 낭보에도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에 차질을 빚는 등 금융권의 여신거래 제약 발생 가능성도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이번 유상증자가 세 번째라는 점은 배 부사장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는 이유로 꼽힌다.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한다 해도 일시적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삼성중공업이 계획하고 있는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이행될 경우 자본확충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나 2018년 유상증자 이후 2019~2020년 합산 순손실 규모가 2조8000억원에 이르고 있으며 2021~2022년 또한 추가 손실발생이 불가피할 전망인 점을 감안할 때 해당 효과는 상당부분 희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지난해 4분기 이후 급증하고 있는 수주 선박의 건조 본격화에 따른 운전자금 부담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친환경 및 신기술 관련 투자계획도 보유하고 있어 채무감축 수준 또한 회사의 제시안 대비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배 부사장은 1989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뒤 꾸준히 재무 관련 부서에 몸담은 재무 전문가다. 1963년생으로 보성고와 고려대 통계학과를 졸업했다. 삼성중공업에서 관리과, 경영지원팀을 거쳤고 제일모직에서 CFO를 지냈다. 2017년 전무로 승진하면서 삼성중공업에 돌아왔고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중공업에서 3년 6개월 만에 나온 부사장 CF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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