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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시스템 점검]비금융 기업의 정보공개 한계와 가능성은⑪상법상 사외이사 추천 과정 공개 의무 없어, 금융회사와 직접 비교 불가능

유수진 기자공개 2021-07-08 11:29:29

[편집자주]

기업경영 감독, 이사회 독립성 제고를 위한 사외이사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사외이사 후보군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고 추천·선임되는지는 기업마다 사실상 베일에 싸여 있는 상황이다. 후보군 관리, 추천 경로 공개 등을 요구하는 금융사지배구조법과 달리 비금융 기업은 사외이사후보 추천 시스템이 자율에 맡겨져 있다. 주요 기업의 사외이사후보추천 시스템을 들여다보고 절차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6일 16: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본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 및 당사의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라 진실되고 충실하게 작성됐습니다.'

금융회사들이 매년 3월 발간하는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 첫 페이지에는 이 같은 문구가 적혀있다. 금융회사들은 금융소비자의 이익 보호를 위해 이사회 등 지배구조 관련 내용을 상세히 정리해 공시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이를 강제하는 근거가 바로 2016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지배구조법이다.

재계에서는 금융회사와 비금융기업간 지배구조 투명성에 차이가 발생하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관련 법의 유무를 지목한다. 법의 규제 하에서는 실질적 의사와 별개로 제도를 만들고 지킬 수 밖에 없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선진화에 나서는 건 쉽지 않다는 의미다.

4대 금융지주(신한·KB·하나·우리)의 '2020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각사는 적극적으로 사외이사 예비후보를 물색하고 있다. 후보 추천은 주주나 외부 자문기관, 지원부서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뤄진다. 후보군을 꾸리는 방식은 각사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선 비슷하다.

<출처:우리금융지주 2020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

이들은 통상 △금융 △경제 △경영 △법률 △재무·회계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후보를 발굴해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우리금융지주는 변화하는 추세에 발맞춰 소비자보호와 디지털, ESG에 전문성을 갖춘 후보군을 중점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신설된 ESG 카테고리에는 10명의 사외이사 예비후보가 몸을 담고 있다.

최근에는 성별 다양성 추구를 위해 여성후보군 확대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신한지주는 후보풀의 최소 20% 여성으로 채우겠다며 하한을 정해뒀다. 이 밖에 국적과 연령, 배경 등 다방면에서 다양성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전체 후보풀 규모는 최소 100명에서 많게는 170명 가량까지다.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과정도 비금융기업보다 더 꼼꼼하고 까다롭다. 보고서에는 각 후보별로 인적사항은 물론 이전 이사회 활동 중 출석률, 최초 후보 제안자, 사추위 내 후보 제안자, 후보 추천 이유가 모두 담긴다. 자격 충족 여부도 관련 법령에 따른 '소극적 요건' 뿐 아니라 전문성과 직무공정성, 윤리성, 책임성 등 적극적 요건까지 따진다. 자격 미달자를 걸러내기 위한 조치다.

KB금융지주 최명희 사외이사 후보 자격 충족 여부. <출처:KB금융지주 보고서>

이 같은 내용은 비금융기업들이 공시하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선 쉽사리 찾아볼 수 없다. 지배구조 관련 별도의 법이 있는 금융회사들과 달리 일반 기업은 상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현행 상법은 사외이사 추천 과정을 사실상 자율에 맡긴다. 자산 2조원 상장사는 이사회 과반을 사외이사로 채우고 이사회 산하에 사추위와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면 문제가 없다. 지배구조법에 따라 최소 4개의 위원회를 설치해야 하는 금융회사와 적용되는 잣대가 다른 것이다. 업종과 역할이 달라 직접적인 비교가 불가능하지만 비금융기업보다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 시스템이 더 체계적이고 투명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재계에서는 금융회사보다 사외이사 추천 과정이 상대적으로 덜 공개되는 것에 대해 관련 법령의 부재를 든다. 상법에 따라 사추위를 설치해 운영 중이기 때문에 지배구조법 적용을 받는 금융회사들처럼 후보 선임 과정을 상세히 공개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일부는 후보 추천 경로 등이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상법에 따라 사추위를 설치하고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며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예비후보가 사추위에 오기까지의 과정은 공개가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계에선 '사추위 설치'가 '사외이사의 독립성·투명성 확보'와 사실상 동일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사추위 추천' 도장이 찍힌 후보라면 충분히 독립성이 보장됐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며 추가적인 시스템 마련과 관련된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사외이사 임기 제한(최장 6년)과 이사회 내 성별 다양화가 권고 단계일 땐 제대로 시행되지 않다가 법으로 규제를 시작하자 빠르게 자리잡은 것도 비금융기업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강제성이 없는 한 일반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절차적 투명성 제고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아예 여지가 없는 건 아니다. 다른 기업들보다 한발 앞서 나가고 있는 일부 기업들의 존재가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재계 전반에서 변화가 시작됐다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

<출처:포스코 2020년 기업시민보고서>

포스코는 올해 처음으로 관리 중인 사외이사 풀을 전문 카테고리별로 나눠 공개했다. 전체 283명으로 4대 금융지주보다 2배 가까이 규모가 크다. 삼성물산은 이사진과 주요 주주, 외부기관 등으로부터 추천 받은 후보들로 풀을 꾸려 상시 관리하고 있다. 매년 첫 사추위에서 현황 보고를 진행한다.

현대차 역시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주주추천 사외이사를 선출해 주주권익 보호 임무를 맡기고 있다. 사외이사 평가제도를 도입하는 계열사도 늘고 있다. 이사회 사무국 등 사외이사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별도 조직을 두는 회사도 느는 추세다.

4대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이사회 투명성 강화 등 지배구조 개선 관련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금융회사만큼은 아니더라도 기업들 역시 점차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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