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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포스트코로나' 기대 높이는 '화물의 재발견' [공급망 시대, 위크 포인트는/팬데믹 리스크①] 화물 경쟁력 두각, 여객 급감 견딘 원동력…향후 성장 주축 '관측'

유수진 기자공개 2021-12-03 07:40:44

[편집자주]

요소수 사태는 저비용을 특징으로 하는 가치사슬로 얽혀 있는 글로벌 무역생태계가 공급망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도기에서 드러난 사건이라고 평가받는다. 요소수 사태로 촉발된 공급망 리스크에서 나아가 국내 산업계가 마주하고 있는 주요 리스크를 살펴보고 대응책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01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세계를 휩쓴 팬데믹은 사람의 이동을 멈췄다. 운송 수단을 제공하고 돈을 버는 항공사들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았다.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파산하는 항공사들이 속출했다. 대한항공 역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작년 2분기 여객 수송실적이 92% 급감하며 매출이 반토막났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가 됐다. 여객운송에만 특화된 줄 알았던 대한항공이 또 하나의 주특기를 선보였다. 여객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화물이 팬데믹 리스크를 견디게 만든 주역으로 떠올랐다. 대한항공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여객과 화물이란 양 날개를 달고 고공비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코로나19 시대 6분기 연속 '흑자', 배경은 화물

1499억원→76억원→1466억원→1245억원→1969억원→4386억원.

대한항공이 작년 2분기부터 올 3분기까지 6분기 동안 거둬들인 영업이익이다. 여행이 사라지고 비행기가 뜨지 못하는 상황에서 매분기 수천억원의 흑자를 냈다. 수익성 개선도 동반됐다. 올 2분기 두 자릿수를 기록한 영업이익률이 3분기엔 20% 수준까지 급등했다.


화물사업 덕이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여객기가 멈춰서며 항공화물 공급이 함께 줄어들었단 점에 주목했다. 여객기의 벨리 카고(하부 화물칸)를 이용한 화물운송이 불가능해진 영향이다. 서둘러 공급 확대에 팔을 걷어붙였다. 화물기 가동률을 기존보다 25% 높였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유휴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해 투입하기 시작했다.

화물전용 여객기를 4500회 이상 띄웠다. 그 결과 지난해 전세계 항공화물 공급은 24.1% 줄었지만 대한항공은 2.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수송실적 역시 전세계 평균은 11.8% 줄어든 반면 대한항공은 15.6% 증가했다. 올해 들어선 월 800회 이상으로 운항 횟수를 더욱 확대했다.

대한항공 화물전용 여객기 운항실적. <출처:대한항공 IR자료>

팬데믹은 화물사업 호황 분위기를 만들었다. 주요 항만에서 병목현상이 심화돼 물류난이 가중됐다. 배에 채 싣지 못한 화물이 항공으로 넘어왔다. 그 중엔 백신이나 진단키트 같은 긴급 방역 제품 뿐 아니라 반도체, 배터리 같은 고부가가치 상품도 많았다. 팬데믹이 장기화될 수록 물동량이 늘고 운임은 높아져갔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화물에서 매출 4조2507억원을 올렸다. 2018년 3조122억원, 2019년 2조5574억원보다 각각 41%, 66% 늘어난 금액이다. 심지어 올해는 3분기 만에 벌써 작년 연간 기준을 넘겼다. 9월까지 누적 4조5141억원이다. 물동량 증가와 운임 상승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여객·화물 매출 비중 1대 9, 팬데믹 리스크 '대응 방안'

사실 대한항공은 2004년~2009년 수차례 '세계 1위'를 달성했을 정도로 화물운송에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다. 1971년 4월 서울-도쿄-LA 노선에 여객기보다 화물기를 먼저 띄우기도 했다. 다만 그동안은 여객에 가려 그닥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팬데믹을 거치며 위상이 달라졌다. 과거 '부업' 정도로 여겨졌다면 이젠 엄연한 '간판' 사업이 됐다.

이전까지 여객과 화물은 매출 비중이 7대 3 정도였다. 최근엔 1대 9로 완전히 뒤집혔다. 화물 자체의 실적이 좋아지기도 했지만 여객이 줄며 더 부각되는 모습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화물은 원래 꾸준히 잘 해오던 사업이지만 여객이 급감하면서 상대적으로 돋보이고 있다"며 "특히 4분기는 연말 연초 물동량이 많아 전통적인 성수기로 꼽힌다"고 말했다.


'화물의 재발견'은 대한항공이 향후 비슷한 리스크에 놓이더라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이다. 외부 환경의 영향에 취약한 항공업 특성상 언제든 또 다시 여객수요 급감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 역시 유가와 환율, 국제 정세 등과 함께 항공업계를 위협하는 주요 리스크로 자리잡았다.

실제로 항공사들은 과거 사스나 메르스 같은 전염병이 돌 때마다 최소 6개월 이상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했다. 그럴 때마다 대부분은 손을 놓고 반등만을 기다리기 일쑤였다. 최근 델타에 이어 오미크론 같은 변이 바이러스가 잇따라 등장하는 상황도 불확실성을 키운다. '피할 방법'이 아닌 '대응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화물이 호조세를 이어가며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여객과 함께 성장을 이끌 거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년간 화물사업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대량 축적됐고 대한항공의 화물 경쟁력을 경험한 화주들이 지속적으로 거래를 유지할 거란 시각이다. '화물전용 여객기'는 좌석을 제거한 후 화물 운항에 투입하는 형태로 향후 수요가 회복되면 즉시 여객노선에 띄울 수 있다. 니즈에 맞는 유연한 운영이 가능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팬데믹을 겪으며 대한항공의 화물 경쟁력이 빛을 발했다"며 "여객 수요가 회복된 뒤에도 화물사업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예전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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