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리츠(REITs) 대해부]디앤디플랫폼, 기념비적 인수전 '세미콜론 문래'②금융파트너 NH투자증권과 긴밀한 협업…'딜 종결성' 우위 확보 덕 쾌거
고진영 기자공개 2022-02-18 07:28:06
[편집자주]
걸음마만 20년 해온 리츠가 변곡점을 맞았다. 주식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헤지 수단으로 투자 매력히 급격히 부각되는 추세다. 한탕에 ‘벼락 수익’을 노리긴 어렵지만 안정적이고 꾸준한 인컴형 자산이라는 데 강점이 있다. 개화(開花)의 시기, 상장 리츠들의 특성과 기초자산 등을 면밀히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2월 15일 15: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디앤디플랫폼’ 리츠가 상장 전 마주쳤던 첫 허들은 프라임급 오피스 빌딩인 ‘영시티’(현 세미콜론 문래) 매입이다. 십여 곳에 달하는 운용사가 입찰에 뛰어들 정도로 인수 경쟁이 치열했고 그만큼 주목도도 높았다.당시 SK디앤디는 금융파트너인 NH투자증권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전했다. 가격 제시에선 최고가를 적어낸 KB자산운용에 밀렸지만 딜 종결성에서 SK디앤디 측이 앞선 평가를 받은 덕분에 승기를 쥘 수 있었다.
세미콜론 문래는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SC) PE 계열이 설립한 '파운틴밸리프로젝트금융회사(PFV)'가 개발했다. PFV에 참여한 주주들은 SK디앤디와 한국자산신탁, 베스타스자산운용 등이다. 대림산업의 시공으로 2017년 11월 준공됐으며 지하 5층~지상 13층, 2개 동 규모, 연면적은 9만9140㎡에 이른다.
그러다 준공 이듬해 영국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액티스(Actis LLP)가 스탠다드차타드 PE의 부동산 부문을 인수하면서 세미콜론 문래도 실질적 주인이 바뀌었다. PFV의 기존 대주주였던 SC PE계열의 SCPEL을 대신해 액티스 영시티 홀딩스(Actis Young City Holdings (HK) Limited)가 대주주에 올랐다. 지분율은 보통주 기준 47.3%였다.
액티스는 곧바로 투자회수 논의에 들어갔다. 우선매수권을 가진 베스타스자산운용에 2개월의 권리행사 기간을 부여했지만 협상이 결렬됐다. 세미콜론 문래의 공실률이 약 50%로 절반이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액티스는 2019년 9월 쿠시먼앤웨이크필드코리아를 매각주관사로 정하고 임대차 관리 등 본격적인 매각 전략 수립에 착수했다.
결국 액티스는 한국씨티은행과 SK텔레콤 자회사 등을 연이어 임차인으로 확보하면서 세미콜론 문래의 공실을 거의 없는 수준으로 낮췄다. 골칫거리였던 공실 문제가 해결되자 빌딩 몸값에 대한 전망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당초 세미콜론 문래는 높은 공실률 탓에 저평가를 받고 있었다. 개발비용, 매입가 등을 고려한 가치는 3.3㎡(평)당 1600만원 선이었으나 처음 매각 움직임이 포착됐을 때 업계에서는 평당 1400만~1500만원 수준이 적정하다고 봤다. 베스타스자산운용 역시 이 가격에 인수를 검토했다고 알려졌다. 연면적에 대입하면 총 4198억~4498억원 남짓이다. 하지만 공실률이 해소된 이후론 시장에서 평당 1700만원 선, 총 5100억원 정도에 ‘위닝 프라이스(Winning Price)’가 결정될 것으로 점쳤다.
예상대로 공실 해소는 매각 흥행으로 이어졌다. 2020년 2월 진행된 입찰에 무려 15곳 이상의 투자자가 참여했다. 원매자가 몰리면서 경쟁가도 치솟았는데 평당 1700만원대로는 어림없었다. KB자산운용이 평당 1900만원대의 최고가를 제시, 이지스자산운용과 SK디앤디-NH투자증권 컨소시엄은 1800만원대를 써냈다.
입찰은 이들의 3파전으로 압축됐고 액티스는 인터뷰를 거쳐 SK디앤디 컨소시엄을 최종 인수자로 낙점했다. 최고가를 적어낸 KB자산운용을 꺾고 SK디앤디 컨소시엄이 우선협상권을 가져갈 수 있었던 이유로는 딜 종결성이 꼽힌다.
특히 금융파트너인 NH투자증권과의 긴밀한 협업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SK디앤디는 리츠를 인수 비히클(vehicle)로 내세웠는데 SK디앤디와 NH투자증권이 리츠 에쿼티 출자를 하고, 부족분은 금융권 차입을 통해 마련하는 투자 구조를 짰다. 주목할 부분은 NH투자증권이 투자확약서(LOC)를 들고왔다는 점이다. 액티스로선 어느 곳에 매각하더라도 목표 수익률을 넘기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런 정성적인 요인에서 승패가 갈렸다는 평가다.
SK디앤디가 매도인 측인 '파운틴밸리프로젝트금융회사(PFV)'의 주주였다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세미콜론 문래를 개발할 때부터 관여했던 SK디앤디는 파운틴밸리PFV의 지분 5.4%를 보유하고 있었다.
지분율이 한 자릿수이다 보니 매각 과정에서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했다. 하지만 주주로서 매각 차익을 공유할 수 있었다. 응찰가로 평당 1800만원 이상의 고가를 제시할 수 있었던 배경인 셈이다.
SK디앤디 컨소는 2020년 5월 매도자와 매매 본계약을 체결했다. 거래금액은 실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60억원 정도 소폭 깎여 5458억원에 최종 합의했다. 3.3㎡당 1816만원 꼴이다. 인수 주체인 '세미콜론문래' 리츠(옛 영시티 리츠)는 디앤디플랫폼 리츠의 첫 자(子)리츠로서 편입됐다.
SK디앤디 관계자는 “SK디앤디뿐 아니라 자산운용사인 디앤디인베스트먼트에서도 PI 자금으로 보통주에 출자해 다른 투자 파트너들의 공감을 이뤄낸 것이 매입 성공의 비결”이라며 “SK디앤디가 건물의 리테넌팅, 유휴부지 활용, 친환경 에너지 설비투자, 주차장 수익 증대 등 합리적인 밸류애드(value-add)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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