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2월 18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치·사회·경제 등의 분야를 관통하는 화두가 있다. '공정(公正)'이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침 없이 고르고 올바르다는 뜻이 녹아들었다. 시험부터 심사까지, 한정된 자원이나 자격을 나눠주는 과정에서 늘 강조하는 키워드다.모험자본 생태계도 예외는 아니다. 정책금융 기관의 출자금은 제한적인 재원이다. 위탁운용사(GP) 지위를 얻으면 펀드를 한층 수월하게 만드는 만큼 많은 투자사들이 출자사업 경쟁에 뛰어든다. 펀드레이징에 투자사들의 명운이 달렸다.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은 출자 심사의 공정성 확립 여부를 예의주시한다.
모태펀드 출자사업을 기획하는 한국벤처투자는 2018년부터 '루키리그'를 도입했다. 신규 벤처캐피탈끼리 경합하는 장을 열어줬다. 신생 운용사가 트랙레코드와 핵심 인력 구성 등 심의 조건에서 열세에 놓이는 만큼 GP로 낙점될 기회를 보장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4년이 지났다. 한국벤처투자는 올해 추진 과제로 '모태펀드 루키리그의 개편'을 꺼내 들었다. 이사회 보고 문건인 2022년도 사업계획에 고스란히 담긴 내용이다. 신설 모험자본 운용사가 출자사업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알고 보니 벤처캐피탈업계에서 나온 문제 제기를 의식한 행보였다. 모태펀드 출자사업에서 루키리그 GP를 꿰찬 일부 투자사가 신생 운용사의 성격에 맞지 않다는 비판과 맞물렸다.
돌이켜보면 운용자산(AUM)은 약소한데 업력 10년을 훌쩍 넘긴 벤처캐피탈이 GP 자격을 얻는 바람에 뒷말이 나온 적 있다. 설립한 지 2년도 안됐는데 벤처펀드를 여럿 굴리는 투자사가 GP로 선정된 사례도 존재했다.
루키리그 운용사 지원 자격을 바꾸면 문제는 해결된다. 지금은 유한책임회사(LLC)형 벤처캐피탈, 설립된 지 3년에 못 미치는 창업투자회사, AUM이 400억원 미만인 창업투자회사 가운데 하나 이상의 조건을 충족하면 도전할 수 있다. 최종 확정한 건 아니지만 두 가지 이상의 요건을 충족하는 투자사에 기회를 주는 방안이 조심스레 흘러나온다.
제도를 일방적으로 고수하지 않고 개선을 모색하는 한국벤처투자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모태펀드 루키리그가 신생 벤처캐피탈을 오롯이 품기 어려웠던 한계를 인정하고 변화를 시도한다. 부디 최선의 결론을 도출해 신규 투자사들에 숨통을 틔울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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