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삼성 비메모리 경쟁력 점검]멀티플레이어 삼성전자의 딜레마④메모리와 시스템LSI, 파운드리에 세트까지…이해상충 이슈 넘을 복안은

김혜란 기자공개 2022-03-23 07:58:57

[편집자주]

삼성전자는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반도체 불모지에 씨앗을 심었다. 그 싹이 자라 '세계 1위 메모리 강국'으로 꽃피우기까진 18년이 걸렸다. 2005년에는 파운드리(위탁 생산)에 도전했다. 반도체에 세트(완성품)까지 다 하는 기업은 삼성이 유일하다. 삼성은 2030년 비메모리에서도 1위가 되겠다는 새 비전을 제시하며 반도체 신화 제2막의 장을 열었다. 삼성 반도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이를 뛰어넘을 미래를 조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1일 13: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처럼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에 세트(완성품) 사업까지 다 하기도 어렵지만, 다 잘하기는 더욱 힘들다. 삼성전자는 이미 메모리 반도체 세계 최강자고, 부품 사업과 긴밀하게 연결된 스마트폰 등 세트 부문에서도 선도적인 시장 지위를 지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장기적으로 비메모리 영역에서도 팹리스(시스템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애플과 퀄컴, 파운드리 대만 TSMC만큼 영향력을 키운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같이 뛰는 경쟁사들이 너도나도 공격수로 나서는 상황에서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자처한 삼성은 남들보다 2배, 3배 더 힘들 수밖에 없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 산업은 세계적으로 분업화가 잘 이뤄져 있어 한 회사가 모든 경쟁력을 다 갖고 가긴 힘들다. 경쟁이 매우 치열한 분야고 돈과 인력도 아주 많이 필요하다. 비메모리 시장에서 멀티플레이어는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 역으로 그 약점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느냐가 삼성전자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의 최대 관건인 셈이다.

◇IDM+파운드리+세트…다 하는 삼성의 고민

삼성은 시스템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는 시스템LSI와 팹리스가 설계한 반도체 칩을 대신 생산해주는 파운드리 사업부를 동시에 키우고 있다. 자체 반도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탑재한 스마트폰도 제조·판매한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 파운드리의 입지를 좁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 전 고위임원은 "삼성은 모바일에 들어가는 핵심 반도체 설계도 자체 내에서 하고 싶어하는데 파운드리와 시스템LSI를 동시에 키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팹리스 경쟁사인 퀄컴에서 삼성에 파운드리 물량을 주긴 하나 절대 많이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 파운드리가 잡아야 할 중요한 고객사 중 하나인 퀄컴 입장에선 자체 AP 브랜드 '엑시노스'를 보유한 삼성전자에 자신들의 설계자산을 주는 게 불편하다는 얘기다. 대형 팹리스들은 삼성전자에 위탁 생산을 맡기면 반도체 설계 기술이 유출될 것을 우려한다.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할 때 반도체 설계자산(IP)을 보유한 팹리스와 파운드리가 몇 달 이상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애플 역시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아이폰에 탑재되는 칩셋 설계도를 훤히 들여다보는 것이 꺼려질 수 있다.
삼성전자 전체 사업부. 자료:삼성전자 뉴스룸

그렇다고 삼성전자의 시스템LSI 사업부가 존재감이 큰 것도 아니다. 아직 더 발전해야 할 여지가 많다. 내부적으로 보면 자체 설계한 AP 칩 엑시노스를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생산하고 이를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에 장착해 판매하는 식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엑시노스는 성능과 발열 문제를 잡지 못해 갤럭시에도 퀄컴의 스냅드래곤이 대체돼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퀄컴이나 애플, 미디어텍 등의 AP와 기술 격차를 좁히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파운드리 역시 아직까진 TSMC보다 수율(양품률)과 생산기술이 뒤처지는 게 사실이다.

물론 초미세공정으로 갈수록 파운드리 수율 확보는 더 어려워진다. 이는 세계 1위 TSMC도 풀기 힘든 과제다. TSMC는 올 7월 목표로 했던 3나노 공정 양산 일정을 연기했다. 일단 삼성은 상반기 3나노 양산 일정을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 지금 당장 4나노 공정 수율확보도 어려워 하는터라 난관이 예상되지만, 삼성은 판을 뒤엎을 승부수라고 기대하고 있다.

◇파운드리 분사, 가능성과 실효성은

TSMC가 세계 1위 파운드리로서 입지가 공고한 것은 '순수' 파운드리이기 때문이다. 삼성 파운드리를 두고 분사설이 계속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2017년 시스템 반도체 사업부에서 파운드리 조직을 떼어내 별도 사업부로 분리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삼성전자 DS 부문 울타리 안에 있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 사이 칸막이가 두껍지 않아 팹리스 고객 유치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SK하이닉스가 2017년 파운드리 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분사는 고객사들의 기술 유출에 대한 불필요한 우려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입장에선 현실적으론 실행으로 옮기기 쉽지 않아 보인다.

파운드리 사업은 공장 하나 짓는데 수십조원이 들어간다. 매해 들어가는 시설 유지·보수, 장비투자 비용도 어마어마하다. 아직 이익 규모가 크지 않은 삼성 파운드리가 독립해 자체적으로 투자 규모를 감당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1조~1조5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 파운드리가 분사하면 (현재 공개하지 않고 있는) 파운드리의 캐팩스(설비투자액) 규모가 다 드러나는데, 그 투자금이 어디서 왔겠는가"라며 "내부 (현금창출력이 강한 메모리 사업부) 직원들의 반발도 우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TSMC 본사(왼쪽),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이 있는 경기 평택캠퍼스(사진:TSMC, 삼성전자 홈페이지)

◇약점을 오히려 기회로 만들 수 있다면

세트와 부품 사업을 함께 하는 건 '양날의 칼'이다. 분명 약점이긴 하나 삼성은 이를 잘 활용하면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후발주자인 삼성 파운드리는 많은 고객사와 깊고 오랜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데다 제조경험도 더 쌓인 TSMC와 순수 파운드리 대 파운드리로 경쟁하긴 힘들다. 역으로 삼성이 세트부문과 엮어 고객사와 비즈니스를 한다면 어떨까. 퀄컴이 지난해 삼성에 '스냅드래곤8 1세대' 위탁 생산을 맡긴 것도 삼성 스마트폰이 퀄컴 AP를 쓰기 때문이다.

퀄컴 입장에서도 삼성은 잡아야 할 초대형 고객사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츠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18.9%)를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1등을 하려면 고성능 AP를 파운드리에 맡겨줄 대형 고객사를 TSMC에서 뺏어와야 하는데, 세트 사업부의 구매력을 수주에 활용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물론 이 역시 삼성 파운드리가 TSMC를 능가하는 수율(양품률)과 제조 기술을 갖췄다는 전제 아래 실현 가능한 로드맵이다. 먼저 엑시노스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이를 자체 공정에서 고성능, 고수율로 생산해 프리미엄 폰의 판매를 대거 늘리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돼야 한다.

삼성이 목표한대로 초격차 기술로 시스템 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 모두 1위로 뛰어오르려면 지금보다 훨씬 획기적으로 진화해야 한다. 삼성은 TSMC와 경쟁하기 불리한 위치에 있는 만큼 나름 승부수를 던졌다. TSMC와는 다른 신기술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3나노 공정에 도입해 성능 향상을 이루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여기에 성공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