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3월 24일 07: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벤처투자 전신인 네오플럭스는 2016년 바이오 부문 투자를 늘리기 위해 외부 심사역 영입에 나섰다. 당시 김태희 VC본부 이사(사진)를 영입해 바이오·헬스케어 투자 분야를 강화하고자 했다.

김 이사는 네오플럭스 합류 이후 바이오 투자를 늘리며 포트폴리오에 다양성을 더했다. 세포 연구 분야 등 자신의 전공을 살려 관련 기업을 발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바이오 부문의 다양한 기업을 연구하고 투자하며 자신의 기량을 갈고닦았다.

◇실험실 '꽝손' 슬럼프 딛고 금융권 도전장

그는 고려대학교 생명과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분자세포생물학 석사를 마쳤다. 세포 실험, 연구 과정에서 그는 소위 말하는 '꽝손'이었다. '손을 탄다'고 말하는데 같은 조건의 실험도 어떤 사람이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당시 슬럼프를 겪던 그는 대학원에서 만난 지인들을 통해 기업금융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이후 기업금융에 관심을 갖고 석사 졸업 후 증권사, 은행 등 금융권 취업에 뛰어들었다.

뒤늦게 취업 전선에 뛰어든 만큼 금융 관련 자격증을 두루 취득했지만 이공계 출신에게 금융권의 벽은 높았다. 결국 전공을 살려 보건산업진흥원에 취업하며 첫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보건산업진흥원에서 일을 하던 중에도 금융권 취업에 대한 아쉬움은 남아있었다.

정부 연구개발(R&D) 과제 관리 담당 업무를 하던 그는 지인의 소개로 벤처캐피탈 업계를 알게 됐고 2011년 심사역으로 전직하게 됐다. 첫 직장은 대교인베스트먼트였다. 당시 막 설립한 회사다보니 새롭게 사람을 뽑던 터였다.

그곳에서 바이오, 헬스케어와 관련된 투자 기업을 발굴하며 투자활동을 펼치던 중 2016년 네오플럭스에 합류하게 됐다. 김 이사는 "당시만 하더라도 바이오 붐이 일기 전이라 지금처럼 바이오 전문 펀드라는 게 없었다"며 "여러 펀드 일부 자금을 활용해 간간히 바이오 투자를 하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바이오 투자 붐이 일면서 적극적 지원 의사를 밝힌 네오플럭스에 합류하기로 했던 것이다. 현재 신한벤처투자 VC본부를 맡고 있는 이호준 전무가 바이오 인력 수급을 위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후 함께 동아쏘시오홀딩스 출신 이재영 팀장이 합류했고 최근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서울백병원,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을 거친 정일영 팀장도 합류하면서 바이오 투자 인력이 꾸려졌다. 김 이사는 이들 심사역들과 함께 바이오 벤처를 발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이사는 합류 직후 '네오플럭스기술가치평가투자조합'내 재원을 활용해 바이오 기업 투자를 했고 2019년부터는 초기 바이오 기업 투자에 주려하는 '뉴웨이브제6호투자조합' 결성해 투자를 해왔다.

◇안트로젠 초기 발굴 주역…신한벤처 바이오 투자 확대 '특명'

김 이사가 대교인베스트먼트 시절 담당했던 첫 투자 케이스가 안트로젠이다. 2016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안트로젠을 맨 처음 발굴하고 투자했다.

당시 그는 보건산업진흥원에서 근무하며 안트로젠을 알게 됐다. 안트로젠이 당시 정부 지원 R&D사업 과제를 하고 있던 터라 인연이 있었다. 오래 지켜봐 온 회사인 만큼 믿고 투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별도의 투자라운드를 열지 않았던 상황이지만 콜드콜을 하면서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투자를 할 수 있었다.

당시 10억원의 자금을 투자했다. 2016년 상장 후 약 4배의 성과를 거뒀다. 안트로젠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김 이사는 신한벤처투자에서도 두 차례 안트로젠에 더 투자했다. 상장 이후에도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선 안트로젠을 2020년과 2021년 투자하며 지원했다.

2020년 안트로젠에 투자 건은 지난해 회수를 마쳤다. 50% 수익률을 거두면서 또 한번 좋은 투자 성과를 거뒀다.

대교인베스트먼트에서 두번째로 투자했던 회사가 파멥신이다. 2013년 파멥신에 투자해 약 9배의 성과를 거뒀다. 신한벤처투자에서도 이재영 팀장과 함께 파멥신 투자를 다시 검토하고 투자했다. 제약사에서 항체 연구를 담당했던 이재영 팀장의 경험과 안목은 파멥신 투자 결정에 확신을 더해줬다.

초기 30억~40억원 수준의 투자 규모를 검토했으나 사업성과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 100억원을 투자했다. 결과적으로 투자는 성공적이었다. 2018년 파멥신이 상장하면서 회수에 나섰고 2배 정도의 투자 성과를 거두게 됐다.

신한벤처투자에서도 전립선 암 진단 솔루션 등 사업을 하는 '딥바이오'를 초기 발굴해 투자했다. 시리즈A 라운드에 투자했던 회사는 현재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김 이사는 앞으로도 안트로젠, 파멥신처럼 시장에 안착한 바이오 기업 육성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바이오 벤처도 제약사 위주에서 최근에는 의료기기, 디지털헬스케어, 진단 등 관련 기업이 다양해진 만큼 그에 맞는 지원과 투자를 통해 유망한 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신한벤처투자도 김 이사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현재 투자가 진행 중인 뉴웨이브제6호조합 내 재원이 대부분 소진된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 바이오 투자 펀드 결성을 검토하고 있다.

김 이사는 "최근 바이오 시장에 대한 투심이 부진해지면서 바이오 투자를 줄이려는 하우스들도 있지만 성장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유지해야한다는 스탠스다"며 "역으로 시장에서 좋은 조건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아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