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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딜레마와 OTT 통합론 [thebell note]

이장준 기자공개 2022-04-18 14:00:00

이 기사는 2022년 04월 14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력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주 열린 KT그룹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 사장은 티빙(tving)과 시즌(seezn)의 통합 여부에 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KT스튜디오지니의 제작 라인업을 발표하고 자체 미디어·콘텐츠 밸류체인 등 청사진을 제시하는 자리였지만 세간의 관심은 OTT 통합론에 쏠렸다.

KT그룹의 콘텐츠 제작 역량이 미덥지 않기 때문이라곤 볼 수 없다. 이미 스카이라이프TV는 '강철부대', '나는SOLO' 등 연타석 홈런을 치며 능력을 입증했다. KT스튜디오지니 역시 본격적인 오리지널 콘텐츠를 출시하기도 전에 CJ ENM으로부터 10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하지만 이제는 콘텐츠보다도 유통하는 플랫폼의 무게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K-콘텐츠 성공의 표상이 된 오징어 게임이 이를 여실히 보여줬다. 세계 최대 플랫폼에 올라타 든든한 제작 지원을 받지 않았다면 지금의 영예를 누리긴 어려웠다. 지난해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녹색 추리닝을 입고 방긋 웃은 것도 넷플릭스 경영진이었다.

국내 플레이어들에게 넷플릭스는 양날의 검이다. 가장 많은 시청자에게 콘텐츠를 보여줄 기회를 얻는 대신 히트를 쳐도 1등 플랫폼으로 쏠림 현상이 심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K-콘텐츠가 해외 OTT에서 활약할수록 정작 토종 OTT를 구독할 매력은 반감되는 딜레마다.

물론 복수의 OTT를 시청하는 '멀티 구독'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미국 가구의 절반가량은 이미 4개 이상 OTT를 구독 중이라고 한다. 당장은 모두가 적자를 감수하고 저렴한 구독료로 고객을 끌어들여 플랫폼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결국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고 멀티 구독에도 한계가 있다. 고객은 손이 잘 가지 않는 OTT부터 구독을 취소할 것이다. 토종 OTT가 넷플릭스는 차치하더라도 디즈니플러스, HBO Max 등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 비좁은 국내 시장만 해도 티빙, 시즌, 웨이브, 왓챠, 쿠팡플레이 등 대안이 넘쳐난다. 고객 이탈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없다.

각각의 OTT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도 많기에 실제 통합까지는 갈 길이 멀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민간 통합 OTT 플랫폼 검토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으나 정작 업계에서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양질의 K-콘텐츠가 K-OTT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적 문제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개별 플랫폼에서 킬링 콘텐츠를 만들 순 있어도 고객을 잡아두는 '락인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어쩌면 토종 OTT의 통합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택지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선제 조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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