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나영호 대표, 롯데온 '디지털 DNA' 이식 '프로덕트' 중심 조직개편, 프리미엄 제품·서비스로 차별화 모색
문누리 기자공개 2022-04-14 09:56:50
이 기사는 2022년 04월 13일 0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나영호 대표(사진)가 취임 후 1년간 '롯데온'에 심은 핵심가치는 IT 조직문화다. 내부 임직원들은 나 대표가 온 뒤 소통방식부터 직급제도까지 1년 전과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평가다.아마존·쿠팡 등 IT 기반의 유통업체들이 지닌 조직문화와 용어·체계를 그대로 따왔다. 기존의 '프로젝트' 중심의 업무 방식을 '프로덕트' 중심으로 전환해 개발자를 비롯해 부서간 수평적 협업 시도를 확대했다.
◇'개발자의 롯데온' 만들기, 수평적 조직문화 안착
지난해 이베이코리아에서 옮겨온 나 대표는 디지털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들어갔다. 백화점·마트·슈퍼 등 각 계열사별 온라인 담당자 200여명을 이커머스 사업부로 통합했다.
조직개편의 골자는 회사 조직문화를 개발자 중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었다. 이는 이베이나 아마존, 쿠팡 등 글로벌 IT 유통업체들이 내부 조직을 '프로덕트 오너(PO)'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기존의 조직대로 돌아가면 효율적이긴 하겠지만 이커머스 시장을 휘어잡을 '혁신'을 하기엔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쿠팡 점유율이 10%대에 불과하는 등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는 아직 지배적인 사업자가 없기 때문에 혁신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커머스 업체 특성상 우수한 개발 인력을 영입하는 게 관건이지만 기존 체계에선 이렇다 할 유인이 없었다. 대신 MZ세대 등 젊은 층의 비중이 높은 개발 인력들의 경우 보상 문제 뿐 아니라 경직된 조직문화나 오프라인 중심의 직급제 등을 기피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위해 '커리어 레벨제'를 도입하고 지난해 말 대규모 경력 공채 통해 개발자를 대거 채용했다.
검색·추천 부문 등 조직 이름을 파인딩·데이터 부문 등 개발자들에게 익숙한 용어로 바꿨다. 롯데온 플랫폼을 개발자가 접근할 하나의 상품(프로덕트)으로 보고 스타트업처럼 유동적으로 팀을 운영하는 쪽으로 변화를 꾀했다. 수평적인 소통으로 시너지를 내기 위해 부서간 협업을 촉진하고 이를 기피하면 고과에도 직간접적으로 반영하는 식이다.
롯데온 관계자는 "직급제도를 폐지하면서 부서간 협업에 게으르면 나 대표가 직접 지적하는 등 일하는 방식과 문화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면서 "각 부서간 시너지를 확대하면서 이커머스 시장에 전보다 빠르게 대응하고 있어 성과물도 조만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새벽배송' 접고 '바로배송' 집중, 4130만 롯데멤버스 회원 타깃
현재 나 대표가 추진하는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출혈경쟁이 심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과 서비스'로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예컨대 패션 명품 플랫폼은 많은 반면 대표적인 뷰티 명품 전문 플랫폼은 적은 데 착안해 프리미엄 뷰티 전문관 '온앤더뷰티'를 문열었다. 명품 브랜드를 포함해 SNS 인기 브랜드 등 자체적으로 선정한 3000여개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롯데백화점의 상품 경쟁력과 이커머스의 편리성을 합쳐 뷰티 전문 채널로 입지를 다진다는 전략이다.
반면 마켓컬리, 쿠팡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새벽배송' 시장에선 발을 뺐다. 2020년 5월 업계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당시에도 무게추가 선점업체들로 기울어져 있었다. 대형마트 운영시간 제한으로 배송 발주 센터를 따로 짓고 운영해야 하는 등 투입 대비 효용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서비스를 접게 된 배경이다.
대신 롯데온은 시장에서 먼저 도입한 '바로배송'에 집중한다. 주문 후 2시간 내 배송되는 서비스로 연내 추가적인 서비스를 만들어 타 업체들과도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신선식품 경쟁력도 새로운 배송 서비스를 통해 강화할 계획이다. 기존 롯데쇼핑 오프라인 점포를 중심으로 구축한 4130만 롯데멤버스 회원을 온라인 예비 수요로 타깃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더이상 출혈경쟁에 뛰어들기보단 롯데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개발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라며 "오프라인 점포 자산을 활용해 온라인 플랫폼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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