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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게이트 지배구조 개편]금융업에 진심인 자수성가형 창업가 '권혁빈'③VC 도움 받아 창업성공 경험 토대로 후학육성, 게임업 변동성 대비한 '사업다각화'

원충희 기자공개 2022-04-25 14:46:39

[편집자주]

스마일게이트그룹이 창립 20주년을 계기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주력 사업인 게임 및 엔터테인트먼트 부문과 별개로 벤처캐피탈과 자산운용사를 떼어내 금융전문그룹을 만들 예정이다. 지배구조 개편이 어떻게 이뤄질지, 개편에 따른 계열사 정리 시나리오를 살펴보고 이후 스마일게이트그룹의 향방을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4월 22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마일게이트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창업자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 사진)의 강력한 의지에서 비롯됐다. 금융업에 발을 걸친 게임사들은 다수 있지만 아예 그룹화시켜 주력사업 수준으로 키우려 하는 곳은 스마일게이트가 처음이다.

그 이면에는 게임·엔터테인먼트에 편중된 사업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차원도 있지만 벤처 생태계 육성이란 큰 그림이 담겨있다. 창업초기 엔젤(개인투자자)과 벤처캐피탈(VC) 등의 도움을 받았던 그의 개인적인 성공 경험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하는 데는 금융투자 비즈니스가 적합했다.

◇위기 때 찾은 MVP창투, 역으로 인수해 VC사업 진출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를 나온 권 CVO는 졸업 이후 바로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첫 시작은 당시 떠오르던 분야인 e-러닝 사업이었다. 삼성전자와 인스턴트 메시지 및 인터넷 영상통신을 공동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1999년 서강엔젤클럽에서 투자를 유치해 5월 '포씨소프트'란 회사를 만들었다.


같은 해 8월 전국 전자상거래 창업 아이템 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삼성물산 벤처투자팀(골든게이트)에게도 투자를 유치했다. 첫 사업은 시장에서 나름 인정받고 일본에도 진출했지만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 수익성을 내지 못하면서 2년 만에 정리해야 했다.

권 CVO가 2002년 1억원의 자본금으로 두 번째 시작한 곳이 온라인 게임사 스마일게이트다. 당시 대세였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아닌 생소한 1인칭 슈팅게임(FPS) '헤드샷 온라인'을 선보였다. 이후 2007년 헤드샷의 후속격인 '크로스파이어'가 제작했는데 국내에선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때 자금이 바닥난 권 CVO가 투자금을 구하기 위해 뛰어다니다 만난 곳이 남기문 대표가 설립 멤버였던 MVP창업투자(현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다. 25억원을 투자받은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 중국시장 대박에 힘입어 2배 수익을 불려줬다.

이후 MVP창투가 결성한 펀드에 투자하며 LP(출자자)로 신분이 바뀐 스마일게이트는 2011년 아예 MVP창투를 인수, 본격적으로 벤처투자업에 진출했다. 피투자기업이 VC와 같이 성장해 또 다른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키우는 대표적인 선순환 사례로 꼽힌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2011년 당시 스마일게이트는 이미 지주사로 전환된 상태라 벤처투자를 위한 비히클(vehicle)을 확보하려면 해외법인을 통한 우회 소유 밖에 방법이 없었다"며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의 대주주가 싱가포르법인이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그의 주변에 모인 금융전문가들, 창업 생태계 육성 주역으로

스마일게이트가 VC사업에 진출한 것이 게임업계에선 그리 부자연스런 일은 아니었다. 게임사들 사이에는 유망한 개발업체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문화가 일상적이다. 개발능력 확보나 협업, 투자수익 등을 얻기 위해서다. 넵튠 같은 게임사는 사업을 하면서 키운 안목을 발휘해 크래프톤(당시 블루홀)에 투자, 영업이익이 적자였음에도 당기순이익이 400억원 넘는 흑자를 내는 등 쏠쏠한 이익을 챙겼다.

더 나아가 펄어비스, 네오위즈 등 아예 VC를 설립해 금융업에 진출한 게임사도 여럿 있다. 다만 금융계열사를 그룹으로 묶어 또 다른 성장 축으로 삼으려는 곳은 스마일게이트가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비즈니스는 큰 회사도 작품의 흥행여부에 따라 경영이 흔들릴 정도로 변동성이 큰 업종이라 넷마블이 코웨이를 인수한 것처럼 안정적인 사업군을 갖고 가려는 의지가 있다"며 "스마일게이트도 금융업을 한축으로 세워 사업다각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스마일게이트 내부에서는 이번 개편이 권혁빈 CVO의 강한 의지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회사 안팎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권 CVO는 창업성공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후배 기업가를 물심양면 돕고 싶다는 의견을 자주 피력했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한 뒤 오렌지플래닛 창업재단, 초기기업 전용 오렌지펀드 운용 등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17년 설립된 스마일게이트자산운용 역시 처음에는 오너 자금관리에만 집중하다 코스닥 벤처펀드 등으로 라인업을 확대, 벤처기업과 비상장사 투자로 눈길을 돌렸다. 인베스트먼트, 자산운용의 투자방향과 엑셀러레이터(AC) 분할 등은 결국 벤처 생태계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과정에서 남기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대표, 박상선·이찬열 스마일게이트자산운용 대표, 하민호 전 대표 등 금융전문가들이 권 CVO 주변으로 모였다. 금융전문그룹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전문인력들을 그만큼 충분히 확보했다는 자신감의 발로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요즘은 핀테크 등 미래지향적인 금융서비스가 늘어나고 투자를 검토하는 분야에도 금융 큐레이션 기업들이 많다"며 "VC, AC 등을 넘어 다른 금융 비즈니스를 영위하려 해도 지금 같은 구조로는 한계가 있어 이번 기회에 그룹으로 재편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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