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4월 27일 07:57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급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 2차 세계대전 '사막의 여우'로 불린 롬멜은 "하나의 훈장보다 한 대의 탱크와 한 방울의 기름을 달라"고 했고 러시아엔 "빵은 가장 무서운 적, 굶주린 병사들은 단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기업 경영에서 보면 보급은 자금 조달과 닮았다.#기업들은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때 투자설명회(IR)를 연다. 주로 주주와 일반투자자,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애널리스트가 대상이다. 이들에게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가가 관건이다. 정치로 치면 IR은 유권자를 포함한 타인에게 '지지할 명분'을 제공하는 행위다.
이젠 허풍이라 불러도 괜찮을 듯하다.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는 없다"던 푸틴의 호언장담 말이다. 일주일도 안 돼 키이우를 집어삼켜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받아내겠다던 그는 침공하자마자 곧바로 머쓱해졌고 두 달여가 흐른 지금도 변함없이 처지는 궁색하기만 하다.
제3자 입장에서 눈을 의심한 건 러시아 군대의 코미디나 다름없는 허술함이다. 전차는 연료 부족으로 가다 서기를 반복했고 전쟁 초 러시아 국경 근처인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도착한 군인들은 마트를 터는데 바빴다. 그들이 적지에서 찾은 건 승전이 아닌 허기를 채울 음식이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수도 방어에 성공하고 있다. 전쟁 초반 빼앗겼던 몇몇 지역도 되찾았다. 기본적으로 국민과 군인들의 용기와 희생 없인 불가능한 일이지만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서방 국가들의 지원이 없었다면 또한 불가능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젤렌스키의 IR이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점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는 각국 의회에 직접 지원을 호소하며 국제정치에서 중요한 명분을 제공했다. 이번 전쟁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아닌 자유를 지키는 전쟁이라는 진부한 프로파간다였지만 푸틴이 눈엣가시인 정치 지도자들에겐 꼭 필요한 말이었다.
여전히 전쟁은 우크라이나 몇몇 지역에 '플라그 로씨이(러시아 국기)'가 꽂힌 채 휴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하지만 이를 과연 푸틴과 러시아의 승리라고 부를 수 있을까.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그의 마지막 몽니가 무엇일지 전 세계가 불안해할 따름이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보급에 실패한 군대가 전쟁에서 승리한 사례는 없고 제때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기업이 경쟁에서 승리한 사례도 없다. 현재 러시아의 고전과 우크라이나의 선전을 지켜보는 기업인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새삼 원활한 자금 조달의 중요성과 효과적인 IR은 무엇인가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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