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시장, 피치마켓 될까]B2C 관심없는 현대글로비스, 플랫폼·해외 '확대'⑥경매 주축 도매사업 지속, 완성차발 물량 유입 '주목'
유수진 기자공개 2022-05-27 07:45:01
[편집자주]
대표적인 '레몬마켓' 중고차시장이 변곡점을 맞는다. 지난 3월 중고차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되지 않으며 10년 만에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들은 투명한 관리로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기존 업계와의 상생에도 힘쓰겠단 각오다. 더벨은 변화를 앞둔 중고차시장의 과거와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살핀다. '시고 맛없는' 시장이 대기업 합류를 발판 삼아 달콤한 '피치마켓'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이 기사는 2022년 05월 25일 08: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기아가 중고차시장 진출 초읽기에 들어가며 덩달아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중고차 경매사업을 하는 현대글로비스다. 2003년 유통사업 진출과 동시에 경매 서비스를 개시해 올해로 20년을 맞았다. 대기업이지만 개인(소매)을 상대로 하지 않는 B2B·C2B 형태여서 그간 사업에 제약이 없었다.두 완성차업체의 B2C 시장 진출은 크게 보면 현대차그룹의 중고차사업 확장이다. 하지만 접점이나 시너지는 크진 않을 전망이다. 현대글로비스가 소매에 눈을 돌리지 않고 도매에만 집중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에는 현대차·기아의 중고물량이 글로비스로 향할 거란 시각도 존재한다. 장기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에도 보탬이 될 시나리오다.
◇B2C 관심 없는 현대글로비스, 기존대로 '도매'만
현대글로비스는 현재 분당과 시화, 양산에서 중고차 경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 경매장(6곳)의 절반이 현대글로비스 소유로 2018년 경매 출품 100만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미주와 유럽, 중국, 아태 등 해외사업을 위한 기틀을 닦고 올 초 온라인 중개 플랫폼 '오토벨'을 론칭하는 등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업구조는 단순하다. 중고차를 매집해 경매장에 출품한다. 경매에 참여해 물건을 받아가는 사람은 일반 개인이 아닌 도매업자(딜러)다. 물량은 개인과 법인, 렌터카·리스회사 등으로부터 확보한다. 현재는 오토벨이 '중개 플랫폼' 이지만 작년 말까진 개인으로부터 물량을 받기 위한 '매집 브랜드'였다. 정리하면 B2B·C2B 경매와 플랫폼 사업을 한다.
때문에 현대차·기아가 준비 중인 B2C 중고차사업과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다. 플랫폼 사업 역시 개인과 딜러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대기업의 B2C 시장 진출이 가능해졌지만 의사가 없다고 분명히 선을 긋는다. 중고차업계 내부에서도 글로비스가 수익성이나 비용 등을 고려할 때 굳이 B2C를 할 걸로 보진 않는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원래부터 도매사업을 했었기 때문에 중고차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과 무관하게 경매사업을 진행한다"며 "현대차·기아의 B2C 진출에 따른 영향이나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 확보 물량 글로비스로 가나
다만 물량 확보 창구가 하나 추가될 순 있다. 사실 글로비스는 지금까지도 현대차·기아의 신차 영업소나 대리점에서 물량을 일부 받아왔다. 신차 고객이 중고차 판매를 의뢰할 경우 완성차업체가 직접 팔 순 없으니 카마스터가 글로비스를 연결해 주는 식이었다. 공식적인 매입 채널이라기 보단 업계에서 알음알음 행해지던 관행이었다. 하지만 앞으론 공식 루트가 될 수 있다.
중고차업계 일각에선 향후 현대차·기아가 스스로 팔지 않는 물량을 이같은 방식으로 현대글로비스에 연결해줄 수 있다고 본다.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5년, 10만㎞ 이내) 외의 물량을 기존 중고차업계에 넘기기로 했는데 경매업을 하는 현대글로비스도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일부 제약을 거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권고안도 2025년까지만 유효하고 이후로는 자유롭다.
매물 확보는 중고차업계가 현대차·기아의 시장 진입을 결사반대하고 나선 이유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차량을 매집해야 판매를 할 수 있는데 이들이 '알짜' 물량을 쓸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대로 물량이 대거 현대글로비스로 유입되면 중고차사업의 덩치가 빠르게 커질 수 있다.
특히 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내에서 남다른 역할을 하고 있는 회사다. 태생부터 현대차·기아의 완성차 운송 비용을 줄여주기 위한 목적이 컸고 오너일가가 늘 많은 지분을 보유해 왔다. 현재도 정의선 회장이 최대주주(19.99%)이자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곳이다.
때문에 향후 지배구조 개편을 재추진할 때 유용한 자금 조달 창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늘 있어왔다. 실제로 정 회장 입장에선 글로비스의 덩치가 커지고 기업가치가 높아져 주가가 오를 수록 자금 확보에 유리하다.
실제로 현대차·기아의 물량이 글로비스를 향하게 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관련 내용이 확정되지 않아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중고차업계 내에는 현대차·기아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이슈를 의식해 물량을 골고루 나눠줄 거란 시각이 존재한다. 중고차 경매시장에서 글로비스가 차지하는 포션이 커 비율대로 나눠도 자연히 많은 물량이 가겠지만 집중되진 않을 거란 것이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직접 판매하지 않는 물량을 중고차 경매업(도매)이 아닌 매매업(소매)을 하는 업체들에 넘길 거란 입장이다. 이들에게 경매 방식으로 물량을 배분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글로비스에 물량이 넘어가지 않을 수도 있다.
일단 중기부 권고안을 적용받는 2025년까진 중소기업들에만 경매 참여 기회를 주거나 기존 업계와 협의해 정한 경매사업자에게 전체의 50% 이상을 경매 의뢰해야 한다.
◇중고차 매출 4년 새 66% '껑충'…플랫폼·해외사업 '속도'
현대글로비스의 사업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중고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전체 매출 중 3% 안팎으로 크지 않은 편이다. 지난해의 경우 7332억원으로 전체 21조7796억원의 3.37%였다.
하지만 증가세는 뚜렷하다. △2017년 3871억원에서 △2018년 4402억원 △2019년 5040억원 △2020년 5031억원 △2021년 7332억원으로 늘었다. 4년 새 89.4% 증가한 셈이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 증가율은 33% 수준이다.
이제 막 첫 발을 뗀 플랫폼 사업과 해외시장 진출의 성과가 본격화되기 시작하면 매출 확대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아직 둘 다 유의미한 성적을 내는 수준은 아니다.
이에 중개 플랫폼으로 거듭난 '오토벨' 브랜드를 알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의 경우 거래 성사 여부와 관계 없이 차량을 등록할 때마다 수수료가 발생해 이용자가 많아질 수록 매출에 보탬이 된다. 경매는 소액의 출품 수수료에 낙찰시 낙찰가액에 따라 추가 수수료가 붙는 구조다.
해외로도 적극 눈을 돌리고 있다. 2019년 중국 창지우그룹과 중고차 합작사를 설립한데 이어 지난해 중고차 수출 및 해외 중고차 유통에 첫발을 뗐다. 사업영역 확장 차원이다. 국내 매입 역량을 기반으로 수입국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남미와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에 중고차를 수출하고 있다.
미주와 유럽, 중국, 아태 등 4대 권역에서 중고차 현지사업을 위한 도소매, 플랫폼 사업도 추진 중이다. 중국을 제외한 3대 권역 모두 신차시장보다 중고차시장 규모가 큰만큼 적극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해 해외에서 올린 중고차 매출은 896억원으로 전체(7332억원)의 12.2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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